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올림픽’ 제15차 세계산림총회 개막…오는 6일까지
문 대통령 기조연설 통해 “숲 위기는 곧 인간 위기”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세계산림총회'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주관하는 산림 분야 최대 국제회의인 ‘제15차 세계산림총회(WFC)’가 5월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오는 6일까지 닷새 동안 열리는 총회는 ‘산림과 함께 푸르고 건강한, 회복가능한 미래 구축(Building a Green and Healthy and Resilient Future with Forests)’이란 주제로 진행된다.
세계산림총회는 ‘산림올림픽’으로 불리며, 6년마다 열린다.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 144개국에서 정부와 국제기구, 산림 관계자 등 1만 여 명이 참석했으며,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43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지금 생명의 원천인 숲이 안타깝게 사라지고 있다. 매년 470만 헥타르씩 전 세계 산림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의 80배에 달하는 크기다. 지난 30년 동안 감소한 산림 면적은 한반도의 8배인 1억8천만 헥타르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숲의 위기는 곧 인간의 위기다. 살아있는 온실가스 흡수원이며 물을 보존하는 숲이 줄어들면서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자연재해가 급증하며, 야생동물과 인간 간의 접촉이 늘어나 코로나와 같은 신종 감염병 위험이 증가했다”라며 “숲에 의존해 살아가는 수억 명 인구의 생활기반 또한 흔들리고 있다. 숲을 울창하게 지키고 가꾸는 것은 지구 생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다”라고 강조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인사말에서 “코비드-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건강하고 푸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숲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산림분야가 UN차원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 달성과 산림·환경분야 국제협약 이행에 어떤 역할을 할지 발전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리아 헬레나 세메도(Maria Helena Semedo) FAO 부사무총장은 “우리의 미래와 숲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1차 산업부터 3차 산업에 이르는 산림 교육 프로그램과 차세대 산림전문가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가 숲을 돌본다면, 숲 또한 우리를 돌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전 세계와 함께 우리가 처한 역사적인 위기를 극복할 준비가 돼 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총회는 세계 최대 산림회의로 숲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모든 파트너와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WFC에서 국립산림과학원은 프리뷰 세미나를 통해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조림사업을 하는 SK가 독립 부스를 만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향후 계획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세계산림총회 프리뷰 세미나에서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경험을 발표하고 있다.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한국의 산림녹화 성공 경험, 세계와 공유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세계산림총회의 배경과 핵심 내용을 다루는 프리뷰 세미나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역사와 성공 경험을 발표했다. 또 과거,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단기간에 산림을 녹화하는 데 성공한 ‘세계적 재조림 모델’로써 대한민국의 사례가 가진 가치를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일제강점기(1910~1945)에 우리나라 산림은 조선총독부의 식민재정 확보와 1937년 이후 전시체제기의 전쟁용 물자로 조달하기 위해 많은 나무가 벌채됐다.
1945년 광복 이후 우리나라 인구는 5년 동안 25%가 증가했다. 동시에 경제적 빈곤 해결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허가 없이 산의 나무를 몰래 베어 땔감으로 쓰는 도벌과 화전을 일구는 행위가 만연했고, 이에 산림의 황폐화는 가속됐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전쟁 직후 1953년, 우리나라 산림의 절반가량이 황폐해져 나무부피를 나타내는 임목축적은 전국 단위의 산림통계가 만들어진 1927년 이후 가장 낮은 3,600만㎥에 불과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강력한 산림녹화 정책과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가정용 땔감이 화석연료로 대체되고 도벌과 화전이 사라지게 됐다. 동시에 정부의 대규모 조림사업과 강력한 산림보호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2020년 임목축적은 1953년 대비 약 29배가 증가해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세계적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발표자 배재수 미래산림전략연구부장은 “이제는 산지에서의 녹화를 넘어 국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에 숲을 조성하고 더 많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산림복지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의 과거 산림녹화 성공과 축적된 산림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산림에 대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산림과학 기술을 공유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SK임원은 세계산림총회서 독립 부스를 통해 50년 조림사업을 소개하고 ESG 경영을 위한 향후 계획을 알렸다. / SK 제공
SK, 50년 조림사업 등 ESG 경영 선보여
SK그룹이 SK임업 창립 50주년을 맞아 그간의 탄소감축 노력과 국내 1호 탄소배출권 확보 그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SK는 한국 기업을 대표해 독립 부스를 만들어 참여했다.
SK임업 전시부스인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은 SK그룹의 산림 조성 및 탄소 감축 노력을 하나의 여정처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몄다. SK그룹이 조림 사업을 해 온 충주 인등산을 모티프로 전시관 전체를 하나의 숲 속 길처럼 조성했다. 중앙부에는 나무 모형(생명의 나무)을 설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은 지난 1월 美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2’에서도 선보여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SK임업은 이번 총회에서 조림을 통한 다양한 탄소 저감 사업도 소개한다. 강원도 고성의 황폐지에 자작나무를 비롯한 조림수 25만 그루를 심어 진행 중인 A/R CDM(신규조림/재조림 청정개발체제)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는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으로, SK는 201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종 인가를 받아 숲 조성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국내 1호 기업이 됐다.
또한 SK임업은 조림사업 등으로 탄소흡수를 늘리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탄소배출권을 탄소감축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기업과 개인에 공급하는 ‘산림 기반 탄소 배출권 거래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SK임업은 해외 개발도상국의 산림보호활동에도 참여해 산림탄소배출권을 확보했다. 또 탄소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관계사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꾸준히 개발할 예정이다.
- 글 _ 주선영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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