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뉴욕에서 조경하는 P씨와의 대화

글_백종현 논설위원(HEA 대표)
라펜트l백종현 대표l기사입력2022-09-29
뉴욕에서 조경하는 P씨와의 대화




_백종현 HEA 대표



(서울의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24층, 어느 럭셔리한 호텔의 라운지. 1900년대 초반, 뉴욕의 라운지에서 들려오는 듯한 잔잔한 음악이 들린다.)

 : 시작을 합시다. 일단은 간단하게 자기소개?
 
P자기소개요? 허허. 그런데 이렇게 하면 진짜 누군지 알겠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하면 되죠? 네. 저는 현재 뉴욕의 조경디자인회사에서 일하는 P라고 합니다. 경력은 10년 차 정도 됩니다.

 : 경력은 10년 차. 그럼 뉴욕에서 10년을 살았군요?

P : 뉴욕에서는 정확히 9년 차고요, 다른 곳 경력을 모으면 10년 차가 됩니다.

 : 네. 그럼 뉴욕에서 9년간의 삶을 돌이켜봤을 때 뉴욕이란 어떤 곳인가요?

P : 뉴욕의 삶을 여러 방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조경가로서 얘기하자면, 굉장히 다채롭고 도시에 좋은 조경공간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어마어마한 곳입니다. 단순히 이 ‘공원을 잘 만들겠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은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사람들을 가장 해피하게 하는 공간들이 너무나 많이 있으며, 그것을 잘 유지해 나가려는 노력이 많은 곳이에요.

 : 예를 들자면요?

P : 예를 들어 브라이언트 파크 같은 경우는 공원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은 곳인데 여름과 겨울에 이벤트를 어마어마하게 하고요, 최근에는 브로드웨이 인 브라이언트 파크라고 해서 라이온킹, 디즈니, 위키드 등에 출연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들이 굉장히 캐주얼하게 공연의 대표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나 명화극장과 같은 영화상영 행사 같은 이벤트들이 2, 3일에 한 번씩은 항상 있어요.

 : 음.. P씨의 경우 한국에 있다가 유학을 가고 그 다음에 거기서 생활을 하고 있는 건데 시민들이 공원을 이용하는 모습도 한국과는 좀 다르게 느껴질 것 같아요.

P : 너무나 다르죠. 물론 한국도 여름철 한강공원이라든가 서울숲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다채롭게 잘 이용 하잖아요. 그렇기도 한데 공원 이용에 아주 사소하고 섬세한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죠. 예를 들어 센트럴파크 같은 경우는 생일 파티를 정말 많이 해요.

 : 아하.

P : 사람들이 음식도 잔뜩 싸 오고 간이 의자, 풍선 같은 걸 가져와서 즐기는.. 뭐랄까 공원을 더 다양하게 이용해요. 피크닉 같은 것도 정말 많이 하고요. 정말 데일리 라이프인 거죠. 일상에서 공원, 야외공간을 쓰는 것이 평범한 하루인 느낌? 예를 들어서 한 10명 이상 모일려면 식당 예약도 힘드니 그냥 공원에서 피크닉 하는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지금 저희 회사가 브라이언트 파크 바로 앞에 있는데, 점심은 그냥 무조건 나가서 공원에서 먹어요. 점심식사 문화가 한국이랑은 좀 다르니까 식당에 가서 잘 안 먹거든요. 샌드위치 같은 걸 가져와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먹죠. 저 혼자 먹을 때도 저희 회사 사람들, 다른 회사 사람들 다 마주쳐요. 그러다가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얘기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공원이라는 게 막 작정하고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람들 하루하루의 삶에 많이 연관되는 게 재미있죠. 그리고 공원의 접근성 자체가 너무 좋아요. 굳이 차를 타고 일부러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접근이 되고 사람들이 그래서 더 쉽게 잘 이용하는 그런 느낌이 들죠. 한강 같은 경우는 굉장히 훌륭하지만 사실 접근하기는 그렇게 쉽진 않잖아요.

 : 그게 서울에서도 증명 된 게 연트럴파크(경의선 숲길)가 처음 생겼을 때 사람들이 엄청 이용했던, 그게 도시 안에서 접근이 쉽고 편한 공원에 대한 니즈였던 거죠.

