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인프라와 LID에 조경은 어디까지 참여할 수 있을까?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물순환도시와 조경’ 웨비나 15일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7-25
최근 독일, 벨기에 등 서유럽 국가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대홍수가 벌어져, 수백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생겼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의 안전지대가 없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홍수뿐만 아니라 가뭄과 열섬현상 등은 많은 이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도시의 물환경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에서는 15일 ‘물순환 도시와 조경’이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진행하면서, 급변하는 도시 물환경과 이에 따른 조경 분야의 대비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그린인프라와 저영향개발(LID)을 이용한 도시의 물환경에 대한 조경의 기여와 역할, 한계와 극복 등이 주로 이야기됐다.

임승빈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도시에서의 물순환은 자연친화적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중심 과제 가운데 하나이며, 그린인프라 구축의 핵심적 고려사항이다. 조경분야에서 우수 활용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 물순환에 초점을 맞춘 친환경도시조성의 다양한 방안과 조경분야”의 역할의 중요성을 전했다.

이번 포럼의 후원을 맡은 한용택 (주)이노블록 대표는 “이번 포럼을 통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체계적 대응 폭넓은 그린인프라 구축 물순환 선순환구조 정착 등 도시 물순환 정책 발전의 요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정부와 관련 업계와의 네트워크를 통한 신기술 도입으로 기술력을 끌어 올려 국내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축사를 했다.

박명권 (주)그룹한 대표는 “물순환도시 주요 이슈인 그린인프라는 비점오염원 저감과 수생활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홍수나 폭염같은 위기에서 인간과 환경을 보호하고 공기와 수질을 정화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래포럼 주제로 다뤄질 물 순환도시와 조경에서 우리 조경분야의 전략과 역할에 대해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권경호 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장,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 오충현 동국대학교 교수, 이은수 노원 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한용택 (주)이노블록 대표, 박명권 (주)그룹한 대표

해외 그린인프라 사업, 조경 50% 물관리 50% 참여

권경호 한국먹는물안전연구원 도시물순환연구센터장은 도시 물순환의 중요성과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문순환도시를 만드는데 있어 조경의 역할의 필요성을 발표했다.

최근 물순환이 주목을 받고있는 이유는 건천화, 홍수, 물부족, 수질오염, 폭염 등 도시 물환경에 관한 문제점들이 기존의 물관리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출발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해외에서도 똑같이 가지고 있으며, 한국보다 먼저 적극적인 물순환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 구에서는 ‘세타가야 댐’ 프로젝트로 분산형 빗물관리를 적용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독일 하노버시는 도시개발 설계 단계부터 도시 전체에 생태저류형 배수로를 구축해 LID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했다.

뉴욕은 2015년부터 2030년까지 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도시에 최대한 그린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필라델피아는 25년간 2조 7,000억 원으로 그린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필라델피아는 도시 미관개선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 열섬 효과 감소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 녹색일자리 창출 등의 부가적 효과을 이용하면서 물순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권 센터장은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답사경험을 전하면서 “공원·녹지·조경 부서와 물관리 부서가 40~50명 규모의 TF를 구성해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각 분야에서 50%의 인력을 파견해 TF팀을 구성해, 예산 집행과 사업 공고, 심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으며, 이어서 “이를 봤을 때 물순환 사업에 대한 역할 중 50%는 조경이 맡을 수 있다”라고 하며 조경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한국에서 추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물관련 사업으로 ▲물순환형 지붕 ▲도시수경관 ▲빗물 정원 조성 ▲도시농업에 빗물 사용 ▲물순환형 도로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물순환형 도로의 빗물이용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안동시에서는 최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는 시범 사업 후 7,000여 개의 식물재배 화분을 이용한 도로변 LID 시설을 설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식물재배 화분을 통한 물순환형 도로를 구성하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식물의 생육이다. 도로변 미세 슬러지는 화분의 투수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인공적인 필터나 하수시설은 슬러지가 들어오면 기능이 저하되지만, 식물재배 화분은 식물의 뿌리와 조그만 곤충, 미생물들이 공극을 입단화하면서 기능을 유지한다. 즉, 식물의 생육 환경이 잘 조성된 시설물에는 자연스럽게 투수 기능이 보장된다. 그는 이런 사례처럼 식생 체류지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조경 분야가 그린인프라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권 센터장은 조경분야가 수질오염 총량제를 통해서 LID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물순환 선도도시가 시작되면서 환경부에서 제도를 바꿨다. 그 결과 예전에는 오염총량제도에서 인정을 잘 안 해주지 않던 LID개선수치를 오염총량제도에 수용하기 시작했다”며 환경부가 주무부처로 있는 제도에 조경업계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전했다.


