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위한 조경계의 실제적 역할 모델 만들어야

(사)한국조경학회 월간웨비나 탄소중립을 주제로 이번달 6일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8-13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번 달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초안을 발표했다. 이제 탄소중립은 후퇴할 수 없는 시대의 과제로 떠오르게 됐고, 각 산업 분야와 학계는 탄소중립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은 내놓고 있다.

(사)한국조경학회는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이번 달 6일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과 조경’을 주제로 월간 웨비나를 진행했고, 조경계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에 대해서 논했다. 

이번 웨비나에서는 안병청 원광대학교 교수와 조현길 강원대학교 교수, 엄정희 경북대학교 교수가 각각 발표를 맡아, 탄소중립에서의 조경계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발표했다.

조경진 조경학회장은 “탄소중립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아젠다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이루자 세계조경가협회에서도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이머전시콜’을 2019년 선언했다. 탄소중립이 시대의 중심 문제이고 조경계가 변할 새로운 계기임은 명악관화하다. 오늘의 논의가 조경 분야애 실천적인 해법과 방향을 제시해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는 개회사를 전했다. 

임종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자연상태의 산림과 녹지의 탄소흡수량을 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하면서 이를 조경계와 함께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지자체나 정책 결정권자들은 논문보다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체를 요구한다. 조경계에서도 연구 결과물을 많은 이들이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야한다”며 조언했다.

손병훈 한국수자원공사 수변생태경관처 부장은 “K-water는 탄소흡수량을 늘리기 위해 댐 홍수터, 수변생태밸트 등의 기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신규 사업 특히, 탄소흡수원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 등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수종과 식재 패턴에 따른 탄소흡수에 관한 연구와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하며 연구의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는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과 인간의 매개자인 조경이 새로운 균형점을 제공하는 ‘뉴발란스(New balance)’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안병철 원광대학교 교수, 조현길 강원대학교 교수, 엄정희 경북대학교 교수,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장, 임종수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손병훈 한국수자원공사 수변생태경관처 부장, 최원만 신화컨설팅 대표, 최은경 건화엔지니어링 전무, 강명수 LH 수석 연구원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 개발·발굴 필요

안병철 교수는 ‘기후위기시대, 탄소중립정책과 조경역할’라는 주제로 탄소흡수원 R&D와 조경계가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 모델에 대해서 발표를 했다.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을 위해서 그린뉴딜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6천조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탄소중립에 투자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그 구체적 내용이 담긴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올해 8월 5일 발표됐다. 

탄소중립을 향한 계획은 파리협정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각 나라는 파리협정 3조 ‘국가결정기여(NDC)’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출한다. 한국은 지난해 연말에 NDC 수치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로 정한 ‘2030 NDC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8월 5일에는 1차 시나리오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NDC 수치는 확정되지 않았고, 올 10월 정확한 수치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교수는 “올 10월 NDC 계획발표를 대비하고, 조경계의 기여할 수 있는 실제 모델을 만들고 할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조경 분야와 함께 범환경 분야에 걸쳐서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며 탄소중립과 관련된 실질적 기여 모델 발굴의 중요성을 전했다.

특히, 그는 온실가스 흡수를 위한 수단으로 ‘토지이용변화 및 임업(Lulucf)’에 주목하며, Lulucf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조경계가 탄소중립의 주요한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NDC 수치에는 산림 지역의 탄소저감 기여만 반영되어 있고, ▲농경지나 ▲초지 ▲습지 ▲하천 유역 등 비도시지역의 저감 수치는 반영되지 않았다. 조경분야에서는 아직 주목받지 못하는 비도시지역의 탄소흡수원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 탄소중립에 기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도시 지역의 ▲공원 ▲녹지 ▲건축녹화 ▲수공간 ▲장기미집행 공원 등의 공간을 데이터화 시켜 활용해야 한다.

안 교수는 새로운 탄소흡수원 발굴 사례로 수변생태벨트을 꼽으며 “조경계에서 진행했던 수변생태벨트는 최근에는 ‘탄소벨트’라고 불릴 정도로 탄소흡수량이 높다. 이 부분은 조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사례들을 개발해 잠재적인 추가 감축량을 늘릴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하천 정화 중심으로 고려됐던 수변정화림과 습지도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 나아가 ‘에너지 자립형 마을을’을 일종의 ‘탄소중립 마을’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있다. 20~50가구 단위로 구성된 ‘에너지 자립형 마을’ 모델에 산림, 마을숲, 생태숲 등 조경적 기능을 융합시켜 NDC 총량을 높일 수 있다. 

안 교수는 위에 제시된 모델과 도시공원 등에 탄소배출권을 적용해 실질적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조경의 역할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조경 식재 패턴 바꿔서 도시 녹지 탄소흡수량 늘려야

조영일 교수는 도시 녹지·공원 조경의 구조를 수정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미진한 제도의 개선과 심도 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전했다. 

