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환경생태연구 선구자, 김귀곤 서울대 교수

[조경지식의 산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②]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
라펜트l강진솔l기사입력2010-02-04

 DMZ 하면 떠오르는 것은? 휴전선, 지뢰, 철조망 등일 것이다. 하지만 전쟁의 상흔과 상처의 기억을 넘어 DMZ의 청정한 생태환경을 오랜 연구로 전세계에 생명의 땅이라 인식시킨 인물은 단연 서울대의 김귀곤 교수라 말할 수 있다.

그는 1992년부터 DMZ와 인연을 맺어, 그곳을 생태적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18년간  진행해 왔으며, 얼마 전에는 <평화와 생명의 땅 DMZ>라는 연구저서를 발간해, 그곳의 식생뿐만 아니라 동식물상까지 모니터링한 자료를 담아내기에 이른다.

김귀곤 교수는 아픔의 땅 DMZ에 평화와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장본인이다.

2010년 2월로 김 교수의 교직 생활은 마무리 되지만 환경생태를 위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조경지식의 산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에서는 서울대 김귀곤 교수를 만나 그의 연구실과 업적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는다.

 

연구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서울대 환경생태계획연구실은 공원녹지연구실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당시 수업을 하던 과목 중 하나가 “공원녹지계획”이었는데, 이후 도시공원과 자연공원 등을 다루는 연구를 하게 됨으로써 다루는 주제들이 확장되기 시작했고, 이후 환경생태계획연구실로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나름의 지속가능한 생태모형을 제시하고 있는데 부문별 자연요소에 바탕을 둔 계획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계획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 시설이 들어가야 진정한 생태도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이를 '환경생태계획'이라고 부릅니다. 연구내용 중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생태복원, 특히 유역차원에서의 생태복원 연구입니다. DMZ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도 같은 맥락 입니다. 추후 북한과 함께 진행하고자 하는 것도 유역차원에서의 생태복원 사업인 것입니다.


현재의 환경생태계획으로 정립하기까지?
19세기 말까지 조경이 주로 시각적인 환경을 다룬것에 반해, 20세기초 하버드 대학에 조경학과가 도입되면서 자연법칙상 조경의 기능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시각적 기능 외에 환경적인 면에도 관심을 가지고 포용을 하게 되는데, 1980년대 지구환경의 문제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생태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조경은 응용분야입니다.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나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는 등 사회적 가치가 반영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현재 공원의 기능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녹지의 존재가치가 중요한 점이었다면 현재는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후친화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CO₂가 발생되는 공간주위에 녹지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결국 도시 및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따라 녹지배치가 달라지는 것처럼 각 도시의 문제점을 반영하는 것이 바로 환경생태계획이라고 볼 수 있지요.

'내 인생의 책'을 말한다면
1960년대에 나온 책으로 교과서이기도 했던 John Ormsbee Simonds 교수저서의 “Landscape Architecture”가 내 인생의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귀국 후 1975년 서울대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당시에도 이 책을 교과서로 사용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The Shaping of Man's Natural Environment”입니다. 생태적인 접근을 통한 환경형성을 말하는데, 이 책은 이것을 조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를 시작할 당시 교수에게 추천할 만한 책을 묻자 교수가 권해준 책도 바로 “Landscape Architecture”였습니다.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고, 아직도 대학원생들에게 권하고 있지요.

이 책은 조경의 출발을 “Natural Forces”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습지와 환경> <자연환경생태복원학원론> <지속가능 환경생태계획론> <생태복원학 영문판> 등 여러 책을 출판하는데 있어서도 그 밑바탕에는 이러한 사고가 깔려있었지요.

인생에 있어 영향을 끼친 사람이 있다면?
과거 오휘영 교수님(한양대 명예교수)과 함께 일했던 시간은 전문 조경인으로서 많은 영향을 받았던 시기입니다. 당시의 우리나라 조경역사는 초창기였지만 가장 활동이 왕성했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제도를 만들고, 학문적인 체계도 만들고, 업계도 육성하고, 각종 인력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다졌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제가 외국에서 수학을 했기 때문에 학문을 실제로 적용해본게  그 때였습니다. 학교에 부임한 이 후에도 오 교수님은 저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아까 언급했던 “Natural Forces”라고 하는 소박한 자연의 이해가 초창기 학문의 바탕이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로 현재까지 제 학문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Natural Forces”가 하나의 접근법이었다고 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어떤 계획이나 정책을 보는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노융희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노 교수님은 환경정책학회 1대 회장을 역임하셨고, 저도 3대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보다 넓은 차원에서 학문이나 정책을 적용해 보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외국에서 공부할 당시의 스승인 Charlie Challenger 교수도 잊을 수 없습니다. 조경의 기초는 Charlie Challenger 교수에게 배웠지요. 지금도 3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기초와 원칙의 중요성입니다. 기초가 제대로 갖춰진 다음에야 그 학문을 응용하는 법을 습득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건 스스로 발전하는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됩니다.

