한국 조경의 최전선에 서 있는 5인의 조경 그리고 철학

2021년 (사)한국조경학회 7월 월간 웨비나 17일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7-22
전 세계적인 건설경기 정점인 2000년대를 지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미국 주도의 조경트랜드가 다원화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뛰어난 조경가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특히 아시아의 조경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에서 한국의 조경설계 위치를 점검하기 위해서 (사)한국조경학회는 ‘지금, 여기 한국의 조경설계’라는 주제로 17일 월간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한국 조경의 경계를 넓이고 있는 ▲우현미 디자인 알레 소장 ▲이호영 HLD 소장 ▲최영준 LabDH 소장 ▲최재혁 오픈니스 소장 ▲김현민 스튜디오 101 소장 등 5인의 설계사무소장의 최신작들에 대한 논의와 조경에 대한 관점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사)한국조경학회 7월 월간웨비나에 참석한 우현미 디자인 알레 소장, 이호영 HLD 소장, 최영준 LabDH 소장, 김현민 스튜디오 101 소장,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이남진 바이런 소장

이와 함께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이남진 바이런 소장이 발제자들과 함께 토론에 참여했다. 

이남진 바이런 소장 “과거의 한국 조경은 대지 안의 조경을 해결하고, 작품보다 작업을 하는데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작품에 집중하는 모습이 두드러 지면서 현대 조경이 진보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의 조경이 새로 생겨나고 굉장히 빨리 성장하면서 그동안은 선진국을 쫓아가는 입장이었다. 현재의 조경설계가 변하고 있다. 다양성에서도 그렇고 질적 측면에서 그렇다”라며 현재까지의 한국 조경의 발전의 긍정적 모습을 전했다.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경에 있어서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예전에는 한국의 조경 작품들이 서로 비슷했던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각자의 철학과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좋은 점을 보지만 그것들이 일치되지 않고 서로 달랐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조경 ‘아웃사이더’의 화려한 귀환

우현미 디자인 알레 소장은 한동안 조경계에서 조명을 받지 않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남양주, 김포, 대전의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과 더 현대 서울의 조경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화재의 인물이 됐다.

우 소장은 더 현대 서울의 실내 조경을 약 4년 동안 ‘공원’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했다. 특히, 백화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공간의 효율과 상업적인 부분에서 효율적인 스페이스 마케팅을 고민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공원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플랜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자연지반의 느낌을 주고자 전체 바닥을 들어 올리는 방법을 사용해서, 토심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실내지만 야외와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었다. 

또한, 1층과 3층에는 폭포가 있고, 5층에 공원이 조성됐으며 6층에는 공원을 보조하는 식물들이 있다. 그는 백화점을 층층이 올라오면서 산을 오르는 느낌을 주고자, 1층에서 6층 사이의 보이드에서 녹색을 볼 수 있게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서 녹색의 분위기를 시각적인 연속성 속에서 유지할 수 있었다.

김포 아울렛은 사람들이 쇼핑이 아닌 공간을 찾아올 수 있는 조경을 목표로 했다. 외부의 공간은 단순한 조경공간이 아니라 인근 한강 물을 끌어오는 듯한 경관을 만들었다. 한국의 기후를 고려해 물이 넣고 빼는 경우를 모두 고려한 구조를 구현했다. 물을 10~30cm 정도만 채우고 물을 뺏을 때는 얕은 단을 형성할 수 있게 했다.

남양주 아울렛에는 하이메 아욘(Jaime Hayon)과 콜라보한 ‘Jaime Hayon Garden’의 경우 실내에 나무를 식재하는 부분을 고려했다. 공간 자체의 채광은 좋았지만, 여름철 기온과 습도를 고려해 한국 남부에 자생하는 나무를 골라 관엽식물의 한국의 자연스러운 풍경을 재연했다.

이외에도 과천의 마이알레는 다른 작품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디자인 알레의 사무실로 쓰이면서 카페로도 사용되는 마이알레는 클라이언트 없이 작업한 자연스러운 정원을 모습을 구현했다.

우 소장은 “최소한의 조경을 위해서 기존의 있는 것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도면도 없이 작업했고, 직접 식재한 나무는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의도를 배제해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고 하며 마이알레를 설명했다.

