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바라보고 풍경의 바닥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됐길”

[인터뷰] 덕수궁 프로젝트2021: 상상의 정원展 ‘가든카펫’, 조경가 김아연(서울시립대 교수)
라펜트l김신원 녹색기자l기사입력2021-12-23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이 9월 10일부터 11월 28까지 10명의 작가와 함께 덕수궁 야외에서 열렸다. 네 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덕수궁 프로젝트‘는 황궁으로써의 명확한 정체성을 지녀왔던 덕수궁을 돌아보고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정원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다. 덕수궁 곳곳을 거니는 동안 10점의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중 김아연의 ‘가든카펫’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카펫을 정원의 형태로 재조성한 작품이다.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과 그가 생각하는 정원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아연 조경가 / 사진:전예슬


작품 ‘가든카펫’ 소개 부탁드립니다.

실내에서 사용되는 카펫의 형식을 정원으로 재구성하여 만든 작품입니다. 서구식 카펫을 우리나라 전통 문양으로 재구성하고 카펫이 만드는 장소성을 정원으로 해석하였습니다. 구름 혹은 꿈 속에 펼쳐진 정원을 상상하며 카펫의 가장자리에 식물을 심었습니다. 전시 기간 동안 식물은 자라고 시들면서 삶의 순환과 시간의 연속성을 보여줄 것입니다. 


덕수궁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덕수궁이 문화재로써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나 이전까지는 주로 건축물에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정원을 포함한 궁궐의 실외 공간 역시 덕수궁을 구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덕수궁 프로젝트 2021:상상의 정원’은 덕수궁의 외부 공간, 자연 공간에 더 초점을 맞춘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되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감상 포인트나 관람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덕수궁은 우리나라의 마지막 왕실이자 제국이었던 시절의 궁궐이자 동시에 우리나라 근대화가 시작되면서 도입된 문물의 영향으로 서구와 전통의 문화양식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에 들어온 서양식 건축, 실내장식물, 서양식가구는 생활양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중 서구식 카펫에 주목했습니다. 카펫은 실내공간에 특정한 영역성을 부여하는 도구입니다. 정원을 표현한 문양이 새겨진 카펫 한 장이 놓이면 그 공간에는 정원이 만들어집니다. 그러한 까닭에서 정원을 표현하는 매체로 카펫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덕수궁 석조전에는 1918년 매일신보에 게시되었던 고종의 마지막 가족사진으로부터 복원된 카펫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이를 참고하여 패턴의 구조를 짜고 우리나라 전통식물의 문양을 도입하여 ‘가든카펫’을 탄생시켰습니다.




작품 전시까지의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야외 전시인 만큼 전시 위치 선정에 심사숙고했습니다. 정원이라는 주제에 맞게 공간적인 위요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선정하고자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가든카펫’이 전시된 정관헌과 덕홍전 사이의 공간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곳이었기에 머물고 쉬어가는 장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 건물 사이에 탁 트인 공간이라 덕수궁의 경관을 바라보는 새로운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든카펫’이 기존의 모습과 연속적인 경관을 만들어내며 정관헌과 덕홍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지요.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곳에 멈춰서서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던 프레임 속에서 덕수궁을 바라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덕수궁에서의 정원의 의미에 대해 많이 고민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덕수궁이 문화재이기 때문에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가 어디까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이 들죠. 문화재라 개입 방식에 제한이 많습니다. 가령 땅을 파고 식물을 심는 것이 불가능하고 도입 수종에도 민감했지요. 덕수궁의 외부 공간에 영구적으로 남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예술 작품의 개입을 통해서 덕수궁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The H 헤리티지 가든 ‘meadow carpet’부터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black meadow’ 그리고 ‘가든카펫’까지 ‘바닥’이라는 것을 매개로 조경의 수평성에 관한 관심을 꾸준히 드러내고 계십니다. 이에 관한 탐구를 하게 된 이유는? 어떤 점에 주목하고 계시는가?

풍경은 근본적으로 바닥이라는 수평면과 그에 수직적으로 선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수직적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건축이지요. 언제부턴가 저는 건축적인 어휘로 조경을 설명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축적인 개념들로 자연과 경관의 고유성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한 고민이 대지에 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에 있는 것, 손이 아닌 발이 닿는 곳인 땅 그 자체를 들여다보고 탐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든카펫’에서 문양에 특히 신경을 쓴 것도 같은 까닭에서입니다. 사람들이 문양을 관찰하면서 자기를 낮추고 땅을 바라보고 풍경의 바닥에 관심을 가질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_ 김신원 녹색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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