P : 저도 거기 가보고 좀 놀랐어요. 강남 가로수길보다 훨씬 좋더군요. 리테일들이 쭉 있고 그 앞에 아주 적당한 스케일의 선형공원이 있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 선형공원하니까 뉴욕의 하이라인이 떠오르네요. P씨는 하이라인 1단계부터 3단계까지의 변천사를 거의 다 목격한 셈이네요.

P : 네 맞아요.

 : 사실 공원에 관련해서는 뉴욕만큼 전 세계의 주목을 끄는 나라가 드물잖아요. 하이라인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굉장한 이슈가 된 베셀(Vessel), 리틀아일랜드 같은 어마어마한 것들이 가능해지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궁금해지네요. 예전에도 우리 잠깐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 좀 얘기해주세요.

P : 제가 다 알진 못하겠지만 제 생각에는 돈이에요. 자본. 돈이 일단 많아야 결국 이런 것들을 다 할 수 있고. 리틀아일랜드 같은 경우에도 정말 뉴욕의 베리 딜러(Barry Diller)라는 재벌이 ‘내가 돈 다 대고 퍼블릭(public)에 주겠다’ 해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에요. 

 : 와… 그럼 어떻게 보면 공원을 통째로 기부한 거네요?

P : 제가 알기로는 리틀아일랜드의 경우에는 뉴욕시에서는 너무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다가 지역단체의 반대, 환경적 이슈로 인한 반발로 프로젝트 진행이 거의 멈췄어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시에서도 진행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시에서 잘 서포트 해서 잘 넘어가서 지금 지어지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뭔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액티브하게 사회적 이슈가 되고 토론의 장이 되는 그런 것들이 뉴욕의 강점인 것 같아요. 물론 이러한 서포트도 기본적으로는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다 가능한 것이라 생각해요. 정확히는 자본을 모을 수 있는 능력.

 :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하나씩 성공하니까 뭔가 성공 공식처럼 새로운 걸 했을 때 확신이 생기면서 더 큰 자본과 더 새로운 것들을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거죠?

P : 네 그런 게 가장 기본적인 스피릿? 뉴욕시가 가진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 아. 뉴욕의 스피릿이다.

P : 네. 물론 부수적인 다른 이유도 굉장히 많은데 하이라인 같은 경우 잘 아시겠지만 시민 둘이 시작한 프로젝트잖아요. 그래서 그런 게 어쨌든 사회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어느 순간은 그런 서포트가 잘 이루어지기도 하더군요.

 : 음.. 그러면 이제 조경디자인으로 보면 거의 전 세계 톱 회사에서 근무를 오래 했는데 한국 프로젝트도 했었을 거 아니에요.

P : 네.

 : 그러면 한국 프로젝트 할 때는 좀 다른 게 느껴지나요?

P : 굉장히 다른 게 느껴지죠.

 : 아 어떤 점에서요?

P : 일단 아주 많은 것이 다르다고 보면 되는데, 디자인 진행 방식은 매우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프로젝트 전반의 컨텍스트, 클라이언트와 팀 스트럭쳐는 너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보통 프로젝트가 진행 될 때 하나 또는 몇 팀의 디자이너가 완성을 해서 작업을 남기는 과정이 아니라 정말 하나하나의 분야에 스페셜티가 있는 각각의 팀이 긴밀한 협업으로 최종적인 장소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많이 느낍니다. 예를 들어서 뉴욕이나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는 결국 조경설계가 모든 것을 하지 못한다는 게 명확하고, 조경 설계가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 어느 누구도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아요. 좋은 팀들이 모이고 그 팀들 간의 팀워크가 성공적인 프로젝트에서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이라인 같은 경우는 첫 컴피티션 했던 팀들의 조경/건축/플랜팅 등이 컴피티션 이후 거의 20년이 다 된 지금도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계약상으로도 그 팀들을 못 바꾸게 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 잠깐. 그게 무슨 얘기죠?

