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몬트리올 식물원 산책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1-10-29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254


캐나다 동부편 - 14

몬트리올 식물원 산책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우리나라 수목원Arboretum은 선진 외국의 식물원Botanical Garden과 동일한 개념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의 수목원과 식물원은 그 개념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인식되지요.

단순하게 비교한다면 우리의 수목원이 다양한 수목을 수집하여 테마별 전시해 놓은 처지라면, 식물원 역사가 오래된 외국의 경우는 대부분 원예나 정원적 요소가 지배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수목원들이 외국의 식물원을 많이 닮아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답니다. 관련법에서 두 영역을 특별하게 구분 짓지 않고 있으며 혼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 봐야겠네요. 어떻든 수목원과 식물원 그리고 정원이란 명칭이 일반인들에게 혼선을 빚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것이 분야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의 영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현재 국내의 시, 도 단위의 광역지방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는 대부분 수목원이라는 명칭으로 되어있지요. 그러나 이들 수목원이 하나같이 외국의 식물원을 추구하며 닮아가고 있답니다. 매우 단순한 것 같지만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식물원의 맑고 울창한 숲속으로 걷는 재미를 즐기게 되는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네요. 다양한 수종들은 물론, 숲속에 설치된 여러 가지 시설이나 장치들도 만나게 됩니다. 이곳 식물원은 대부분 평탄한 지형이라 산책하기에 어려움이 없지요. 그래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약자들도 많이 찾게 되나 봅니다.

이 도시가 자랑하는 식물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70년대 개최된 올림픽시설을 이곳 가까이 배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식물원은 몬트리올의 자랑이고 자존심이라네요.















식물원은 낙원이나 다름없습니다. 소중한 식물들 사이로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네요. ‘평화’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귀중한 식물들이 손상될까 봐 괜한 걱정도 하게 됩니다.

식물원은 이곳 시민들의 가족 나들이 장소로 최고 인기랍니다. 숲속 산책로를 따라 빠르게 걸으며 땀 흘리는 시민들도 자주 만나네요. 단체로 생태학습 나온 학생들도 마냥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이곳이 정말 매력적인 학습시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금 체험 시설입니다. 재미있네요.





수종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온대 북부 기후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등 침엽수종들과 자작나무 피나무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느릅나무 들이 숲을 구성하는 주요 가족들이네요. 한적하고 평화로운 숲과 푸르름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숲속에는 어린이들과 놀며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시설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을 동반한 부모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저가 아이를 키우던 시절 주말이면 주로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을 가거나 취미 생활을 하였던 게 죄송하고 후회됩니다.





















식물원의 탐방로를 따라 돌며 다양한 시설과 공간, 그리고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는 이용 행태들을 가볍게 살펴봅니다.

우리는 아직 식물원이나 수목원, 도시공원이나 정원시설이 부족한 현실이고 역사도 상대적으로 짧아 이들 공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이용문화가 아직 서툰 부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빠른 속도로 미래지향적이고 알차게 변화하고 있지요. 이러한 추세라면 머지않아 세계 으뜸가는 명소들이 등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는 최근 우리 학생들에게 전공과 관련한 해외 답사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만류를 하지요. 국내 곳곳에 세련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디자인된 시설과 공간들이 널려있답니다. 지구촌 으뜸 수준으로 치닫고 있지요. 이제 시설의 수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문화와 이용프로그램이라 생각됩니다.



수목 관리용 표찰. 수간에 못으로 고정하였네요.



경계용 펜스의 정교하지 않고 거친 모습이 매력적이네요. 주변 환경과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다목적 야외 공연장입니다. 목재를 이용한 차광시설의 조형성이 빼어나네요.

















젖빛 가문비나무.

















테마로 특화된 많은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광대한 공간의 곳곳이 정성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숲을 지나면 연못이 나타나고 또다시 초원지대와 잔디광장이 반깁니다. 이곳을 지나면 다음은 무엇이 나타날까? 하고 기대를 하게 만드는 공간구성과 배치가 매우 중요한 디자인 수법이겠지요.



숲 뒤로 보이는 구조물이 올림픽공원의 전망용 사탑입니다.













Rock garden입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을 이용하여 고산식물이나 다육식물을 배치하고 자연스럽게 가꾼 정원이지요. 꽤 다양한 캐나다의 자생종과 알파인 식물종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퍼걸라에 올린 녹음용 덩굴식물은 등나무가 아니고, 서양담쟁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벽면녹화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지요. 성장 속도가 빠르고 녹음 효과도 뛰어나며 단풍도 아름답습니다. 등나무에 비해 하중 부담이 적어 구조물이 보호됩니다.















하루 종일 식물원에서 머물다 다시 지하철역으로 나왔습니다. 지하철역 입구에 자리한 썬큰Sunken 광장에서는 젊음의 열기로 가득한 춤판이 펼쳐집니다.

조용하고 정적인 식물원과 전혀 딴판이네요. 에너지가 넘칩니다. 몬트리올이 두고두고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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