환경생태계획가로서 조언 한 말씀해 주신다면
제가 판교 마스터플랜에 있어 MP 자격으로 사업 초기부터 참여해오고 있습니다. 판교에서 몇 가지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통합설계입니다. 당시 하천변 녹지와 근린공원, 그리고 아파트 내 녹지 등을 서로 연결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문 학문 분야의 경계를 초월하는 열린 설계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고, 당시 건교부(현 국토해양부)에서도 이를 수긍하게 되었지요. 앞으로 이런역할을 조경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대에 통합설계 관련교수를 임용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공간의 스케일에 제약을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32년 동안 공간의 크기에 제약을 받지 않고 학문에 정진해왔습니다. 만약 “Landscape Architecture”의 충실한 원론과 접근방법, 그리고 도구 등에 바탕을 두고, 도시광장 뿐만아니라 단지, 도시 및 지역계획까지 아우르려고 했다면, 현재 조경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조경분야에서도 공간에 구애받지 말고 자연과 인간의 이해를 바탕을 둔 통합설계를 염두에 둔다면 지금 처해 있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형태가 기능을 따라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 주길 바랍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바탕을 둔 인간-자연의 공존을 위한 공간계획설계가 조경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DMZ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DMZ와의 인연은 1992년부터입니다. 1985년부터 파리에서 연구비를 받아 유네스코에 도시생태 프로그램 수행 중 그때의 11개 연구 과제 중 하나가 에코폴리스(생태도시)였습니다. 당시 생태도시의 대상지로 인간의 간섭이 없는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 민통선(민간인 통제구역)지역 내부의 통일촌 옆 지역을 대상지역으로 선택해 생태도시계획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으로 DMZ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6년 UNDP 과제로 “서부 DMZ의 지속가능한 관리전략”을 수립하면서였습니다. 당시 일반인이 DMZ에 들어간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2000년 6월 15일 남북 공동선언 이후 생태적으로 민감한 9월달, DMZ 공동조사단이 결성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DMZ 남북연결철도‧도로 환경생태 공동조사단”이었습니다. 다음 단계가 서부 DMZ부터 시작된 '정부합동 DMZ 내부생태조사'가 그것입니다.

UN사나 국방부는 안전(Safety)과 안보(Security)를 최우선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DMZ는 북한과 인접해있는 있는 지역이어서 박격포를 준비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습니다. 동시에 지뢰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DMZ에 대한 생태적 가치를 파악해 문헌으로 남기고, 또 그것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 정부나 UN사 관계자들에게 공감대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얼마전 <평화와 생명의 땅 DMZ>라는 책을 발간했고, 이런 자료가 종합적으로 정리되었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학문적인 제언 한 말씀
유네스코에서 한국학문의 고유성, 즉 한국학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학문에 대한 일본 및 유럽과 미국의 영향에 있어 장단점을 논하는 자리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조경학 또는 환경생태계획학 이라는 학문이 소위 토착학문으로 자리 잡았는가라는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나라 조경교육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의 모방 및 사례연구가 아니라 토착적인 이론과 이에 따른 방법론을 개발해 그것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방법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의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토착적인 학문, 이것이 국제경쟁에 있어 우위에 설 수 있는 바탕이고, 뿌리 있는 학문으로 정착되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ODA(공적개발원조)를 늘려가고 있는 현재, 우리연구실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ODA 전략에 관한 KOICA(한국국제협력단) 연구 과제를 최근 해오고 있습니다. 이후 우리 연구실 출신들과 함께 우리나라 ODA 사업에 일조를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DMZ가 유네스코 접경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남과 북이 공동으로 생태계를 보전하고 복원하는 시범사업을 전개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북한 생물학자들과 접촉을 시작했고, 제안서가 제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유엔해비타트가 지원하는 국제도시훈련센터(원장 김귀곤)를 지속적으로 맡아 세계적인 수준의 유엔지역훈련센터로 위상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영상 _ P&I 시스템 이정선 PD

글·동영상 _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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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gj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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