저탄소,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탄소를 식물을 통해 흡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은 탄소배출 저감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서 조영일 교수는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에서 새로운 대체 에너지 분야에 크게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대체 에너지의 개발보다 수목을 식재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있다며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도시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도시숲과 녹지를 통한 탄소순환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도시의 녹지는 광합성을 통한 탄소흡수 뿐만 아니라 도심의 온도를 낮춰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 감소를 통한 ‘간접적 흡수’을 하며 탄소저감에 기여한다. 도시 녹지는 경우에 따라서 한 도시의 탄소 배출량을 최대 16%까지 줄일 수 있다. 

조영일 교수는 도시 녹지의 탄소흡수를 늘리기 위해 ‘탄소흡수 증진형 다층군식 제안 모델’을 제안했다. 대다수의 도시공원은 넓은 잔디 공간을 조성하고 듬성듬성 수목을 식수하는 패턴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를 교정해 다층 군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탄소흡수량을 최대 60배까지 늘릴 수 있다.

특히, 조경 수종 중 탄소흡수량이 가장 높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소형 수목을 식재해 다층군식을 한다면 경관적 아름다움과 함께 높은 수준의 탄소 흡수에 도달한다.

또한, 그는 건물 주변 수목의 식재 위치와 수종을 전환으로 탄소저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겨울철 햇빛을 차단하는 식재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남쪽에 수목 식재를 자제하거나 간격식재를 도입해 햇빛을 막지 않아야 한다. 동쪽에는 대형의 낙엽수만 식재하고. 겨울철 오전의 일조를 차단하는 소형 상록수를 심지 않아야 한다. 북서측에는 바람을 막는 상록수와 낙엽수를 심는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서향에는 어떠한 수종을 식재해도 크게 관계가 없다”라고 계절 변화가 고려된 식재 패턴을 권했다. 

이와 더불어 식물 관리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가로수의 과도한 전정을 지양하고 관리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잔디 식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어서 조영일 교수는 “탄소흡수 분야에서 조경수종에 따른 탄소흡수 계량모델를 확충하고, 토양의 탄소저장과 순탄소흡수의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탄소상쇄지표 기반공급기준 수립해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조경설계기준에는 도시녹지 유형별 저탄소 생태설계지침을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하며 탄소흡수와 관련된 제도 정비를 주장했다. 

그리고 도시숲, 조경수의 탄소흡수에 관한 국내의 기반연구와 응용연구의 미진함을 지적하면서, 앞으로의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개발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도시 열섬현상 악순환, 도시바람길숲으로 끊을 수 있어

여름철 도심 열섬현상은 온도상승으로 인한 냉방기 사용을 늘리고, 이는 다시 온실가스 증가와 도심 온도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엄정희 교수는 도시바람길숲이 도시의 온도를 낮춰 열섬효과로 인한 온도상승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여의도 광장의 경우 숲이 조성되면서 1990년대에 비해서 표면온도가 0.9도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면서 도심숲의 실제적 효과를 전했다. 

이어서 그는 산림청이 2017년부터 추진 중인 ‘도시바람길숲’으로 도심 내 녹지를 체계적으로 이용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소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바람길숲은 도시 외곽 산림 등에서 생성되는 차고 신선한 공기를 도심까지 끌고 와 공기 순환을 촉진함으로써 대기 오염과 열환경 개선에 도움을 준다. 바람길숲이 제대로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기 온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능하는 숲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길숲은 ▲바람생성숲 ▲연결숲 ▲디딤·확산숲 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바람생성숲’은 외곽에서 이 찬공기를 생성하는 숲이고, ‘디딤·확산숲’은 도심 내에서 기온 차를 이용해서 미풍을 만드는 거점 숲이다. ‘연결숲’은 바람생성숲과 디딤·확산 숲을 연결하는 선형의 녹지다. 

엄 교수는 “바람생성숲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찬공기 생성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숲을 좀 더 건강한 숲으로 조성을 해서 식생 활력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라고 하면서 기존 산림의 유지·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했다.

디딤·확산숲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토지의 피복을 자연 초지로 조성하고, 투수성 포장을 늘려야한다. 하지만 도심 내에서는 새로운 디딤·확산숲을 확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에 대해 엄 교수는 “벽면 녹화 등과 같은 수직수와 더불어 ▲옥상 녹화 ▲담장허물기 ▲녹색주차장 ▲공원리모델링 등을 통해서 디딤·확산숲의 역할과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며 해결책을 제안했다.

또한, 하천의 연결숲에는 천변의 오픈스페이스를 자연 피복 포장으로 변경하고, 도로의 연결숲은 가로와 중앙분리대에 수관 폭이 넓고, 지하고가 높은 활엽수를 식재해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엄 교수는 “도시 내 녹지 공간이 기온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경의 가장 보편적인 역할이 이런 녹지 공간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조경가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경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 곧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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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일 교수-> 조현길 교수 수정 부탁 드립니다.
202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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