P : 그러니까 하이라인 프로젝트의 경우를 보면 1단계, 2단계, 3단계 그리고 추가적인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진행되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건축, 조경, 식재설계, 조명, 시설물 팀들이 그대로 유지되는 거죠. 디자인의 일관성이라든지, 퀄리티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그게 팀워크이자 팀에포트(team effort)라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과 코디네이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 개인의 편향된 시선일 수는 있지만 한국 프로젝트는 그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 이거 약간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는데 공간이나 장소, 공원이 완성이 되었을 때 이걸 누가 했냐, 누가 이걸 하고 저걸 했냐 하는… 어떻게 보면 이런 논란에 대한 인식 자체가…

P :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제 경험으로 봤을 때 다 같이 팀이 하는 거고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업도 많단 말이에요. 엔지니어링이 들어가는 컨설팅이라든가 아니면 건물로 치면 이제 안에 배선, 전기, 구조 등등의 일을 하는 팀들도 사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다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는 건데 그게 지금 누가 했다? 이건 그냥 디자이너 입장의 얘기이고 그래서 사실 제가 일하는 환경에서는 그런 크레딧 이슈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냥 팀이 다 한 거고, 이건 누가 했고 안 했고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잘 없고…

 : 그럼 프로젝트에서 1%라도 참가한 사람은 크레딧을 받는 건가요?

P : 그건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계약서 있으면 그게 크레딧인 것 같아요.

 : 그러니까 이게 디자인 과정에서 조경디자인 회사가 커버하지 못하는 수많은 분야의 전문적인 팀들과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가는 개념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P : 맞아요. 예를 들어서 사소한 드레니지 커버(drainage cover) 선택의 경우만 보더라도 디자인적으로 재료가 어떻고, 색깔이 어떻고, 빔 사이의 공간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이고, 이런 것들을 전문회사와 얘기하고, 용량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토목이랑 얘기해서 결정해나가죠. 그리고 또 클라이언트는 ‘우리가 유지 관리 해야 되는데 어느 뚜껑을 열고 어디에 손을 넣어서 이걸 관리할 수 있게 해줄 거냐’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디자인과 기술적인 이슈들을 해결해 나갑니다. 그냥 밖에 있는 드레니지 커버(drainage cover) 한 줄인데 그런 과정들이 다 들어가고, 한 두 번의 회의로 마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횟수의 회의, 샘플 상품 검토, 필요시 현장 목업 등의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완성하게 돼 있어요.

 : 또 궁금한 게 있는데 예를 들어서 공원을 디자인한다고 하면 그 공원을 운영하는 주체가 있을 거 아니에요. 뉴욕의 경우는 컨저버시(conservancy)라든가… 상업공간에 딸린 외부공간인 경우 민간이 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그런 운영 주체와도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P : 너무나 많이 소통하죠. 공간에서의 이벤트라든가 그런 것들은 이미 설계 단계에서부터 다 얘기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뉴욕의 맨하탄 웨스트 같은 경우에는 민간 디벨로퍼가 주도한 민간개발 공공 프로젝트입니다. 거기에는 이미 이벤트팀이 있어서 1년 365일 어떤 시기에 어떤 프로그램, 어떤 이벤트를 진행할 건지가 설계 단계에서 다 나와요. 이런 프로그램을 할 때는 몇 명이 올 것인지 예상하고, 의자는 어떻게 하고, 레이아웃은 어떻게 되고, 그런 것들을 다 반영해서 포장의 뚜껑을 열면 전기를 꽂을 수 있게 하고, 와이파이가 필요하면 와이파이가 들어있는 라이팅 폴(lighting pole)을 설계에 반영한다든지 하는 과정을 진행하죠.

 : 굉장히 놀라운 게 한국은 사전에 이벤트를 셋업해놓고 설계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게 차이인 것 같아. 공원에서 이벤트가 있을 때 보기 싫은 발전기가 들어가 있고 무언가 행사를 할 때의 풍경이 달라지는 거.

P : 달라지죠. 굉장히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결국 그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있어서의 차이인 거죠.

 : 공원에서 행사할 때에 전선을 고정하려고 한국에서는 청테이프 붙이거든요.

