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경 50, 미래비전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조경학회,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언 토론회’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7-01
(사)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언 토론회’를 29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글로컬홀에서 개최했다.

한국조경 50주년을 맞아 한국조경의 현황과 과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50년의 비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한국조경학회는 ‘한국조경50 비전플랜선언 토론회’를 29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글로컬홀에서 개최했다.

비전플랜위원회는 미래 50년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구성된 특별위원회다. ▲조경의 개념과 정체성 ▲조경의 영역성과 전문성 ▲미래 환경의 변화와 조경의 대응 세 분야로 나누어 조경 안팎의 의견을 모으는 등의 활동을 해왔으며, 지난 3월 ‘한국조경 50 비전플랜’ 선언문 초안을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조경분야 단체장들에게 초안을 공유하고 조경인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선언문을 만들기 위해 의견을 청취하고자 마련됐다.

조경진 회장은 환영사에서 “한국조경이 5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향후 50년에 어떻게 갖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짚어주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비전플랜 선언과 관련해 준비해 왔었던 내용들을 공유하고, 여러 소중한 의견을 반영해 보완하려고 한다”며 토론회 개최 목적을 밝혔다.




한국조경 50 비전플랜(초안)

지난 50년 한국조경은 국토환경 보전과 공간복지 향상을 실천하며,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자 행복한 삶의 기반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조경은 심화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환경의 질과 인간의 건강, 웰빙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론과 실무의 균형,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 개방적 자세와 문화적 기여, 그리고 인재교육 등을 다하고자 다음과 같이 “한국조경 50 비전플랜”을 선언한다.

1. 조경은 현장 중심의 학문과 산업으로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위해 ‘분석·계획·설계·시공·운영·관리’의 전 분야를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2. 조경은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구현, 생태계 보전, 도시 불평등 해소, 재해예방 및 국민건강 증진에 힘쓰며 미래를 선도하는 지식 축적과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
3. 조경은 경관 가치 향상과 지속가능하고 회복탄력적인 환경 창출을 목표로 협력하며,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사회적인 책임과 윤리를 다한다.
4. 조경은 개방적인 자세로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고 사회와 소통함으로써 연구와 교육, 실무의 고도화를 통해 시대적 변화 요구에 대응하며 국가정책 및 사회공익에 기여한다.
5. 조경은 다양한 도시·환경·사회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여 조경인의 위상을 높이고 조경의 지평을 넓히도록 노력한다.

이날 토론은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수석부회장(차기 학회장)을 좌장으로 심왕섭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옥승엽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 회장, 이재흥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 회장, 이정현 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회 위원장, 이홍길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정길균 (사)놀이시설조경자재협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학계와 산업계가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앞으로도 이러한 자리가 자주 마련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심왕섭 이사장은 조경을 하나의 ‘예술’로 바라보고 비전을 키워갈 것을 제안했다. 건축, 토목 등 관련 분야와 기술력으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기술보다는 조경의 예술적인 부분을 승화시켜서 영역을 넓혀나간다는 방향성이다.

아울러 조경에 중요한 것들이 ‘조경진흥법’에 담겨있고 앞으로도 개정을 통해 명문화되기에 이 부분을 학생들이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에 포함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옥승엽 회장은 지난해 조경학과 출신들이 산업계 어느 부분에서 얼마나 일을 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조경산업 관련 기술자가 11만명이며, 6만명 정도가 조경전담인력으로 추정되었다. 이중 최소 50% 이상이 시공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로 커리큘럼에 있어 조경설계에 비해 조경시공에 대한 부분이 약하다는 점을 짚었다. 조경학과 졸업생일지라도 현장에서 2년을 다시 가르쳐야 기술자로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업종화로 인해 조경을 위한 포장공사나 설비공사 등이 조경공사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생기면서 업역을 지키기 어려워진 상황이기에 더욱 더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흥 회장은 “지난 50년간은 조경이 필요했기에 쉽게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며 전체 건설산업 160조 규모 중 7조, 4.4%를 차지하는 조경산업 생태계가 확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가 상생구조를 유기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로 학계에서는 보다 고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을 종합과학예술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가 필요하다. 나무 한 그루뿐만아 아니라 갖가지 재료들과 전기 설비까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로서의 조경인이라면 ‘이 나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아닌 ‘이 나무를 여기에 왜 심었느냐’는 질문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산업계에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기술개발을 요한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인재들이 업계로 나와 부단히 노력해야 조경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홍길 회장은 “으레 조경은 건축물이 아닌 외부공간 전부를 다룬다고 하는데 그렇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경사’ 자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으며, “팬데믹으로 조경공간의 중요성이 부각된 현 시점에서 각 지역의 자원과 결부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산학이 지혜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현 회장은 공원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정길균 회장은 입찰시 ‘지역제한’으로 인해 유령업체가 양산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개선방안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좌장인 김태경 교수는 인구문제를 반영해 인구감소시대에 조경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비전도 필요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플로어에서는 조경의 ‘문화’적 측면을 비전으로 담아줄 것과, 조경이 해야할 수많은 일들의 우선순위를 잘 정해 비전에 담아야 할 것을 요청했다.


