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숲과 산불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2-07-13

숲과 산불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35억년 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세포들이 출현한 이후 지금의 산소 농도 21%를 유지시켜준 것은 이산화탄소를 열심히 소비해준 식물 덕분이고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지구가 되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수관으로 덮인 비율이 10퍼센트 이상이고 면적이 0.5헥타르 이상인 토지. 나무들이 원위치에서 다 자랐을 때 최소 5미터 높이에 이를 수 있어야 하고, 인간의 개입 또는 자연적 원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목이 생입하지 않고 있을 뿐 숲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입목지(unstocked stand)도 숲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숲의 면적은 4,200만㎢로 지구 지표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은 참나무에서 생겨났고 숲을 인류의 발상지로 간주했지만 숲을 개간하여 도시를 만들면서 숲이 빠르게 제거되어갔다. 산업혁명이전 5조 8천만그루로 추정되는 지구의 나무는 매년 평균 153억 그루가 사라져 지금 지구에는 3조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금세기초의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를 유지하려면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숲의 상태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용어 중 임목축적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1961년 10㎡/㏊이었던 것이 2021년 현재 근대 이후 놀랄만한 임목축적을 이루어 165㎡/㏊로 성장을 하였다. 반면 1938년 산림면적은 73%였지만 지금은 63%로 줄어들었다. 인간이 사는 터전을 만드느라 10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10%의 산림이 사라진 것이다.

1933년 일제강점기에 한국을 방문한 독일학자 라우텐자흐(Hermann Lautensach)교수는 실질적인 산림은 33.3%라고 보고하여 산림면적에 비해 숲이 있는 지역은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고 산림이 남아있는 곳은 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큰 산맥이나 사찰이 보호하는 숲 정도였다고 한다.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숲

그러나 15세기 목재사용량을 근거로 추정한 임목축적량은 600㎡/㏊를 넘어야만 일반인들의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었고, 국내외 온대원시림의 임목축적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인간의 간섭이 적었던 시절의 숲은 주로 참나무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한 활엽수가 많았지만 인간의 간섭이 늘어나면서 숲의 토양이 척박하게 되면서 소나무가 자연 발아하여 거주지 주변이 소나무숲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15-17세기에 들면서 대부등(大不等, 매우 굵은 2-300년 된 아름드리 나무) 중 참나무 14%, 느티나무 9%, 소나무 40-73%로 소나무의 비율이 증가하였으며 18-20세기에는 72-89%정도로 소나무의 비율이 확대되었다고 한다.

조선의 중요하고도 훌륭한 정책 중 하나라고 칭송하였던 금표(禁標)와 봉산(封山)제도는 국가의 주요 목재로 사용하려면 100년 이상의 수령이 필요한데, 대마도 정벌 등을 위한 병선을 만들 소나무가 소진되어서 이러한 위기 상황을 인식한 국가에서 만든 제도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 전통숲으로서 가치를 가졌던 수(籔)의 개간이나 화전, 경작지의 조성, 땔감 등으로 급격히 산림이 감소하여 1913년 조선총독부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원시림에 준하는 숲은 23.3%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 의한 산림과 하천의 개간이 수탈의 차원에서 이어졌고 척박한 땅에 정착하기 쉬운 소나무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고 일제 강점기 소나무가 한국인의 애국가에 들어가는 친화력의 매개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울진 소광리 황장 봉계 표석

실제 1943년 조선총독부가 조사한 통계자료에도 침엽수 64.2%, 활엽수 35.8%로 나타나는데 상대적으로 북한지역은 활엽수의 비율이 높아 남한지역만 한정한다면 소나무숲의 비율이 75∼80%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금 세월이 많이 흘러 소나무숲의 비중이 3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숲의 변화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그나마 앞으로도 소나무숲으로 유지되면서 인기가 있는 지역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송이가 생산되는 지역정도 아닐까 한다.

2022년 산을 생각하면 산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울진·삼척일대의 대형 산불은 물론 크고 작은 산불이 일어났으며 내가 사는 밀양에도 대형에 견줄만한 산불이 일어났는데 이 지역도 송이가 생산되는 곳이었고, 최근 이러한 대형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시기이다.


2022 울진·삼척 산불 현장

USDA FS Pacific Northwest Research stationdp 40년간 근무했고 시애틀 워싱턴 대학의 제휴 교수이기도 한 Paul Hessburg교수는 미국에서 많은 대형산불(Mega Fire)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강의를 해왔는데 첫째는 과거 숲의 밀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고 숲이 자라는 길목을 따라 발생하는 산불은 소규모로 일어나서 그 자체가 대형산불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한 원주민들이 사냥이나 작물재배를 위해 소규모 산불을 인위적으로 질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산불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터득한 1,800년대 유럽의 방목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를 들기도 하였다. 둘째 2차대전 이후 상업적 목적으로 숲에서 대규모 벌채가 있어났고 큰나무 제거 이후 수백 년 동안 숲을 지켰던 큰나무들이 사라지면서 숲의 밀도가 급격히 높아지게 되었고 같은 크기의 동일 수종이 자라게 되었으며 껍질이 얇고 불에 약한 수종들이 밀집하는 등 수용력을 초과하는 숲의 밀도로 인해 질병, 곤충에도 취약할 뿐 아니라 대형산불의 발생이 많아지게 되었고 특히 수십 년 동안 쌓였던 낙엽 낙지가 불의 강도를 강화시켰다고 한다. 셋째,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이 점점 더 건조해지고, 바람의 강도가 세어지면서 산불일수도 확대되고 산불피해면적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산불과의 공존 정책이 필요하며 죽은 나무 태우기 등 계획된 화재를 통해 숲관리를 하는 등 숲의 규모와 밀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1997년 줄리아 ‘버트플라이’ 힐이 캘리포니아 세콰이어 나무에 올라가 2년을 보낸 것은 태평양목재회사가 오래된 큰나무를 벌목으로부터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의 가치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숲도 미국의 숲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지며 일제 강점기에만 해도 듬성듬성하던 산림이 이제는 우거질 정도의 울창한 산림이 되었으며 그것은 임목축척도가 말해주고 있다. 큰나무는 사라지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밀도가 높은 숲은 산불에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Smoky National Park의 숲 / 
Smoky Bear

미국의 FS가 만들어진 이후 산불예방은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였던 것처럼, 산불예방은 숲 보호를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1944년  산불방지를 위해 만든 Smokey Bear는 링컨국립공원에서 담배꽁초로 인해 산불이 일어났을 때, 불에 탄 나무에 매달려있던 새끼곰 한 마리를 구출하면서 실사 모델이 되었는데 ‘명심하십시오, 산불 예방은 오직 당신의 몫입니다(Remember, Only you can prevent forest fires)’라는 슬로건으로 미국인들에게 산불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숲과 산불에 대한 정책은 단편적인 시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숲은 미래의 필수적인 일부이며, 자연자원, 생물다양성, 기후변화는 전 세계의 숲의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문화와 정신 생태계서비스로서 힐링으로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숲의 역할은 거시적인 측면에서 사유림, 숲의 가치와 기능, 국민들의 이용과 미래 지향적 전략이 필요하며, 지금까지 가져왔던 숲과 산불에 대한 정책도 탄소중립이라는 큰 물결 속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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