P : 뉴욕에서도 그런 과정이 있었겠죠. 그런데 그게 사람들이 걸려서 넘어지면 소송을 걸 수도 있으니 그런 것들의 최소화 작업이 중간중간에 들어가면서 바뀌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게 디자인에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예를 들어서 공원에서 겨울에 아이스링크를 하고 싶으면 아이스링크의 적정한 사이즈를 알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아이스링크 전문가와 협업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고, 그것을 하기 위한 차량 동선, 배선 등을 다 계획에 반영하는 식인거죠. 물론 그러면서도 좋은 퀄리티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구성해야만 하고요.

(중략)

 : 자. 그러면 이러한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P씨는 조경 설계, 조경 디자인이라는 일을 10년을 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조경 디자인 일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해요? 과연 이 일은 뭘까요?

P :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데, 우선 전반적인 디자인 인더스트리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분야이고, 정해진 계약 기간 내에 정해진 결과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조경디자인 또한 그에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궁극적으로 그 공간들이 어떤 공공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시민들이 잘 쓰고 도시가 활성화되고 이런 거에 큰 기여를 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비즈니스로서의 조경디자인은 조경(도시/공공/야외/공원/프라이빗 등의) 공간에 대한 디자인 서비스를 하는 프로패션(profession)이라고 생각 해요.

 : 음..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네요.

P : 네.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미국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순전히 제 생각이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 네… 흠… 그렇다면 본인에게 있어 조경 설계가, 조경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때요?

P : 어… 하는 일 자체로 봤을 때는 너무나 만족스럽고 재미있고 좋지만, 받는 페이라든가 이런 거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죠.

 : 미국에서도 조경 설계는 타 업종에 비해서 보수가 낮은 편이죠?

P : 우리 쪽 비즈니스, 디자인 관련한 비즈니스는 다 낮아요. 건축, 패션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조경디자인 다 굉장히 낮아요. 그중에는 조경이 조금 나은 편일 수도 있어요.

 : 건축보다는 높아요?

P : 성향마다 다른데 건축회사 정말 큰 회사들은 보수가 나쁘지 않은 회사들이고 작은 아틀리에 형식으로 하는 회사들은 정말 말도 못 하게 보수가 낮죠.

 : 그러면 뭐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이제 본인의 앞으로의 커리어나 삶에 대한 생각들이 많을 거 아니에요.

P : 많죠. 이거 잘못 얘기하면 회사에서 ‘이거 나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 이럴것 같은데요?

 : 추상적으로. 추상적으로 말씀해주세요. 흐흐.

P : 우리 일은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라고 하는 그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더 하이퀄리티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그게 어떤 형태가 되든, 그런 방향으로 제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싶어요. 사람마다 정말 다르긴 하겠지만 저의 경우 어마어마한 작업을 남기겠다. 저는 그런 엠비션(ambition)은 별로 없어요. 그냥 하이퀄리티 디자인 서비스를 하고 더 좋은 보수를 받아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그게 제 커리어의 앞으로의 목적인 것 같아요.

 : 그래도 어쨌든 배운 게 이거고 해온 게 이거라서 여기서부터 이제 하겠네요.

P : 그럴 수밖에 없죠. 10년을 했는데 딴 걸 어떻게 해요. 허허.

 : 흐흐. 그… 짧은 시간에 지금 방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우리 맨날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한국에, P씨는 뉴욕에 있으면 가끔씩 카카오톡 음성통화로 수다 많이 떨면서 조경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대해서 자유롭게 얘기하고 사는 얘기, 노는 얘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좀 했고요. 조경하는 P씨 말고 그냥 인간 P씨로서 요즘에 개인적인 관심사라든지 좀 몰두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요. 제가 아는 P씨는 예술이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굉장히 높은데 P씨의 개인적인 취미나 관심사는 어떤가요?

P : 어제 술자리에서도 한 얘기인데, 우리가 하는 직업 자체가 자기 삶? 자기 캐릭터랑 구분하기가 너무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좋은 디자인 서비스를 한다’고 얘기를 했지만 그렇다고 동시에 일하고 그냥 출퇴근만 하는 그런 라이프를 살기는 어려운 직업인 것 같아요.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를 내 직업적인 것과 연결지어 볼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래서 그런 관심사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하는 일들에 뭔가 영감이 되기도 하는, 그런 쪽에 더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아요.

