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학의 선구자, 임승빈 서울대 교수

[조경지식의 산실, 대학조경학과 연구실 탐방④] 서울대 조경계획설계연구실
라펜트l강진솔 기자l기사입력2010-04-10

초대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초대 한국경관협의회 회장, 2002년 한국농촌계획학회 회장, 2003년 한국조경학회 회장, 그리고 얼마전 추대된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회장까지. 서울대 임승빈 교수의 지나온 발자취이다. 더 많은 경력과 이력, 상훈을 나열할 수도 있겠지만...
허나 무엇보다 임승빈 교수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경관"이 아닐까한다. 
물론 "경관" 이외에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중앙녹지공간 국제설계공모,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 등의 굵직한 설계공모의 심사위원장 뿐만 아니라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총괄계획가(MP) 등 수많은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 온 임승빈 교수이기도 하다. 때론 학생들에게 자상한 아버지이자, 엄격한 스승이기도 한 임승빈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보았다.


 

연구실 소개를 부탁한다
조경계획설계연구실은 1977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는데 신생학문인 조경학의 기틀을 다지는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7,80년대에는 조경계획설계의 방법론, 특히 생태적 계획(ecological planning)방법을 정리해서 계획‧설계의 지침서적인 노력에 힘썼으며, 80년대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계를 위한 환경‧심리관련 연구들을 주로 했습니다. 90년대로 오면서 경관을 체계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작업들, 특히 경관의 아름다움을 정량적으로 평가해 계획‧설계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했으며, 농촌마을의 환경개선을 위한 연구도 수행하였습니다. 2000년도 이후에는 도시경관계획을 위한 기초연구인 도시이미지, 도시의 랜드마크 관련, 농촌의 어메니티 활용, 커뮤니티시설 개선 등의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현재는 도시의 장소성 연구, 농촌의 원형경관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경관이란 학문을 밀접하게 다루게 된 계기
버지니아주립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 논문이 "중정에서의 시각적 선호에 관한 연구" 이었습니다. 캠퍼스 내의 중정에서 사람들이 어떤 곳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델링하는 논문이었습니다. 논문을 위해 조사하다 보니 경관시각, 환경심리학  등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 박사과정 중에 환경심리학 과목을 수강했고, 정량적으로 다루려다 보니 통계학 과목을 듣게 되었습니다. 환경지각과 정량적 접근 방법을 연구하다보니 시각적 선호의 중요 키워드가 "경관"이라고 생각되더군요. 즉 박사과정에서 기초적인 경관관련 학문을 수학한 것이 지금까지 경관 연구를 수행해온 동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 임승빈 교수

“조경”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시절, 법학을 공부하던 친구의 권유로 환경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건축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구조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건축에 한계를 느끼던 시기였지요. 당시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신설을 알게 되고, 또 지원한 것이 조경학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게 된 셈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이 있는지
Mcharg 교수가 쓴 'Design with Nature'와 Lynch 교수의 ‘The Image of the city'가 있습니다. 특히 'Design with Nature'는 조경학에 입문한 저에게 평생의 철학을 심어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기본적인 질서에 부합하는 기본적인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가르침을 받은 책이기도 합니다. Lynch 교수의 ‘The Image of the city'는 제가 환경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실증적인 연구방법, 즉 이용자 중심의 계획 설계를 깨닫게 해준 중요한 책입니다.

사실 임승빈 교수 또한 다양한 책들을 출간해 왔다. 대부분 조경학과 조경계획 수업의 텍스트 북으로 잘 알려진 ‘조경계획설계론(1984)’은 당시 조경 학문분야에서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을 때 조경계획설계의 내용과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기도 하다. 또한 설계자가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의 설계를 위해 인류학적,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 및 연구결과를 소개한 ‘환경심리행태론(1986)’, 경관의 7가지 측면과 관련된 각각의 이론, 분석방법,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경관과 관련된 제반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서 최근의 경관법 제정 등 경관학의 발전에 초석이 되기도 한 ‘경관분석론(1991)’, 도시에서 조경의 역할을 다양한 측면에서 부각시킨 ‘조경이 만드는 도시(1998)’까지. 조경을 공부한 학생이라면 자신의 교과서에 임승빈이라는 이름 석자를 흔하게 봐왔을 터이다.


      ▲ 2008년 학생들과 금강산을 다녀옴을 알리는 증표(좌),
       파주시와의 프로젝트 중 파주시장으로부터 받았던 DMZ 철조망의 일부(우)

대형 프로젝트의 심사위원, MP, PA으로 활약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그동안 설계공모전에서 심사위원, 전문위원(PA), 그리고 설계프로젝트의 총괄기획가(MP)로 참여를 해오면서 전문가로서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 있는 프로젝트지만 오히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작은 규모이지만 농촌마을에 조성된 쉼터입니다.
경기도 두창5리에 시범적으로 설계‧시공된(1996) 500㎡(약 150평) 규모의 쉼터인데 농촌마을에 만들어진 최초의 쉼터로서 농촌마을 활성화의 계기가 되었으며, 다른 마을의 벤치마킹사례로 이용되기도 하였고, 매뉴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조경가의 아이디어와 역할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던 것이지요. 농촌의 그런 조그만 씨앗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을 꼽는다면

어려운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저를 키워주신 어머니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철이 들면서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신 청담스님과 성철스님도 제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청담스님께서는 제게 大圓(대원)이라는 법호를 주셨고, 성철스님께서는 화두(話頭)를 주셨습니다. 7시간에 걸쳐 삼천배를 마친 후 받은 화두와 법호는 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지침이 되고 있지요. 이 두 분 스님의 가르침으로 도시와 경관을 보는 ‘無의 철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힌 표피적 환경인식을 지양하고 본질적 환경인식을 지향하는 노력인 ‘無의 철학’은 앞으로도 평생의 연구과제로 삼고자합니다. 


     ▲ 두 분 스님의 영향이었을까? 종을 모으는게 취미라고 말하는 임승빈 교수

조경분야를 위한 제언
건축, 도시 등 다른 분야에 비하여 후발주자인 조경분야는 그동안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뤄왔고, 인접분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남보다 한발 앞서가는 노력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소위 이머징마켓(Emerging Market)에 관심을 갖고 개척해나가야 하겠습니다. 글로벌 이슈인 기후변화대응,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산업에서 조경의 영역확보, 남북협력 및 통일대비 전략에서의 조경분야 참여, 사회적 통합을 위한 조경분야의 역할증대 등과 더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선도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조경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조경가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지금까지 30년 이상 세부적인 연구방법과 구체적 기법의 연구에 매달려왔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따라서 자연과학적, 공학적 측면보다는 인문, 사회학적 측면에서 도시 및 인간환경을 연구하고 조경학이 가야할 방향과 위상을 찾는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이는 앞으로 제 연구의 지향점이 될 것입니다.







여타의 스승-제자 관계처럼 무엇을 강요하고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또 학생 스스로 찾아 자율적으로 연구시키는 동시에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해 온 임승빈 교수.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구태여 강요하거나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제자들 역시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있다.  여기에는 스승에 대한 크나큰 사랑과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터. 서울대 조경계획설계연구실의 또 다른 이름을 '師弟同行(사제동행)'이라 부르고 싶은 이유이다.

연구생
박사과정 _ 정윤희, 강영은, 허윤선, 권윤구
석사과정 _ 김지애, 유미경, 최동욱, 홍성희, 김국환, 김수희, 한진희

영상
P&I 시스템 이정선 PD

글·동영상 _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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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ent@laf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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