엔지니어링 역량 키우고, 법제도 개선해야 그린인프라 선도 가능

제상우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부사장은 최근 물순환도시, 그린인프라, LID 관련 사업의 현황과 법제도 등을 소개하고, 조경업계의 참여 가능성과 한계 그리고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는 2016년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에 5개의 지자체를 선정해서 2,000억 원 예산을 투입했고, ‘그린빗물인프라 조성사업’과 ‘빗물유출 제로화 단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련 법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물관리기본법」, 「물환경보전법」 등이 제정되면서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물관리 계획을 수립하거나, 비점오염 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제상우 부사장은 “관련법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어 통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관 부서가 환경 분야이기 때문에 조경 분야 접근이 제한적이다. 아직 빗물분야의 법 적용에 있어 구속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환경부가 주무부처인 물순환 사업에 조경업체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하는 몇 가지 고비가 있다. 공모나 용역 참여시 설계나 용역 효과에 대한 분석자료 요청받는데, ▲비점오염 삭감부하량 ▲도심온도 저감효과 ▲증발산량 지하수 거동 등을 정량적으로 계산하고 분석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서울시 등 13개 지자체 「물순환 회복 및 저영향개발 기본조례」 등을 통해서 물순환 제도를 운영하고, 시범 사업 추진 중이지만 아직 시범 사업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다.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시가 규모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통 50~60억의 예산을 확보해서 빗물시설 확충사업을 지자체에 공모한다. 하지만 예산이 분산되고 규모가 작아지면서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되고, 조경업체에서는 설계와 자체납품 위주로 참여하게 된다.

서울시와 세종시는 최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서는 빗물관리 내용이 담긴 도면과 예산서 등 서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환경 관련 기업과 종사자들은 도면 작업에 어려움을 겪기에 조경업계가 함께 참여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상우 부사장은 “(조경이) 식생과 생태를 전문분야로 다루기 때문에 자연형 LID 시설의 설계 및 시공에서 전문가적 역할을 할 수 있고, 조경의 장점을 살려 마스터 플랜 작성과 외부공간 계획, 지역주민 참여에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며, 조경이 그린인프라와 LID 사업에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조경이 거쳐야 하는 관문을 지적하기도 했다. LID는 여러 솔루션을 종합해 최적의 기법을 찾아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설계 시 경우의 수를 세부적인 영역까지 산출하고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즉, 다양한 항목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사고와 엔지니어링 기술 요구된다.

그는 “적용 효과만 고려하면 참여가 쉬워 보이나 설계나 용역 측면에서는 상당한 엔지니어적 측면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LID 설계 프로세스의 이해와 계산과 도면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했다.

그린인프라와 LID 분야에 조경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 교육현장에서 ▲수리수문학 ▲지질학 ▲토양 ▲수질 등에 대한 엔지니어링 기술에 대한 수업을 늘릴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조경계의 참여를 활성화할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제도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용역에서 조경업체의 발주에 제외돼 수자원·상하수도 환경 분야 업체들과 참여하기도 한다. 

물순환 관련 사업 입찰에서 조경계가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특히 ▲생태면적율 개선 ▲옥상녹화 토심 규제 완화 ▲저류옥상 적용 범위 확대 ▲투수포장 기준 완화 등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발표를 마치며 그는 “공동주택단지의 경우 환경 분야 업체에 물순환 사업을 맡겼더니 사업의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조경업체에 연락을 주는 경우가 있다. 조경업체가 사업에 투입돼도 기존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고, 조경 관련 용역비가 체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수요는 있지만, 제도의 미비로 불가피한 손해를 입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충현 동국대학교 교수는 제상우 부사장의 발표에 동의하며 “교육, 자격제도 개선, 업역 세분화, 법 제도의 개선, 적극적인 참여 등 대부분이 현재의 문제다. 선배들이 지난 세월 동안 치열하게 타 분야와 경쟁해서 업역을 구축했다. LID나 물순환은 우리 세대가 새롭게 구축하는 과제다. 도시 지역 물순환과 관련된 분야나 유관분야 참여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느 기술이든지 정체되어 있으면 후퇴한다. 조경 영역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에 밀려날 수 있다”라고 하며 앞으로의 제도개선과 능력 향상에 방점을 찍었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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