 : 뭐 예를 들어서 전시를 본다거나.

P : 네. 전시라든가 아니면 작은 정원이나 공간들을 찾아가는? 그런 여행이 되겠죠. 그게 그냥 하루 동네에서 하는 걸 수도 있고.

 : 어떻게 보면 정말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핫플 같은 것들도 굉장히 왜 저게 핫플일까? 이런 호기심들이 생길 수밖에 없겠네요.

P : 그렇죠. 그리고 항상 그런 게 생기면 가보고, 그리고 거기서 영감도 받기도 하고. 뭐 예를 들어서 우리가 건축 디자인을 하진 않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 저런 구슬 조형물 같은 것도 어떻게 연결했는지 디테일적인 것을 보기도 하지만 이걸 왜 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 이런 걸 보는 것 자체가 우리 직업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을 하고, 그게 또 개인의 삶에도 좀 풍부하게 해주는 그런 것들이 있죠. 저는 제 취미 혹은 여가시간에 그런 데를 가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 우리가 어제 그 얘기 했었잖아요. 그러니까 진짜 멋쟁이가 될 필요가 있다고.

P : 네. 뭐 좋은 시계, 좋은 차. 이런 단순히 럭셔리 혹은 물질적인 것들로 꾸미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이 사람은 멋있는 조경가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자기만의 캐릭터를 가진 모습. 거기서 한번 설득력이 있으면 이제 클라이언트나 대중들도 더 많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면 자기 삶 또한 디자인을 해 나가야 되는 거지.

P :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노력이 좀 있으면 더 풍요로워지는 취미 생활과 여가 생활이 있는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직업과는 상관없는 취미를 물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게 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자기가 어떤 취미나 여가 생활을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은데 직업과 관련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보다는 좀 더 그런 것들이 나의 경험을 향상시켜줄 수 있는 것을 하게 되는 거죠.

 : 음…네. P씨는 유학을 2011년에 가고 이제 2022년이네요. 유학을 대학원으로 가고, 그다음에 거기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후회는 없는 거죠? 삶에 있어서?

: 그렇죠. 그건 해서 뭐 하겠어요. 이미 다 해놨는데 후회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후회하는 시간 자체가 아깝죠. 이미 다 지나간 건데. 앞으로 더 잘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후회는 없죠.

 : 그… 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P : 글쎄요? 조금이라도 주제를 주면 뭐라도 말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 주제가 뭐가 있겠어요. 그냥 소소하게 얘기하면서 그 중간에 그런 거 있잖아요. 해외에서의 설계와 한국에서의 설계 차이점이라든지 아니면 우리가 하는 일의 근본은 뭔지 같은 얘기가 툭툭 던져지는 거죠.

P : 이게 어려우면서도 정말 어려운 일 중에 하나라고 느끼는 건, 어쨌든 어떤 분야가 성장을 하려면 자본이 많아야 되는데 저희의 성장 동력은 퍼블릭public이잖아요. 시민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거고 돈을 그냥 무한정으로 쓸 수가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잘 해결하는? 사실 저희가 어떤 커다란 사회 이슈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가 그때 그 얘기를 했었던 게 조경 설계로 큰 돈 벌기는 힘들고, 조경 설계의 영역은 너무나 명확하지만 그만큼 이건 그냥 굉장히 전통적인 서비스업의 하나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조경설계업으로서의 드라마틱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P : 그렇죠. 제 생각에는 서울 같은 경우만 봐도 엄청난 돈이 들어왔었고 청계천 개발부터 시작해서 이미 제가 봤을 때는 그런 느낌으로는 할 만큼 다 충분한 기회가 있었어요. 앞으로는 그런 양적인 자본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높이는 작업이 정말 중요할 텐데 그 부분을 조경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제가 볼 때는 진짜 없거든요. 그래서 이제 우리가 그걸 다 해결해 나가기는 어렵지 않나 이런 관점이죠.

 : 음.. 의미심장하네요. 화제를 좀 바꿔볼까요? 해외에서 있으면서 10년 사이에 어떻게 보면 한국 문화에 대한 위상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그런 게 느껴지나요?

