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마드리드 거리를 걷다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1-08-10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37


스페인 편 - 23
마드리드 거리를 걷다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어제 도착하여 구도심을 둘러보며 도시의 분위기를 대충 살펴보았습니다. 스페인의 수도이지만 결코 방대한 규모의 대도시는 아닙니다.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걸어서 충분하리라 판단됩니다. 7월 17일 부터 6일간의 일정이라 100% 도보로 계획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파리나 런던보다는 훨씬 여유롭지요. 그래서 오늘은 지도에 의존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걷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저는 가끔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걷는 수법을 즐기는 편입니다. 이런 방법은 시간이 여유로워야 가능하고 도시가 너무 크거나 치안이 좋지 않으면 곤란하지요. 이곳은 두 번째 방문이고, 숙소를 구도시 중심부에 정하였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답니다.









호텔이 구도심이라 왕궁이 가깝네요. 왕궁 주변은 정원과 공원 박물관과 광장 등 볼거리도 많고 관광인파로 복잡합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왕궁 내부는 다음으로 미루고 주변을 가볍게 살피며 이동합니다.

낯익은 식물들을 만나 반갑네요. 우리나라 통영 거제 여수 등 남부지방에서 과수로 재배하는 비파가 익어갑니다. 그리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거리 공연도 즐기며 도심을 지나갑니다.



고풍스럽고 매력적인 벽화도 만나지요.









번화한 시내 거리로 나왔답니다. ‘선진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경관’이 제가 지금껏 추구해 온 주제이지요. 그에 걸맞는 분위기들이 하나 둘 등장합니다. 이러한 사냥감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면(풍작) 저는 미친듯이 동분서주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지요. 피곤함이나 배고픔 따위는 뒷전이랍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흥분되어 땀에 젖어 있는 저를 발견하지요. 몰입의 경지를 생각해봅니다. 누구나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능률도 배가된다지요.











제법 이동하였습니다. 지명도 생각나지 않네요. 확실한 것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입니다. 시내거리를 저인망 그물을 치듯 샅샅이 살피며 좁혀갑니다.















스페인의 많은 도시들에서 보행환경이 안전하고 여유롭네요. 또한 가로수를 2열 식재하여 그늘 숲길을 제공함이 무엇보다 부럽습니다. 가로수만 잘 조성하여 가꾸어도 도시의 녹색환경이나 미관에 크게 기여하겠지요. 바르셀로나에서도 도심의 녹색 보행환경을 유심히 살폈는데, 이곳 역시 돋보이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평생을 보행환경 개선을 위하여 승용차를 갖지 않고 지내기로 결심한지 오래고, 정년이후 지금도 변함없이 걷거나 대중교통을 생활화하고 지내지요. 우리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저의 바람보다는 아직 많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도심가로를 따라 걷다보니 의미 있는 조형물도 만나고, 보행환경과 가로녹지의 분위기를 읽게 됩니다. 건너편에는 이 도시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프라도 미술관도 보이네요. 이 미술관은 파리 루브르미술관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평가된다지요. 예약도 하지 않았고 기나긴 줄에 용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옥외공간이 보다 더 소중한 과제이지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성장하여 숲을 이룹니다. 장관이네요.









도시 거리의 품격을 높여주는 조형물과 액세서리들도 눈여겨봅니다. 모두가 필요한 요소들이지요. 자동차 보다 사람이 우선하는 도시 같습니다.



잠깐 쉬면서 옆자리 가족 나들이객과 인사를 나눕니다. 낯선 이방인에게 부담 없이 포즈를 취해주네요. 여유롭고 밝은 표정에서 행복이 충만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거목으로 자라 숲을 이룬 가로수 그늘 따라 오늘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시민과 관광객으로 거리는 역동적 분위기네요. 숙소에서 9시경 출발하여 제법 시간이 흐르고 이동하였지만, 전혀 지루하거나 피곤함을 느낄 수 없답니다. 그만큼 거리 곳곳이 알차게 정비되어 있네요. 한편 나의 열정과 건강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도 합니다. 만사가 귀찮고 의욕이 없다면 얼마나 피곤하고 지루할까요. 그래서 자신에게도 가끔 독려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충전시키고 있답니다.

현재 위치가 프라도미술관 남쪽에 위치한 Murill 광장까지 왔습니다. 왕립식물원 울타리가 보이네요. 식물원 담장 밖은 이색적인 풍경이 눈길을 끕니다. 헌책방들이 모여 있네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책을 고르고 간이 쉼터에서 머물며 책 구경을 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도록과 정원관련 소책자를 기념으로 구입하였지요.

















왕립식물원은 도심에 위치하며 3만종 이상을 보유한 식물의 보고입니다. 약용식물원을 비롯하여 분재원과 온실 향기식물원 등 제법 다양한 테마원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한적하고 조용한 도시숲이라 산책하다 쉬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심 휴게소랍니다.















테마별 구획이 바둑판같네요. 웅대하게 자라는 수목과 정원처럼 소담스럽게 가꾸는 초화들이 구분되어 공간적 조화를 이룹니다. 환경조각품들이 들이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자연과 어우러지며 운치를 더해주네요.





















시원한 숲속 원로를 따라 3~4 바퀴를 산책하며 살피고 기록하였습니다. 오늘도 스페인의 태양은 변함없이 뜨겁고 강렬함을 유감없이 보여주네요. 오늘 같이 식물원에서의 답사는 금수저급으로 분류되겠습니다. 2시간이 금세 지나가네요. 답사애도 요령은 필요합니다. 체력과 기온을 감안하여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무모할 정도로 겁 없이 종횡무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철저한 사전준비와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감안하여 적절하게 안배하고 탄력적으로 진행한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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