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비트라캠퍼스의 정원

김동필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김동필 교수l기사입력2023-05-10

비트라캠퍼스의 정원



_김동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독일 Neuenburg am Rhein에서 개최되는 2022 정원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출구 안내소에서 만난 작은 팜플렛 한 장을 접하게 되었다. 최근 태화강 국가정원에 아시아 최초로 만들어지는 Oudolf garden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작은 종이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웨일 암 레인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의 아우돌프 가든은 예술적으로 구성된 자연(wildness)이다. 피트 아우돌프가 말하는 식물과 꽃의 색깔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한 균형 잡힌 구성, 즉 ‘공동체(community)’는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킨다. 약 3만여 그루의 다양한 장점, 약점, 개화기, 생애주기 등이 4,000제곱미터에 적용되어 아우돌프 가든이 연중 끊임없이 새로운 색을 띠게 된다.”


비트라캠퍼스의 아우돌프정원

글로만 책으로만 만났던 아우돌프의 New Perennial Movement 정원이 바로 인근에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레 여행 일정을 급하게 변경하여 비트라캠퍼스로 향했다. 이곳은 이미 건축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소개되어 잘 알려진 장소로 찰스 임스(Charles Eames)와 같은 유명 가구 디자이너의 가구와 라이프 스타일 용품을 파는 ‘비트라(Vitra)’란 회사의 공장이자 가구 갤러리 및 박물관이다. 1981년 큰 화재로 비트라의 건물 대부분이 전소되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전 세계의 건축가들이 참여한 공장과 갤러리 등이 지어졌고, 이후 산업디자이너를 비롯해 건축가의 성지가 되었다. 건축투어를 통하여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자하 하디드(Zaha Hadid)나 알바로 시자(Alvaro Siza), 장 프루베(Jean Prouvé), 프랭크 게리(Frank Gehry)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는 1982년부터 아내 Anja와 함께 오랜 세월 가꾸어 온 다년생 정원인 훔멜로를 시작으로 풍경에 대한 파격적인 시각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본격적으로 자연주의 정원을 실천한 그는 전통적인 조경가들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오지 않은 다년생 식물, 자가 재생식물, 풀, 관목, 초원의 꽃에 관심을 가졌고, 영국 왕립건축가협회 RIBA로부터 명예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비트라하우스와 아우돌프 정원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2010년 방문객들이 홈 컬렉션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집 모양의 건축물인 플래그십 스토어 비트라하우스(Herzog & de Meuron 설계)의 앞에 2020년 만들어진 4,000㎥의 정원으로 비트라하우스의 파사드를 완성 시켰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감동적인 정원일 뿐 아니라 자연의 모습을 인공적으로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게 하였다.

더치 웨이브(Dutch Wave)와 뉴 아메리칸 가든(New American Garden)의 진화를 통해 등장한 자연주의적 식재 접근 방식은 종의 교차 수분에 초점을 맞추고 계절에 따라 정원의 수명을 아름답고, 길게 포용했다. 이 운동은 디자인 전문가 행크 게리센(Hank Gerritsen)과 아담 우드 럽(Adam Woodruff)이 주도했다고 하며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와 노엘 킨스 버리(Noel Kinsbury)가 큰 인기를 얻었고, 뉴욕시의 하이 라인(High Line)과 시카고의 루리 가든(Lurie Garden)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좁은 간격에 겹겹이 식재하는 방식으로 잡초가 생길 공간이 있다면 다른 식물을 위한 공간도 있다는 식재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장소였다. 지역 식물 공동체에서 영감을 얻고 수분 매개자에게 혜택을 주고 서식지를 만들고 적재적소를 강조하며 햇빛이 잘 드는 장소에 사계절 꽃이 피는 초원형 정원을 만든 것이다.

자연주의 식재 디자인의 새로운 다년생 운동은 자연과 공생하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고 생태학에 적응하고 식물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팔레트 패턴과 리듬을 통해 추상화하여 만들어진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유지관리에 있어서도 생물다양성에 염두를 두고 정원 투입량을 줄이고 산출물을 재활용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관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벌통과 자연기반 수분작용

이러한 생태학적 기반에 맞게 다른 아우돌프 정원에서 볼 수 없는 6개의 벌통은 이른바 연합식 게임 농법(Combined Game Farming)으로 유지되는데, 이를 통해 벌통에서 자연벌집 농업을 실습할 수 있고, 양봉 교육을 받은 비트라 직원 두 명이 벌통을 돌보고 있다. 벌통은 자연과 생태학적으로 호환되는 색깔로 채색되어 있고, 벌은 상징적인 측면도 있지만 10만 마리의 벌들이 정원의 수분작용을 돕고 주변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물이 흐르는 인공적인 수로와 조명 그리고 잔디가 심어진 작고 낮은 원형 마운딩도 만날 수 있고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된 고목도 감상 포인트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형 마운딩 정원

아우돌프 정원은 비트라 캠퍼스의 주변 건축물을 장식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보완하여 주변 건물과 대상(objects)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카르스텐 홀러Carsten Höller의 미끄럼탑(slide tower)과 비트라하우스의 테라스는 아우돌프 가든의 전망대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원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시아 최초로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만들어지는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개인적으로도 좋은 작품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학생들과 직접 식재 봉사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정원의 탄생을 기대하고, 우리나라 작가들의 선전도 기대해 본다.


정원과 미끄럼탑, 고목


“저는 실제로 사람들의 환상을 현실로 바꾸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 대신에 정원에서 길을 잃었으면 좋겠어”
“정원은 보는 풍경화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피에트 우돌프

글·사진 _ 김동필 교수  ·  부산대학교
다른기사 보기
kimdp@pusan.ac.kr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