그는 마이알레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제초제를 사용하거나 잡초를 뽑지 않았다. 잡초들을 포용하면서 정원의 지속가능성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조경가의 생각 밖의 존재들이 정원에 왔을 때는 외부의 것을 포용하고, 배제하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자연적 요소 70%, 인위적 요소 30%로 공간을 구성했지만, 인간이 100% 조성한 것이 크게 다르지 않은 공간이 됐다. 

우현민 소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우리 디자인 알레는 조경계의 인사이더가 아니었다. 현재의 조경에 대해서 조금 더 조경 베이스이지만 조금 더 포괄적인 디자인에 관해서 작업하는 것이다. 작업이 쌓이다 보니 정체성이 조경과 함께 다른 장르를 포함하면서 영역을 넓히게 됐다”라고 하면서 앞으로 이런 종합적인 형태의 작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호영 HLD 소장은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들어가지 않는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마이알레의 잡초가 자라는 공간이 좋다. 조경가들이 클라이언트가 요구에 맞춰주기만 하기보다는 직업의식을 가지고 우리가 정말 나가야 하는 방향, 지구가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주장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하면서, 마이알레에서 담긴 조경의 방향성을 높이 샀다.

이어서 이남진 바이런 소장은 “기성조경가들이 참하고 순하고 ‘나를 드러내지 않는 조경’을 했다면 우 소장의 작품은 조경이 주인공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기술의 발전과 조경의 방향성

이호영 HLD 소장은 향후 한국 조경의 발전 방향을 아파트 조경을 중심으로 발표했으며, 이와 함께 기술의 발전과 조경의 표현 방식의 향상 가능성에 대해서 발표했다. 

2000년대 한국에는 아파트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조경이 발전하고, 조경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올라갔다. 10~20년이 지난 지금은 계속해서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아파트 조경은 천면일률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다. 

이호영 소장은 현재 아파트 조경의 대비로서 영화 「집의 시간들」에 나온 둔촌주공아파트를 소개했다. 당시 아파트들은 지하주차장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지반 위에 조경을 했다. 20~30년 후 조경수들은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나무들의 풍경은 최근의 아파트 조경과는 다른 입체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런 영향 아래 이 소장은 “요즘 아파트는 인공지반 때문에 평탄화되어 있고, 입체적인 공간을 경험할 기회가 너무 적다. 아파트 조경을 할 때 입체적인 공간의 중요성을 많이 주장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LH 시그니쳐 가든에 참여하면서 3~4m 언덕을 만들어 수목과 아이들과 함께 자랄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을 위한 인공지반의 하중 때문에 언덕과 같은 자연지반을 구현한 공간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이 소장은 토석을 쌓아 언덕을 만드는 대신에 하층부에는 EPS 블록을 설치하고, 나무가 식재될 공간에만 토심을 확보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인공지반 아파트에 언덕을 조성하고, 언덕 위에서 출발해 언덕을 한 번 휘감아 바닥분수에서 끝나는 시냇가를 만들 수 있었다. 이를 통해서 그는 나무들과 아이들이 함께 자라나고 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수 있었다. 

이어서 이 소장은 최근 기술의 발전이 조경의 한계와 가능성을 넓히는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된다고 했다. 그는 “20년 전에는 상상에 의지해 굉장히 긴 시간을 들여서 손으로 스트로폼을 깎아 모형을 만들었다. 지금은 기술이 너무 발전됐다. 조형물을 설계할 때마다 모델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립트를 짜서 한 곳의 변화가 다른 곳에 반영될 수 있어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할 수 있다”라며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조경의 가능성을 전했다.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3D프린터가 생기면서 조형 모델을 바로 출력해 검증할 수 있고, 석재 조형물은 석공들이 만드는게 아니라 CNC가 깍아 정확한 설계 의도를 구현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외부공간이 탄생하고 있음에 즐거움을 나타냈다.

이어서 이호영 소장은 “조경은 환경을 다루고 생명을 다루고 있는데, 단순히 좋은 공간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회에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디자인을 하고 싶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제안하고 사회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야 의미 있는 조경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며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소개했다.


