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일기]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그라츠Graz

글_강호철 오피니언리더(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라펜트l강호철 교수l기사입력2022-12-23
세계 도시의 녹색환경과 문화 & LANDSCAPE’ - 312


독일 중남부와 오스트리아편 - 43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그라츠Graz



글·사진_강호철 오피니언리더

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는 수도인 빈에 이어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 교육, 산업의 중심이랍니다.

도시 가운데를 무어Mur강이 남북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도시는 강을 경계로 동측과 서측으로 생활상이나 경관까지 확연하게 구분된다네요.

특히 그라츠는 합스부르크 왕실의 귀족들이 오래도록 머물렀던 유서 깊은 곳이랍니다. 











우리의 숙소는 버스 터미널에서 가까운 강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사지구인 구도심까지는 도보로 이동이 충분하다네요.

가급적 도보로 이동하며 도시의 곳곳을 살피는 게 필자의 원칙이고 일상이지요.

이 도시도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발달한 느낌입니다.

처음 방문한 도시를 주관적으로 속단함은 매우 위험하지요.

하지만 첫인상과 분위기가 대체적으로 맞아 떨어진답니다. 







도심을 흐르는 무어강





오늘의 1차 목적지는 구도시입니다.

그래서 구도시로 향하는 대로를 따라 줄곧 이동합니다. 

숙소에서 1.6㎞ 정도라 하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네요.

무어강이 경계를 잘 구분하여 줍니다.

답사에서는 특별히 정한 목적지가 꼭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목적지는 방향설정에 불가하지요.

이동하는 과정에 생각지 못한 큰 수확이 있는 경우도 많답니다.

어차피 이곳은 초행입니다.

그래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탐험이나 다름없지요.













광장과 시청을 거쳐 구도심 골목을 살피며 탐험의 발길은 이어집니다.

꽃이 있는 정겨운 모습의 거리 카페도 인상적이네요.

승용차가 없는 안전하고 여유로운 골목길이 가장 마음에 담고 싶은 곳이랍니다.

중세의 거리를 즐기며 거니는 게 오늘의 수확이지요.











시청이 있는 구시가지의 중심 광장과 주변을 살피며 이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더듬어봅니다.

고풍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이네요.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과 도시숲도 만납니다.

쓰레기 한 점 보이지 않는 깔끔한 거리 환경이 돋보이네요.











중세의 풍광을 간직한 고풍스런 모습의 구시가지는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답니다.

이곳은 르네상스와 바로크풍 등 다양한 건축 양식들이 즐비하지요.

우리 가족이 머무는 강의 서쪽에 위치한 신시가지는 인접 국가들로부터 건너온 저소득층의 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한답니다.













도심 한복판에 화사하게 잘 가꾸어진 꽃밭을 비롯하여 여가시설들이 매우 편리하고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숲이 있는 소공원에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 보이는 인물상들이 많이 보이네요.











강을 경계로 동측 가까이 산이 보입니다.

저곳이 오랜 역사가 스며있는 Sholossberg산이랍니다.

이 도시를 오래도록 안전하게 지켜준 Castle Hill이지요.

한편, 성곽 아래의 평탄한 곳에는 꽤 규모가 큰 공원이 자리합니다.

아직 여름인데 산수유 열매가 물들었습니다.

유럽 산수유랍니다. 

종자를 몇개 채취하여 번식을 시도해 볼 구상입니다.(해외에서 종자나 열매를 함부로 반입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저는 별도의 검역 과정을 거치고 소독한 후, 시험용으로 활용합니다) 

열매의 형태가 동양종에 비하여 구형에 가깝고 성숙 시기가 2-3개월 빠른 특성을 규명하기 위함이지요.













공원은 성곽이 있는 산을 끼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넓고 잘 가꾸어져 있네요.

많은 시민들이 공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공원의 내부시설이나 분위기는 유럽의 공원들과 비슷합니다.

요소요소에 카페와 휴게 쉼터를 갖추었네요.

공원 조성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 매우 안정된 모습입니다.

독립수로 자란 플라타너스의 거목이 눈길을 끕니다.

필자가 본 가장 큰 양버즘나무라 생각되네요.

공원의 수종들을 살펴보니 우리나라 중부지역과 비슷한 기후대라 여겨집니다.

마로니에와 양버즘을 비롯하여 느릅나무 피나무류 참나무류 사시나무가 많이 보이네요.























답사라기보다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편입니다.

복잡하거나 자동차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한적한 숲속의 공원을 걷는 것은 양질의 힐링이겠지요.

세계적인 대규모 도시공원인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샌프란시스코 금문공원, 상해의 세기공원 처럼 규모에 압도되는 듯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답니다.

















유럽의 거리나 공원에서는 수많은 인물상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마상을 비롯하여 군인들이 유독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요.

어느 시대의 인물이라도 생전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 과오도 일부 있을 테지요.

이렇게 많은 인물들이 동상으로 등장하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 도시 대표적 공원의 외모를 살펴보았네요.

오랜 세월의 숨결이 묻어나는 숙성된 공원의 참모습과 향기를 느끼게 합니다.

공원 문화의 일부분도 살피게 되었지요.

시민을 위한 열린 공공자산이 잘 관리되어 활용되는 모습에서 시민의식도 읽힙니다.

지금 공원을 둘러보며 나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의 다양한 역할들을 상상해봅니다.

아직 우리는 공원 부지를 확보하고 조성 중입니다.

공간과 시설이 확충되고, 세월이 지나서 안정되면 그에 걸맞는 공원문화가 새롭게 정착되리라 믿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쓸모없는 나무로 낙인이 찍힌 지 오래된 플라타너스가 이 공원에서는 가장 장대하게 성장하여 주목을 받습니다.

건장한 플라타너스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네요. 건승을 빕니다.
글·사진 _ 강호철 교수  ·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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