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설계자가 말하는 광화문 광장을 즐기는 법

조용준 논설위원(㈜CA조경기술사사무소)
라펜트l조용준 소장l기사입력2022-07-26
설계자가 말하는 광화문 광장을 즐기는 법




_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다시돌아온광화문광장

다행히도 지난 3년 반의 설계 이야기들이 8월 6일 실제 공간으로 펼쳐진다. 여러 절차와 과정, 그리고 촉박했던 일정 때문에 실현하지 못한 당선작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전문가들이 더 궁금해 할 것 같은 설계과정의 이야기들은 뒤로 남겨두겠다. 이번 논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8월 6일 다시 돌아오는 새로운 ‘광화문 광장을 즐기는 법‘을 제안한다. 각각의 해시태그(hashtag)는 마치 나의 인스타그램(design_joje) 계정에 올리듯 마음대로 구성하였다. 


#청개구리팽나무

세종대로 23길과 광장이 만나는 지점에 열리마당이 있다. 이곳에 13주의 정자목(은행나무, 느릅나무, 팽나무, 칠엽수)을 심었다. 그 중 8주가 팽나무다. 우영우변호사에 나오는 소덕동의 팽나무처럼 마을을 지킬 만큼 크고 아름답지는 않지만, 시공하는 과정에 팽나무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수목들을 찾으러 여러 지역을 다녔는데, 그 중 함안에서 팽나무 옹이사이에 숨어 있는 청개구리 3마리를 발견했다. 팽나무와 함께 데려오자는 재미난 대화 속에서 청개구리가 서울에서 살고 싶을지 물어보자는 농장주인의 말이 기억에 남아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시골쥐와 도시쥐‘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8그루 팽나무들 중에 청개구리가 살았던 나무의 옹이를 찾아보는 것도 광화문만의 재미일 듯하다.


#오징어게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로고가 한글분수의 형태와 닮았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다. 혹시나 오해할까봐 남기는데, 오징어 게임이 방영하기에 앞서 분수 디자인을 끝냈다. 우리는 천, 지, 인을 상징하는 동그라미, 네모, 그리고 세모의 모양을 합쳐 한글분수를 디자인 했다. 이 세 개의 도형을 따라 225개의 노즐을 설치하여, 28자의 한글을 분수로 표현하였다. 광장레벨에서 글자모양을 느끼기 어려다면, 주변 건물로 올라가 보자. 글자형태로 프로그래밍 된 분수를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분수 앞 스타벅스 2층 창가자리가 베스트 스팟이다. 나는 가끔 공사 감리를 하다 쉴 때면 그 자리에 앉아 발칙한 상상을 하곤 했다. ‘새로운 광화문 광장이 오징어게임 만큼이나 유명해지기를......하하하’ 


스타벅스 2층에서 바라본 한글분수


#한글찾기

영국 삽화가인 마르틴 핸드포드(Martin Handford)가 만든 ‘월리를 찾아라‘에서 영감을 얻어, 한글 낱자들을 광장에 숨겨두었다. 모든 한글 낱자를 찾으려면 폭원 60m, 길이 600m의 광장 곳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단순히 공간이나 시설물 모양에 맞춰 숨겨둔 낱자도 있지만, 어떤 낱자들은 함께 배치되어 초성게임을 즐길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포장에 ㅈ, o, ㅅ을 새겼는데, 세종대왕의 업적과 관련하여 유추해보면 쉽게 맞출 수 있다. 또한 낱자 배치 속에 설계자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재미있다. 한 예로, 문화쉼터에는 ㅕ,ㅑ가 새겨진 기다란 석재 테이블이 있다. 여당과 야당의 대표들이 함께 앉아 간단한 음료를 즐기며 화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두 낱자를 배치했다. 혹시나 그렇게 된다면, 제안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니 꼭 나를 불러주기 바란다. 


#흠뻑쇼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겐 물놀이공간이 최고다. 광장에는 9가지의 물 풍경이 있는데 그 중에 명랑분수, 한글분수, 터널분수, 바닥우물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놀이 공간이다. 공간마다 물을 연출하는 방식이 달라,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터널분수는 77개의 물줄기가 광화문 방향으로 일정한 아치형 통로를 만든다. 물줄기 사이를 오가며 동서남북방향으로 뛰어 놀기 좋다. 또한 터널분수 끝에 한글 분수가 있어 더운 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장소이다. 사계정원 초입에 있는 바닥우물은 화강석 깎아 지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치 땅에서 용천수가 올라오듯이 13개의 캔들 노즐을 설치했다. 화강석 지형에 쪼그리고 앉아 발을 담구고 놀기 좋다. 앞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라올 어린이들의 익살스러운 물놀이 짤이 기대된다.


터널분수 뒤로 보이는 광화문


#갬성사진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다. 광화문에 왔다면 사진한번 남기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취향에 따라 다양한 뷰 스팟을 찾을 수 있다. ‘나 광화문 왔다‘ 뷰는 이순신장군상, 세종대왕상, 그리고 광화문을 배경을 찍으면 뒤에 있는 경복궁과 백악산을 함께 담을 수 있다. 동측 도로를 따라 나무를 심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열린 경관을 유지하고,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담기위해 비워두었다. 이런 뷰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광장의 느낌을 앵글에 담아보자.  

1. 광장숲에서 이순신장순상의 옆모습을 찍어보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장군의 얼굴이 그렇게 얼짱일 수 없다. 숲속에서 만나는 이순신장군의 모습이 색다를 것이다. 

