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오징어게임’ 신드롬과 우리의 선택

글_김진수 논설위원((사)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이사)
라펜트l김진수 대표l기사입력2021-10-14
‘오징어게임’ 신드롬과 우리의 선택




_김진수((사)인공지반녹화협회 부회장,
㈜랜드아키생태조경 대표이사))



드라마와는 담쌓고 지내던 나도 오징어게임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드라마를 보게 만들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인생의 막장에 다다른 이들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잔인한 내용이다. 게임에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은 공정하지만은 않다. 하긴 인생이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하루에도 골백번 우리는 선택을 하며 살아야만 한다. 작게는 지하철을 탈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오늘 이 주식을 살 것인가 팔 것인가 등등. 나의 선택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기를 바라면서. 그 판단이 개인적일 수도 있고 모두에게 영향을 는 것일 수도 있다. 투표행위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사실 인류도 지금 오징어게임과 마찬가지로 백척간두에 서서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을 맞이했다. 개인의 선택이 개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다수의 선택이 정치, 사회, 경제적인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면 지금 인류의 선택은 오징어게임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선택일 것이다. 우리의 선택지가 여러 가지가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오징어게임과 마찬가지로 선택지가 적다는 것이 문제다. 지구의 생물, 환경, 대기, 모든 것을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는 것이 가이아이론이다. 가이아이론으로 보면 지구는 이미 심각한 병에 걸려 파멸을 향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지나친 흡연으로 폐암에 걸린 사람이 금연은 하지 않고 폐암을 치료하고 싶다면 얼마나 웃긴 일일까? 우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인구의 증가와 과소비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이것이 기후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어찌 몸에 해로운 온갖 것은 다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랄 것인가? 위기가 닥치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사생결단의 노력을 다해야 함에도 우리는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기후위기를 우리가 아닌 저 먼 나라의 이야기 혹은 지금이 아닌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하고 싶은 마음들이 앞서 있는 것 같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지금 지구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언제부턴가 100년 만의 가뭄, 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관측 이래 가장 추웠던 등의 기사가 일상화되었다. 이것은 모두 기후위기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더 빈번하고 혹독한 위기들이 닥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개인들이 각자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모든 물건은 에너지의 집합체이며 탄소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옷과 농산물 등 대부분의 소비재도 물과 에너지를 통해 생산될 수밖에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하나는 도시의 녹화정책이다. 특히 도시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탄소배출이 가장 집약된 장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는 녹지의 부족으로 도시열섬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여름이면 기온이 올라가고 복사열로 열대야현상이 증가하며 이 때문에 냉방시설을 더 가동하고 도시의 온도가 더 상승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도시의 폭염을 불러오고 이 폭염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고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다. 2003년 유럽은 폭염으로 7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2010년 러시아는 5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처럼 기후위기 및 도시열섬현상은 우리에게 실제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앞선 글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탄소중립을 통한 기후위기의 해결, 도시열섬현상의 완화를 통해 폭염과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많은 정책들을 런던, 뉴욕, 파리, 코펜하겐, 함부르크, 바젤, 토론토 등 많은 국가와 도시들이 이미 수립했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그들은 대부분 인공지반녹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관련된 정책들을 만들었다. 심지어 함부르크는 8000억 원(6~7억 유로) 이상의 비용을 들여 도심을 가로지르는 A7이라는 도로 중 240,000㎡를 2022년까지 인공지반녹화로 조성하고 있다.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이라는 반증이다. 우리의 경우는 그들보다 사정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집중화도 더 집약적이고, 도시녹지의 면적은 더 열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인공지반녹화의 확대를 통해 문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저관리생태형 옥상녹화를 대규모로 조성하고 아직은 문제점이 많은 수직녹화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19의 현명한 대처로 인해 많은 나라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탄소중립에 대한 정책,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려는 도시녹화정책 등은 그들보다 다급함에도 한참 뒤처져 있다. 이제 우리도 의미있는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오징어게임에서는 단 454명만이 죽었지만 기후위기는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더 위험한 게임이다. 정말 죽기 살기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 여기까지 온 충분한 역량을 가진 민족이다.
_ 김진수 대표  ·  랜드아키생태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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