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국가계약법,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23일 건축학회-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간 공동세미나 열려
한국건설신문l황순호 기자l기사입력2022-09-27

23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서 열린 대한건축학회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공동세미나 현장 / 한국건설신문

국가계약의 불합리한 점에 대한 성토와 더불어 이를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세미나실에서 대한건축학회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간의 공동세미나가 열렸다. 현행 국가조달계약법의 불합리를 지적하고, 이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자리였다.

현행법상 발주자-원도급자는 국가계약법에서, 원도급자-하도급자는 하도급법에서 다루고 있는데, 각 도급 단계를 일원화하는 관리 체계가 없어 ▲계약공정 준수 책임 회피 ▲산업구조의 수직적 서열화 ▲공사 실행주체 및 업역 간 정보 교류 단절 등의 문제점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가계약법 제5조의4에 따르면 수급사업자는 계약대상자에게 해당 계약을 이행할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도록 관리해야 함에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국가계약법과 하도급법 간 충돌로 인해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보장돼야 하는 노동 기본권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국가가 발주자인 공공공사의 경우 시장 논리 존중이라는 명목으로 원도급자에게 사업을 진행할 권한 및 책임을 그대로 떠넘기면서 최소한의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으며, 이것이 곧 공공조달의 투명성, 공정성 및 안전성 저해로 이어지면서 공사 현장에서의 불공정 및 안전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법권력의 주체가 그 책임‧의무를 수행하고, 그 과정‧이유‧결과 등을 국민에게 보고‧설명할 책무를 저버림으로써 국민의 81.2%가 사법부를 불신,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의 신뢰도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 손영진 대한건축학회 국가계약제도 선진화특별위원의 설명이다.

또한 손영진 위원은 “국가가 국가의 권위를 핑계로 사법적(私法的) 계약당사자에 발주자의 권한과 책무를 떠넘김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국가가 공공공사 등의 계약질서 유지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연방조달법(FAR) 및 이를 적용한 평택 주한미군 기지 이전사업 등의 사례를 들며, 국가가 나서서 공사계약 이행 과정에서 하도급자 및 현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발주자로서의 관리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남궁술 경상대 법대 교수는 국가계약법 자체가 국가를 발주자로 하는 계약 업무에 있어 물품‧자재 조달, 공정 중 안전 확보 등 보다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해 존재함에도 국가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건설업 내 불법 재하도급 문제가 만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또한 공공공사 등 국가계약의 주체라는 자각과 그 책임감을 가지고 주어진 책무를 완수, 이를 통해 계약 윤리를 바로세워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풍조가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집중토론에서는 ▲오상근 서울과기대 교수 ▲이진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호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등이 의견을 나누었다.

오상근 교수는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 실태가 우리나라의 건설산업에 대한 인식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임에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며, 최저가 낙찰제 등 ‘가격’에만 치중한 게약제도의 불합리를 성토함과 동시에 법 개선 과정에서 하도급자 및 현장 노동자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수 교수는 국가계약법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공법적(公法的) 측면을 강조하는 법 체계를 수립할 것과 계약 윤리의 확립이 민간 공사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김성호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자가 지난 10년간 4~5천명을 기록한 것, 그중 50% 가량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것과 대다수가 추락‧끼임 등 후진국형 사고인 점을 지적하며 법체계의 개혁뿐만 아니라 법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근 연구실장은 현행법상 법 위반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에 상습범‧재범률이 높은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국가계약법뿐만 아니라 관련 법체계들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은 “이 자리는 건축‧법무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국가계약법의 근간을 개혁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상호 교류를 확대해 보다 합리적인 법‧규율이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용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은 “건설업은 지난 1960~70년대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도시화와 더불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끌어낸 일등 공신임에도 제도‧법‧안전관리 등 질적인 측면에서 양적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도 불합리 등을 적극 발굴하고 타파함으로써 건설업 및 그 종사자들의 사회적 위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_ 황순호 기자  ·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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