세 가지 주제로 살펴본 최신 조경

최영준 LabDH 소장은 ▲녹색 장소 가치 만들기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조경 ▲자연 경험 프로그래밍 등 3가지 주제로 최근 한국의 조경 트렌드를 짚고 향후 자신의 작업 방향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최 소장은 최근 명동의 민간 건물 레노베이션 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되면서 건물 1층 로비와 입구, 4층과 7층 테라스의 조경을 맡았다. 하지만 당선 후 건축주는 거의 모든 공간을 초화가 식재된 녹지로 조성할 것을 요청했다. 최 소장은 건축주에게 관리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서로의 의견을 절충해 설계를 대폭 수정했다. 

그 결과 포장이 많고 회색빛의 7층 테라스는 보행로 외의 최대한 공간에 초목을 식재하는 디자인이 채택됐다. 그는 곡선 데크 산책로와 건물의 그늘을 고려한 음지식물과 양지식물을 배치했다. 특히, 어두운 화산석을 깔아 빛의 대비를 이뤄냈다. 

4층에는 보행로를 경계로 각자 다른 초화를 식재해 계절감을 살렸고, 사무공간의 휴게실이라는 콘셉에 맞춰 넓은 크기의 휴게공간과 함께 야외 회의시설도 조성했다. 1층 입구는 명동거리와 연결되면서 거리와 정원과 경계를 구분하고 정원에서 산책할 수 있는 보행로를 따로 구성했다. 

더불어 최형준 소장은 자신의 작품 중에 많은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있는 포천의 카페 포옥(Po`oak) 작업의 배경과 기획을 설명했다. 

최 소장은 “개인들이 극적인 설정에 들어가 자신을 위치시키고 감각하고 정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기에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인스타그래머블이) 너무 지겨운 단어가 되기도 했지만, 조경에 있어서 부정적인 단어는 아니다”며 ‘인스타그래머블 조경’이라는 용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카페 건물은 벽을 제외하고는 투과성있는 소재들로 구성된 개방적이고 입체적인 구조다. 다양한 경관과 연결들이 연출되도록 실내외 조경을 구성했다. 특히, 입구에서 바로 보이는 작은 실내정원은 다양한 빛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너럭바위 등을 설치해 포토스팟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해시태크로 해당 카페를 검색을 하면 이용자들이 찍은 많은 사진이 있다. 각 공간의 의도를 잘 해석한 시민들이 있다”며 이용자들과 함께 하는 조경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전했다.

이 밖에도 그는 한 대기업 연수원의 시설물을 설계하면서 ‘자연경험 프로그래밍’을 기획했다. 연수 과정에서 무섭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지점을 만들어 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공중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는 시설물을 기획했다. 

8m 정도의 사면을 활용해 10명이 누울 수 있는 거대한 원형 해먹을 설치해 이용자들에게 평소에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각을 선사했다. 

그는 “자연경험 중에 공기를 자연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문데, 그림자가 바닥에 떠있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부유하고 공기를 느끼고 있고, 굉장히 새로운 자연의 경험을 하며, 감각의 환기는 느꼈다”라며 자연을 감각하게 하는 조경의 역할을 상기시켰다. 

최영준 소장은 자신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말하며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조경의 이름으로 조금 더 안 가본 길을 가볼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며 개성 있는 작업을 전개해 나아갈 의지를 보였다.


조경, 개념적 강박에서 벗어나 직관을 발휘할 때

최재혁 소장은 프랑스의 철학자인 가르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에 영감을 받은 자신만의 조경 철학을 ‘정원의 시학’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조경에서 ‘직관의 가치발전’과 ‘개념강박의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학교와 실무에서 배웠던 ‘개념 있는 설계’를 극복하고, 직관과 상상력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측면에 조경학에서 전하는 과학적 사고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최 소장은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를 고찰하고 사물과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 형태가 아닌 사물의 존재 근거들이 우리와 어떻게 만나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며 자신의 조경 철학을 논했다. 

