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금메달 황지해, “한국의 산이 인정을 받은 것, 나는 전달자일 뿐”

세계인들의 ‘극찬’ 이어져···정원, 한국을 알리는 문화코드로 ‘부상’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5-25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받은 황지해 작가 / 황지해 제공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받은 황지해 작가는 “한국의 산이 인정을 받은 것이자 자연의 원시성이 가지고 있는 힘과 저력, 산과 잡초의 잠재된 가치가 인정받은 것”이라며 “나는 단지 전달자일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소감에는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겨있다. 한국인들이 정원을 감상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정원의 관조적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영국 왕립원예협회(RHS)는 황지해 작가의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가 ‘2023 첼시 플라워쇼’ 쇼가든 부문 금상에 선정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수상은 황지해 작가가 첼시 플라워쇼에서 2011년, 2012년에 수상한 이래 10년만에 복귀해 이룬 성과로,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황 작가의 이번 수상은 국내 정원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한국정원의 세계적인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정원이 한국 위상 높이는 문화 코드로 부상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과거 황 작가는 2011년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 마음을 비우는 곳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전통 화장실을 정원으로 선보인 ‘해우소 가는 길’로 첫 출품과 동시에 아티즌가든 부문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아픔을 DMZ의 유일한 생태자산을 통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힘과 재생력을 정원으로 선보인 ‘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으로 새롭게 신설된 전체 최고상(회장상)과 금메달을 동시 수상하며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로 인정을 받았다. 또한 한양대 공학대학원 조경생태복원전공에 입학하며, 학문적 소양 제고도 함께 이뤄가고 있다.

특히 ‘고요한 시간-DMZ 금지된 정원’은 금메달과 회장상 모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은 첼시 역사상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RHS 회장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내가 평생 보아온 정원 중에서 가장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다. 황지해 작가는 ‘디테일의 귀재’”라 평했으며, 앤드류 피셔 톰린 심사위원장은 “자연주의라는 새로운 시대 흐름이 창조되는 터닝포인트가 마련됐다”는 심사위원장의 찬사를 받았다. 실제로 전세계에 자연주의 정원의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듬해 첼시에는 자연주의 정원이 각국에서 출품되기도 했다.

올해 출품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역시 한국의 지리산을 구현한 자연주의 정원으로, ‘첼시 플라워쇼’의 얼굴이자 주요 경쟁 부문인 쇼가든 부문 12개 출전작 중 유일한 해외파 작품으로서 개성을 뽐내며 눈길을 끌었다.

현지의 반응도 매우 뜨겁다. 심사위원들의 호평은 물론 황 작가의 정원을 찾은 세계인들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 정원을 영국에 가져와 주어서 고맙다(Thank you for bringing your garden to here)며” “대단하다. 정말 마음에 든다(I love it)”는 말을 연발했다.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이 정원은 잠깐 보고 가는 쇼가든이 아니라 수 시간을 머물러야 하는 정원이다. 이 정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지리산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여기 들어서면 또 하나의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디테일을 구현하는 세밀한 주의력에 숨이 멎을 듯 하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해, 그걸 뒷받침하는 지식, 뜨거운 마음과 열정, 마지막 디테일 하나까지 완벽하게 완성하는 집념, 이 모든 힘이 모아져 이 정원이 만들어졌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연주의 정원의 거장 피트 아우돌프는 “당신의 정원은 만들어내기 불가능에 가까운 정원을 상기시킨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전했다.

제인 하틀리 주영 미국 대사는 “정원은 완벽하다. 걸어들어오는 순간 평온함을 느꼈다. 축하해요”라며 축하를 건넸고, 영국 공영방송 채널4 기자인 존 스노우 원로는 트위터에 황지해 작가의 한국 정원을 크게 홍보하는 글을 2차례에 걸쳐 업로드했다.

“방금 첼시 플라워쇼에 다녀왔는데 볼만한 것들이 정말 많지만, 이 정원은 절대 놓치지 마세요!”
“황지해 작가를 만나 정말 기뻤다. 영감으로 가득찬 정원!”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아름답다! 어떻게 이런 정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놀랍다. 건조장 창가에 심긴 작은 풀이 내가 본 식물 중 가장 아름답다”고 찬사를 건넸으며, 소피 라워스 BBC 앵커는 “황지해 작가는 너무 놀랍다. 그녀 자체가 한 편의 시(poetry)다. 그의 사람됨도 그의 정원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밝혔다.

로빈 레인 폭스 파이낸셜타임즈 컬럼니스트는 “솔직히 말한다면 다른 쇼가든들은 미관상 혹은 임의로 식생을 무시한 경우도 있다. 그늘진 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식물을 나무 그늘 밑에 버젓이 심어놓기도 한다. 디자인의 틀에 맞추기 위해서다. 가식적이고 때론 위선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그런 정원보다 자연의 순리와 질서를 존중하는 정원이 훨씬 더 아름답다. 황 작가의 정원처럼 말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리트 앤더슨 방송진행자 겸 가든디자이너는 “수백 년 동안 이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실제적이다. 비현실적(surreal)으로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다”라고 전했고, 익명의 관람객은 “이 정원을 보는 것은 수만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영국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왕립원예협회(RHS: Royal Horticultural Society)가 주관하는 행사로 1827년 처음 개최돼 195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정원박람회이다. 세계 정원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권위를 가졌기에 정원 예술가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고 있다. BBC는 행사 기간에 매일 2회씩 11시간 동안 생중계하기도 하고, 관련 업체들은 1년 매출의 30%가량을 이 기간에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금메달을 받은 황지해 작가 / 황지해 제공


첼시 플라워쇼 내 황지해 작가의 정원 앞에 관람객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 황지해 제공


첼시 플라워쇼 내 황지해 작가의 정원 앞에 관람객과 취재진이 몰려 있다. / 황지해 제공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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