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영국의 커뮤니티 그리고 적극적 거버넌스

남진보 논설위원(목포대 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2-11-14
영국 공원녹지의 위기와 흥미로운 대응 (5)
영국의 커뮤니티 그리고 적극적 거버넌스




_남진보 목포대 조경학과 교수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공원녹지분야에서 꽤 자주 등장하는 듯하다. 이미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의 거버넌스 발달은 상당하다. 여기에 더해 영국의 거버넌스는 감히 적극적 거버넌스라 말할 수 있다.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참여이다. 적극적 참여에 대한 애매함은 존재한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기본적인 공원녹지 유지관리부터 행사, 가드닝, 재원마련까지의 확대된 활동과 더불어 적극적인 의사결정의 참여이다. 이 참여와 함께 권한과 책임이 동반된다. 더 나아가 적극적 거버넌스 기반 커뮤니티들은 지역 내 공원녹지 운영관리 의사결정에도 적극 참여한다. 영국 거버넌스 커뮤니티들의 양적, 질적 참여가 말 그대로 적극적이며 확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활성화가 존재하기까지 영국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인 포럼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여왔다.


영국 셰필드 녹지공간 포럼(Sheffield Green Spaces Forum) 회의 장면(좌)와 알림 포스터(우)



위 사진과 같이 영국 셰필드 시의 '셰필드 녹지 공간 포럼(Sheffield Green Spaces Forum)'은 간소하게 운영되지만, 수많은 커뮤니티 그룹과 셰필드 ‘Parks and Countryside Department’, 공원녹지국 국장과 공원 그리고 커뮤니티 매니저가 참석하며, 커뮤니티들과 다양한 공원운영관리를 위한 의견을 공유한다. 영국 셰필드시에는 공원 커뮤니티 부서와 매니저가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다. 공공부문과 커뮤니티 부문 그리고 대학 또한 참여하여 다양한 의견을 공유한다. 여기서 대학은 장소와 정보 제공, 그리고 커뮤니티들의 많은 참석을 위한 홍보를 담당한다. 

나는 공동 운영자인 니콜라 뎀프시(Nicola Dempsey) 교수와 함께 2014년부터 한국에 오기 직전인 2020년 2월까지 본 포럼을 운영하였다.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때로는 사라져간 그룹, 때로는 새로운 그룹들과 함께하였다. 공원녹지국 관계자와도 오랜 시간 함께 함께하였으며, 포럼 회장인 폴(Paul)과는 공원녹지에 대한 고민보다 축구 이야기를 더 많이 한 듯하다. 그분은 셰필드 수요일(Sheffield Wednesday), 나는 셰필드 연합(Sheffield United)지역 축구 라이벌이다. 이렇듯 ‘셰필드 녹지공간포럼'은 그냥 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또한 거버넌스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처음부터 70여 명 이상이 모인 것은 아니다. 2014년에는 고작 10~12명 정도로 시작하였고, 공원녹지국 관계자 3명과 대학 2명으로 비 커뮤니티 부문이 절반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많이 참가할 때는 100명 정도가 올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나와 뎀프시, 그리고 커뮤니티 매니저 카렌이 흐뭇해하던 날들이었다. 특히 사회, 경제, 지역, 문화박탈감에 따른 공원 이용 형평성을 공부하던 나에게는 보다 뜻깊다. 실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커뮤니티들의 대부분은 비사회적 행위가 많이 일어나는 공원의 커뮤니티들이며 실제 회원도 몇 명 되지 않는다. 반대로 도심지 중심 또는 지역적으로 박탈감이 덜 존재하는 지역의 공원은 수많은 커뮤니티 회원이 있으며, 개최할 때마다 성공적인 행사로 개최되는 등 공원마다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이에 더하여 오랫동안 반사회적 행위가 많았던 공원의 재생 노력을 함께 하였기에 더욱 의미 있다. 특히, 매너 필드 공원(Manor Fields Park), 리치몬드 공원(Richmond Park), 하이 헤이즐 공원(High Hazel Park)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셰필드 매너 필드 공원(Sheffield Manor Fields Park)의 이전(좌)와 녹색깃발상(Green Flag Award)을 수상한 현재(우) (자료, 남진보, 2019 ‘공원 재생을 위한 정책 및 지속 가능한 경영구조 연구’)

위의 사진처럼 심란했던 공원을 녹색깃발상 수상 공원으로 만들기까지 공원 재생을 위한 커뮤니티들의 노력은 너무 감동적이며, 이를 함께 지켜보았던 나로서도 더욱 의미 있었던 공원이다. 녹색깃발상(Green Flag Award)을 포함한 영국 공원녹지 평가에 대해 많이 들여다본 나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공원운영관리에서의 빈익빈 부익부이다. 자세한 이유는 계속 연재될 ‘영국 공원녹지의 위기와 흥미로운 대응’에서 공원녹지 평가를 이야기할 때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적극적 거버넌스의 수명에 대한 고민이 높아지고 있다. 셰필드 녹지공간포럼의 회의 사진을 보면 짐작이 갈 것이다. 고령화이다. 젊은 세대가 필요하다. 국내 커뮤니티들은 어떠한가? 나는 너무 자랑스럽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뭐라고 하지 말라’라고 명령하고 싶다. 영국의 거버넌스 기반 커뮤니티의 역사는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후 먹는 것조차 해결하기 힘들 때 시작되었다.


서울특별시 양천공원에서의 행사(좌) 및 공원친구들 활동(우)

2022년 10월 29일 서울 양천공원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수많은 지역주민들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손 잡고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모든 게 무료이다. 더군다나 다양한 놀이와 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공원친구들(보통 해외에서는 Friends of ○○Park로 불리는데 이것을 한국어로 직역한 듯하다)의 모습도 등장한다. 정말 셰필드 녹지공간 포럼을 소환한 듯하다. 이 행사가 공공부문 주도인지, 커뮤니티 주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 이러한 행사가 이렇게 진행되는 게 너무 행복하다. 더욱이 영국은 커뮤니티 회원의 고령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여기는 젊은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는 단기로 활동하고 있으나 그러면 어떠한가.

아직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자세한 내용은 모르나, 이러한 것들이 서울이라는 특정 도시, 그리고 양천구라는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널리 행해지고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영국의 적극적 거버넌스의 긍정성에 동의하는 바이나 커뮤니티, 시민참여, 주민참여 등등 영국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러나 조금 시일이 지나면 비교해도 될듯하다. 어쩌면 ‘도그 파울링(dog fouling : 애견의 실례행위 후 뒤처리 안 함)'과 비사회적 행위로 골머리 썩고 있는 영국보다 좋아 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공원과 커뮤니티 활동에서 특별한 거버넌스를 찾아봐야겠다.


영국 우드로드 공원에서의 비사회적 행위와 ‘도그 파울링’ 금지 홍보(출처: Cumnock Chronicle)

1972년 지속가능 공동체법(Sustainable Community Act) 이후 더욱 발전한 영국 커뮤니티. 우리는 그 시절 전쟁 후유증이 남아있던 시절이었음에도, 국내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그들의 노력과 공공부문, 커뮤니티부문,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는 기타 관련하는 이해관계자분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으로 이번 호를 마무리한다. 다음 호는 거버넌스의 연속선상에서의 영국 파트너쉽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글·사진 _ 남진보 교수  ·  목포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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