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별기고] ‘K-조경’ 진화의 길: 한국조경의 향후 50년

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라펜트l조세환 고문l기사입력2022-01-04
조세환(한양대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2022년은 한국조경 50년을 맞이하는 해다. 진정 축하해 마지않는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한국조경의 괄목할 만한 성장의 흐름을 지켜 봤지만 아직…. 여전히….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조경이란 무엇인가? 초창기 추구했던 그 '철학'과 '근본'의 이해와 가치 추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특히 그러하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산업화 과정에서 왜 특별히 조경분야를 도입하고자 하였을까? 또 왜 하필이면 그 중요한 국가 경제정책 추구의 최선봉에 있는 청와대 제1 경제수석비서실에 조경담당비서관을 임명하여 조경분야를 육성코자 했을까? 단순히 그 당시에  미미하게 존재하던 관상수 업계 육성을 위해서였을까? 아닌 듯하다. 

1978년 제정된 ‘자연보호헌장’ 

그가 1978년에 환경보전기본법과 함께 제정한 '자연보호헌장'에서 한국조경 도입의 숨은 의도와 목적을 읽을 수 있다. 비단 ‘자연보호헌장 제정’ 뿐만이 아니다. '개발제한구역 지정', '국립공원법 제정', '산림녹화 추진', '새마을운동 전개', '도시공원법 제정' 등 많은 정책 추구 사례에서 그의 한국조경 도입의 의도를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철저한 자연애호가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생각한 한국조경의 철학과 근본은 보다 더 큰 국토환경 보전·관리에 대한 비전 속에서 자연의 보호와 보전 추구에 있었다. 즉, 산업화·근대화에 따른 국토·도시개발과 자연의 균형과 조화 등 녹색 국토환경 보전·계획·설계가 그가 의도했던 한국조경 도입의 궁극적 목표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녹색 국토·도시 환경정책에서 염두했던 조경철학과 가치를 오늘날 한국조경과 비교하자면 추구 대상의 공간적 스케일과 내용적 스펙트럼에서 그 크기와 범위가 지나치게 작고 협소하며 위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조경헌장까지 만들며 한국조경 도입의 오리지널 철학과 가치를 추구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룰 수 없었던 이 팩트는  오늘날 모든 조경가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회한으로 남아 있다. 

기후변화, 탄소중립, 4차산업혁명 등 동시대릍 압도하는 패러다임 주제의 핵심은 여전히 자연보호와 보전이고 훼손된 자연의 복구이고 회복이다. 오늘날 국토와 도시에서 자연이 훼손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 건물, 도로 등 인공의 회색 인프라와 구조물로 덮히지 않은 공간이 어디 있나? 녹색 리모델링과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 21세기 탈산업사회에서 이 모두가 조경의 대상이고 일감이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 조경 전문가들의 움직임 여부에 따라 건축, 토목, 도시, 산림 등 많은 분야가 조경 협업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 역시 구패러다임의  굴레 속에서 헤매며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때와 기회가 온 것 같다. 한국조경은 지나온 50년의 매듭을 기점으로 삼아 '녹색건설산업'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확장된 조경산업'( Expended LA Industry)으로 치고 나아가야 할 시점에 섰다. 

지금껏 해온  '순수 조경'을 넘어 타 분야와 협업하는, '녹색건설산업'이라는 혁신의 '융합 조경' 추구, 그게 앞으로 한국조경 100년을 향한 조경 굴기의 위대하고 담대한 비전이고 이정표다. 그게  조경가의 신(新)사명이고, 애국이며, 문명애(文明愛)다. 

2022년 한국 조경 50년을 맞으며  'K- 조경'이라는 이름의 기치 아래 '녹색건설산업' 창출이라는 원대한 희망의 돛을 올려 보자. 산·학·관이 힘을 합쳐 힘차게 노 저어 나아가 보자. 앞으로 한국조경 50년 진화의 길이 거기에 있다.


*본 기고문의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_ 조세환 고문  ·  한국조경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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