발제 중인 이유직 비전플랜위원회 위원장, 이상민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 김건우 한양대학교 교수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비전플랜위원회의 그간 활동에 대한 성과가 발표됐다.

조경의 개념과 정체성

이상민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재민 청주대 교수는 2022년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이해, 인식하고 있는 조경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가독하고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조경은 ◯◯이다’라는 주제로 학생 227명, 일반인 50명, 전문가 73명을 대상으로 조경에 대한 이미지, 정의, 미래에 관한 인식을 설문조사 했다.

한국에서 ‘조경’ 용어는 경제성장기에 도입된 이후, 초기 이용목적과 의도에 따라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그 정의와 의미, 가치가 진화해 확장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대부분의 설문자는 공통적으로 조경은 ‘의미 있고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분야로 정의하고 있었다. 과거 ‘나무를 심는’으로 인식되던 것에 달리 조경이 추구한 본질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모여 조경을 표현하기 위한 ‘조경을 상상하라! 메타버스로 만난 조경’ 공모전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조경의 가능성과 걱정을 동시에 확인했는데, 조경은 현실에서 공간을 구현해내고 특히 인간의 감각을 다루는 반면, 메타버스는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경가 또한 시대적 전환에 맞게 산업 영역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음을 짚었다. 해당 공모전에서는 관련 용역을 메타버스로 구현하고 실제 공간에 재현했다.

이상민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조경 경계의 확장을 위한 도구 중 하나로서 메타버스의 가능성은 있지만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숙제이다. 현실적으로 현재 산업구조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은, 그동안 산업계에서 해왔던 방식과는 너무 다르기에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다 적극적인 논의와 노력, 새로운 시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전을 통해 일반대중과 학생들에게 조경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수단임을 확인했으며, 앞으로도 조경의 홍보 수단이자 도구로 유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간과하거나 놓치고 있는 소중한 지점은 살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영역은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척할 필요가 있다. 시대적 변화와 요구를 토대로 미래 조경과 조경산업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전했다.


조경의 영역과 전문성

서미경 해안건축사사무소 수석과 안명준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는 그동안 한국에서 형성된 한국조경의 영역과 전문성에 대해 조사,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했다.

조경의 활동영역은 ‘공학, 제조, 건설’을 중심으로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 농림어업 등이 주를 이루고, 보건복지, 정보통신, 교육 등은 미진한 편이었다. 또한 기후 관련 전후방 활동이 연구로서는 많으나 실무로서는 적은 편임을 짚었다.

조경의 설계, 시공 등의 단위사업이 제도적으로 적절하게 규정되고, 범주화 됐으나 생각보다 새로운 도전이나 활동의 개척이 많지 않았다.

영역성은 ‘유용식물’과 같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 전문성은 도로변 완충녹지와 같은 매우 작은 요소이거나 편협하게 집중된 분야에 집중되는 극단의 양상으로 나뉘었다. 따라서 조경이 다루는 대상물에 대한 대중소 등의 규모별, 이슈나 이용에 따른 목적별 등의 옥외공간 분류와 실무에 관한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벽면녹화 시스템, 생태계 복원 등 광업, 전기통신 등 조경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 및 확대가 진행 중이기에 영역성에서도 보건복지, 정보통신 등의 분야를 포함하고 보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역성과 전문성 모두 ‘산·관·학·연’, ‘계획, 설계, 시공, 관리 등’의 전통적 접근보다는 현장 결과물에 적합한 세분된 활동들이 모호한 개념으로 통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전반적으로 거대담론 중심이 아니라 현장에 집중하는 활동이 필요하며, 세분화된 영역과 산업들이 통합적으로 조성되고 운영되는 것을 지향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미래 환경 변화의 조경의 대응

전진형 고려대 교수와 김건우 한양대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조경은 어떤 의미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미래환경’, ‘웰빙’, ‘기후변화’를 키워드로 1년간 빅데이터 텍스트마이닝 한 결과를 통해 미래 조경이 가야할 길을 분석했다.

‘미래환경’과 관련해서는 특히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EGS 경영이나 각 나라별로 지속 가능한 개발(SDG)과 같은 개발 목표가 시대적 흐름과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키워드를 빅데이터 기반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서 비교 분석한다면 다양한 미래 환경 변화에 대한 조경의 대응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웰빙’과 관련해서는 친숙하게 알 수 있는 건강, 다이어트, 웰빙 푸드 등이 많이 검색됐기에, 보건도시, 보행도시, 건강도시, 도시농업, 레저를 통한 보건과 안정, 삶의 질과 관련되어 조경이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큰 시대의 흐름 및 패러다임으로서 온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고, 특히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감의 방향성으로 조경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키워드들을 함께 분석한 결과, 정원산업 및 교육, 공동주택 조경이 도출돼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김건우 교수는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미래 문화를 전망하며, 그리고 공동주택에 정원이나 실내조경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산학 협력을 통한 전문건설업 등록 신청을 통해서 취득 자격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한 “미래환경에 대한 조경은 지속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환경이라는 가치와 공정, 그리고 경제적인 가치를 포함해서 경제적 자본과 물적 자본, 자연적인 자본,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가 이어가고 있는 환경과 사회 경제라는 본질과 윤리 공정 상생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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