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수의 자연예찬] 명예와 부의 상징 회화나무

글_정정수 오피니언리더(JJPLAN 대표)
라펜트l정정수 대표l기사입력2022-12-27
정정수의 자연예찬
명예와 부의 상징 회화나무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햇살이 뜨거운 여름날 회화나무 그늘에 앉아본다. 그늘의 고마움을 생각하다보면 고마움이 그늘만은 아닌 듯 싶다. 

회화나무는 나무그늘 사이로 반짝이는 빛을 보내는데, 그늘 틈새로 들어오는 빛은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인해 반짝임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대개의 나무들은 빛을 좀 더 많이 받기 위한 위치로 잎들이 자라므로 빛이 들어오는 틈들은 거의가 잎으로 채워져 있어서 나무그늘 사이에는 좀처럼 빛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럼에도 회화나무는 낙엽이 떨어지고 있는 초가을의 나무 그림자와 같이 잎과 잎 사이에 많은 틈을 남겨 놓고 있어서 제 그늘이 닿는 지표면에까지 남은 빛을 도달하게 한다. 자기그늘 밑에서도 키 작은 풀들과 함께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려 깊은 나무임에 분명하다.

회화나무가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는 속설 때문에 조선시대 사가에서는 식재에 대한 규제가 심했던 듯 싶다.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하고 있는 조계사 앞마당 가운데에는 400년 이상 된 회화나무가 있는 것으로 보아 회화나무는 예부터 정신적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출입문과 우편함 가까이에 황금회화나무를 배치했다.


전주 K목재 대표댁. 2022년 작업.

근래에 와서는 강남이 개발되면서 압구정로의 가로수로 선택되어 지금은 제법 큰 나무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됐다. 이를 계기로 올림픽도로의 강남구간 가로수 일부분이 회화나무로 식재되었다.

회화나무는 나뭇잎 모양이 아카시아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카시아에 비해 수형이 수려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사랑을 받는 수종이기도 하다.

모 지자체로부터 가로수 선택에 대한 문의를 받고 몇 가지 수종을 추천하면서 회화나무도 추천했는데, 회회나무는 심었다가 교체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봄철에 나무 밑에 주정차를 해놓으니 수액이 차에 떨어져 세차가 어려울 정도라는 등 주민들이 불편하다는 항의성 민원이 들어와 모두 다른 수종으로 교체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회화나무가 주차단속이라는 가로수로서의 역할을 한 가지 더했다고 보는데 가로수 기능에 대한 생각이 서로가 달랐던 듯 싶다.

즉, 길가에 주차를 못하게 하는 기능이 있으니 가로수로서는 더없이 좋은 수종일 텐데 회화나무를 없애고 도로의 주정차 단속은 따로 하는 우를 범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부촌의 하나로 인정 받는 압구정로에는 값비싼 차량이 많이 운행되고 있음에도 이 나무들이 교체되지 않은 채 40년 넘게 가로수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이제는 몇몇 지자체들이 부를 기대(?)하며 가로수로 회화나무를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품은 똑같은 것을 만든다. 작품은 똑같은 것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으로 상품과 작품이 구분된다.

우편함을 주변과 조화롭게 디자인했고 제작은 목제소를 운영하는 집주인의 몫이었다. 그 바로 뒤에 황금회화나무를 배치했다.

사람들의 생각이 좀 더 친환경적이어서 나무들이 도심에서 베어지거나 퇴출당하지 않고 편안하게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덕수궁 옆 옛 법원 자리를 지금은 시립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술관 매표소 앞 공터에는 회화나무 몇 그루가 조경수로 심어져 있는데, 밤에 나무를 비추는 조명시설도 갖추고 있어 멋을 연출하고 있다.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감상한 후 미술관을 일찍 떠나지 말고 회화나무 그늘에 앉아서 작품 도록이라도 읽어보자.

이러한 여유로운 마음은 회화나무의 아름다운 진가를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 나무그늘이 다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렇게 자연을 보는 방법을 하나 더 얻게 한다.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을 비롯한 궁궐에 심어져 있으며 죽서루, 율곡선생 고택, 정독도서관, 경기여고, 안국동 현대 본사(원서 공원) 등에 오래된 회화나무가 지금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인정되는 것이다.

콩과식물인 이 나무는 다른 콩깍지와 달리 구슬을 엮어놓은 것 같은 씨앗이 매달려 있어서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이 될 수도 있으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작금에는 황금회화나무(사진2)를 의지에  따라 구할 수 있으니 정원의 입구 한 켠에 심어서 마음속에 명예와 부를 꿈꾸는 정원을 조성해보면 어떨까?

압구정동 도로변에 있는 상인들과 그곳을 찾는 젊은이들 모두가 회화나무와 그 나뭇잎 그림자에 주목하는 여유를 가지고 나무사랑의 계기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헨델의 라르고 ‘나무그늘 아래’를 들으면서 나무그늘의 고마움을 생각하자.

글·사진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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