그는 단지 이론만을 소개하지 않고 직접 설계와 시공을 맡은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작업을 소개하면 자신의 철학이 어떻게 실재 조경 현장에 적용됐는지를 설명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는 서울숲역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언더스탠드 애비뉴와 서울숲공원과 연결되는 고가의 주거단지다. 건축주는 주거동의 입주민들이 공공공간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요청했으며, 일반적인 아파트 주거단지와 차별화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서 최 소장은 자연적인 방식을 설계의 중심에 두고 공공공간과 개인공간을 나누는 숲 벽과 워터가든, 락다든, 프라이빗 가든 등을 설계했다. 

워터가든을 조성할 때는 기존 공공주택 수변공간의 인위적인 느낌을 줄이고자, 재료들의 선택과 활용방식을 다르게 했다. 좀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돌을 선정하고 돌과 돌 사이에 작은 돌을 놓고 식물을 식재했다. 

락가든은 건축 슬래브를 조경으로 마감해야 하는 상황을 처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한국 암산의 이미지를 차용해 락가든이 친숙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작은 돌도 크게 보일 수 있도록 일일이 손으로 배치하고 적은 수의 나무를 식재했다. 이런 방식의 작업은 최재혁 소장이 설계와 시공을 같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주거동의 프라이빗 가든은 서구적인 느낌의 정원으로 조성됐다. 특히, 정원 관리를 위해 전문업체를 이용한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풍성한 초화를 식재 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공동주거 단지에서 만나기 어려운 ‘나의 정원’을 조성됐고, 감각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섬세한 색감과 질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최재혁 소장은 “전체공간의 개념을 잘 구축하고,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간 안에 있는 각각의 재료의 물성이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 물성에 대한 섬세한 연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설계단계부터 직관의 영역을 열어두고 정원을 조성한다. 설계 단계가 없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들을 정하고 현장에서 설계를 마무리하고 현장에서 공간을 완성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하며 디테일과 직관이 살아있는 조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공간의 이야기를 매개하는 조경

김현민 소장은 “디자인이라는 것이 손끝에서 나오고 생각하는데로 그려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조경 철학을 전했다. 그는 설계 초기 단계에 직접 손으로 실물 모형을 제작해 전반적인 디자인을 점검한다. 디자인이 확정된 단계부터는 아날로그 작업보다는 디지털 작업에 치중한다. 

대상지 전체를 거의 시공에 가깝게 설계도를 그리고, 구조물의 경우 CAD가 아닌 라이노를 사용해 내부 구조까지 도면 작업한다. 

이런 작업 스타일에 대해서 그는 “감리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의 근거는 도면에서 나오고, 도면에 없는 사항을 요청할 수는 없다. 경험이 쌓이면서 도면이 자세해지고 많은 내용을 담게 됐다. 설계가 완벽할 수 없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도면을 꼼꼼하게 진행한다”라고 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교육대학교 중정 리노베이션 작업에서는 무질서하게 식재된 나무들이 학교가 개교했을 때부터 있었던 나무였고, 살아있는 기념물로 판단해 최소한의 시설물을 넣어 공간을 꾸몄다. 

이때의 경험을 통해서 김 소장은 “사람들에게 숨겨져 있는 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게 됐다”고 하며, 자신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음을 전했다. 

김현민 소장은 이후 ‘중앙우체국 우정숲’을 진행하면서 서울중앙우체국 위치가 옛 남산의 끝자락이었음을 발견했다. 그는 남산 숲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남산 식물원에 도움을 받아 남산에서 사라졌던 수종만 모아서 ‘숲 박물관’을 기획했다. 

또한, 도시환경 변화로 인해서 남산의 수종이 소나무에서 때죽나무와 팥배나무로 천이되고 있었다. 김 소장은 이런 이야기를 우정숲에 표현하고자, 공개공지에는 팥배나무를 식재해 남산 숲의 미래를 보여줬고, 다른 구역에는 남산의 과거를 상징하는 소나무 등의 수종을 식재했다. 

김 소장은 “대상지에 무수한 정보가 있고, 역사적인 무엇이 있더라도 설계자가 어떻게 설계하는냐에 따라서 이용자들은 제한된 정보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상지라고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내려온 어떤 체계이다. 이 중에서 계획가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이용자들이 이용할수  있는 공간의 느낌이 달라진다”라며 조경이 가지고 있는 인간과 공간과의 매개적 역할을 전했다. 그리고 공간에 쌓여있는 역사와 흔적들을 조경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이용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강조했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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