2. 시간과 계절에 상관없이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터널분수 사진은 최고의 포토 존이다. 늦은 저녁 터널분수 서측으로는 바닥에 은하수 조명이 연출되고, 동측의 해치마당 램프에는 미디어 월에 영상이 연출된다. 다이나믹한 빛을 담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3. 역사물길에 놓아진 통석에 앉아서 광화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혹시 괜찮다면 신발을 벗고 3cm정도 깊이로 흐르는 물길에 발을 담가보자. 친구의 얼굴을 마주하고, 한명은 발을 쭉 뻗어도 좋을듯하다. 물길 뒤에 심겨진 푸른 수목들이 멋진 배경이 될 것이다. 

4. 시간의 정원 유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변경된 광화문 광장의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에 하나가 과거 육조거리의 터를 명확하게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사헌부터의 문지 주춧돌과 우물, 그리고 배수로의 유구를 노출 전시하였다. 시간의 정원 동측의 화강석 스탠드에 서서 찍으면 유구의 흔적이 더욱 잘나온다 

5. 고풍스러운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보호각 하부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줌을 사용하여 사진을 찍어보자. 아이폰을 이용한다면 3배줌이 재격이다. 검은돌의 벽천위로 소나무와 진달래가 식재된다. 소나무의 줄기 사이로 보이는 광화문은 꽤 고풍스럽다. 

6. 화려한 영상과 빛을 원한다면, 해치마당 램프를 따라 조성되는 60m길이의 미디어 월 앞에서 사진을 찍자. 광장을 배경으로 독특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7. 광장 내 28개의 글자를 찾아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남겨보자.

8.  개인적으로 2002년 길거리 월드컵 응원을 하면서 사진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데, 앞으로 광장에서 펼쳐질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를 사진에 담아보자. 작은 공연을 위해 광장 내에 공용 전기를 5개소 설치하였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설치하여 작은 공연들이 동시에 많이 열릴 수 있다.


소나무 뒤로 보이는 백악산과 광화문


당선안의 바닥 패턴


#일상과숲

서측도로가 사라지면서 장담컨대 광장은 일상의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이는 광장과 도시가 만나는 엣지를 따라 서로 다른 조막숲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종의 수목들의 식재간격과 배식방식을 달리하여 광장에는 크게 5개의 숲이 있다. 

1. 세종대로 사거리의 광장숲에는 느티나무, 느릅나무, 팽나무를 촘촘히 식재하여 멀리서도 짙은 숲을 표현하였다. 그늘 아래에서 녹지들 사이로 걷는 즐거움이 있다. 

2. 열린마당의 숲은 광장 내에서 가장 큰 수목들로 널찍한 간격들로 식재하였다. 터널분수, 소셜스탠드, 한글분수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어 지하고가 높고 주변으로 열린 느낌으로 배식했다. 이동식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광장의 풍경과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다. 

3. 세종문화회관앞에는 참나무 6형제 중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를 심었다. 도심안에 참나무를 심는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설계자의 의도를 끝까지 지켜낸 내용 중에 하나다. 목제데크 위에 기다란 화강석 테이블에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수다 떨기 좋은 장소이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의 공연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앉아가기 좋다.

4. 세종로 공원에 위치한 사계정원은 다양한 수종의 다층구조로 식재된 숲이다. 광장보다 0.6m정도 낮게 위치하고, 높은 밀도의 식재되어 주변과 단절된 느낌을 가진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도시의 빌딩 풍경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 날수 있다. 또한 사계절 다양한 꽃과 열매, 단풍을 즐길 수 있다. 

5. 광장 가장 북측에 위치한 소나무 숲은 광화문과 함께 고풍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기 위해 조성된 숲이다. 12~14m에 이르는 소나무가 11주와 하부에는 진달래를 심었다. 보호각 하부에 있는 유구시설과 함께 육조거리의 옛 풍경을 상상하며 쉬기에 좋은 장소다.


열린마당의 13그루 정자목


# KT소셜포레스트

CA 조경설계사무소가 준비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광화문광장 서측에 렌조 피아노(renzo piano)가 설계한 KT EAST 사옥이 있다. 8월 6일 광화문 광장 개장에 맞춰, KT와 종로구청이 건물주변으로 새로운 유형의 도시숲을 오픈한다. 바람정원, 하늘정원, 배롱나무 숲길, 버드나무 숲길로 명명되는데 이름처럼 평범하지는 않다. 광장과 전혀 다른 스케일과 밀도를 느낄 수 있는 숲이다. 산책을 하면서 나뭇잎에 여러 대의 뺨따귀를 맞을지 모른다.

방문한다면, 숲 언덕위에 높여진 작은 플랫폼에서 바람이 불때까지 잠시 앉아 쉬기를 추천한다. 골바람이 자주 불어오는데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윈드 웨이브(Wind Wave)의 풍경과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 


KT Social forest, 윈드웨이브


# 7월 24일 현장을 다녀와서

오늘도 광화문 광장과 KT EAST 타워의 공사현장을 다녀와 지난 금요일에 보냈어야 할 논설을 이제야 쓰고 있다. 주말도 없이 현장을 오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CA의 직원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솔직히 나는 번 아웃 직전이다. 프로답지 못하게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은 개장 전에 우리의 노력을 위로받고 싶어서다. 개장이후 냉철하게 평가될 이야기들 앞에서 이런 과정들은 핑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8월 6일 새롭게 조성되는 광화문 광장을 꼭 가보길 권한다. 그리고 당신이 느낀 새로운 광화문 광장에 대해 이야기 해주기 바란다. 설계안을 실현하기 위해 흥분하고, 격앙되고, 실망하고, 자조하던 마음들을 내려놓고 겸허한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듣겠다.
글·사진 _ 조용준 소장  ·  (주)CA조경기술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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