P : 굉장히 느껴요. 기생충 나왔을 때 그걸 정말 많이 느꼈어요. 회사를 가면 사람들이 다 기생충 얘기를 하고 코리안 무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그냥 일반 뉴욕 도시에서의 삶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식당도 너무 많이 생겼어요. 예전의 한국식당에는 일반적인 메뉴가 있었다면 요즘엔 한국식 초밥집, 한국식 꼬치구이집 이렇게 더 세분화 되고, 또 사람들이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하는 식인 거죠.

 : 이게 어떻게 보면 예전에는 미국에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데 한계가 확연히 느껴졌다면 이제는 뉴욕에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나온다고 하더군요.

P :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디자인 쪽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이제 우리 분야가 그런 쪽으로는 가장 보수적인, 디자인 분야에 속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아요. 음악이나 영화, 패션같은 분야는 대중과 바로바로 만나서 소모할 수 있고, 그게 유연하게 되니까요.

 : 그래도 한 5년, 10년 뒤에는 한국 조경가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P : 그렇죠. 어차피 그 사람이 주목받기보다는 제 생각엔 결국엔 질인 것 같아요. 물론 어떤 그런 문화적인 흐름, 세계적인 흐름과 추세라는 것도 있긴 하겠지만, 질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훌륭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진짜 개인의 영역인 것 같아요.

 : 그러면 정리하자면, 이제 한 개인의 조경가로서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하이퀄리티를 위한 노력과 열정과 능력과 재능과 같은 것들이 필요한 거고, 또 한편으로는 업의 본질로서는 팀플레이.

P : 네. 업의 본질은 정말 완벽한 팀플레이인 것 같아요. 결과물로 지어진 작업에 한해서는 그 팀플레이라는 것을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렇잖아요. 어느 하나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요. 어느 하나 진짜 우리가 한 대로 그냥 우리가 계속 주장해서 우리 말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 야… P씨 회사 같은 경우도 마음대로 못 한다는 거죠?

P : 마음대로 하는 거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모든 디자인 과정은 검증이 필요하고 그럴려면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고 그런 과정에서 끊임없이 바뀌는 거죠.

 : 오케이.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면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아서요. 이제 마무리를 지으려 해요. 이 이야기를 읽는 여러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중에 학생들도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막 조경 설계에 입문하고 조경이라는 것을 이제 알아가는 분들한테 뭔가 해주고 싶은…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P씨가 롤모델일 수 있잖아요. 나도 저렇게 해외 유학 가서 뉴욕에서 멋지게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P : 본인이 이것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죠. 제가 아까 말했듯이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그런 직장인의 삶에서, 일 혹은 야근을 더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나의 삶 자체랑 이게 너무나 맞물려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열정을 더 가지는 게 직업적으로는 좋은 것 같아요. 그것이 자신의 삶에서도 직업적으로도 좋은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가지고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고. 이제 뭐 세상이 또 많이 달라졌잖아요. 저희가 공부할 때만 해도 인스타그램 이런 것도 없었고 접하는 정보 자체가 해외에서 책 갖고 왔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 가서 보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아주 자세하게 그냥 핸드폰으로 담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액티브하게 하면 할수록 자기한테 더 돌아오는 게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정보도 더 얻을 수 있고.

 : 음…네. 그럼 끝으로 굉장히 추상적인 질문으로 끝을 맺을게요. 자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P : 갑자기?

 : 네 흐흐.

P : 오…. 이거 심오한데요. 그냥 자연은 우리가 일하는 도구이자 너무 어려운 주제이긴 한데 저는 네이처라는 말을 쓰는 걸 싫어해요. 너무 베이그(vague)하고, 쓰고 싶지 않아요. 제 생각에는 그냥 저희는 야외공간을 디자인 하는 사람들인데 자연을 이용해서 하는 거죠.(물론 그 이용하는 자연의 영향력이 작은 정원에서 공공장소, 그리고 재창줄된 자연이 되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이것도 싫어할 사람은 되게 많을 것 같아요.

 : 하하하. 끝.
_ 백종현 대표  ·  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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