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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칼럼

Colu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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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조경교육의 지평

안승홍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2015년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학술지 Foreign Affair에 우리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기술혁명이 오고 있으며,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처음 명명하였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3D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등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의 급격한 지능 디지털 기술변환(Inteligent digital technology transformation)에 의한 혁명을 말한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4차산업혁명이였다. 포럼에 참석한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대량 실업에 의한 중산층의 붕괴를 우려하였다. 그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2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동시에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예측하였다. 다행히 건설공학에서는 33만 9천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개최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건설산업의 미래’ 세미나에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승국 연구위원은 현재 건설 종사자들의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낮은 인지도로 인해 비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시설물의 지능화·고도화뿐만 아니라 건설산업의 생산성 향상 관련 기술의 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관련 융합형 인재 교육이 필요하다고 한다.

대학 교육의 위기와 변화 지향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컴퓨터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게 되고, 인간과 사물의 모든 데이터들을 수집ㆍ축적ㆍ분석한 결과에 따라서 정확한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지능정보화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해진 교실에서, 정해진 교수가, 정해진 진도를 나가는 기존 대학 교육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단언하고 있다.
교육학자 박성익 교수는 “전통적으로 학교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주어진 문제상황을 독창적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신장시키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다루어왔던 규칙, 개념, 짓기, 정보 등과 같은 기계적인 유형의 학습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머신러닝이나 딥러닝에 맡기고, 학교 교육에서는 창의적ㆍ창조적 사고능력이나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자기조절 학습력 등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교육과정과 교수법 에서 이슈화되고 시급히 풀어나가야 될 당면과제는 미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이들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길러주어야 하는가이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4차산업 시대의 학생들이 길러야 할 핵심역량 4가지로서 지식역량(정보 활용력, 문제 해결력, 비판적 판단력, 창의력), 방법론적 역량(효과적인 방법의 채택, ICT 활용력), 개인적ㆍ사회적 역량(자아정체성 형성, 타인과의 협동), 의사소통 역량을 제시하였다.

프로젝트 중심교육의 강화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는 2020년에 요구되는 교육목표 1위로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을 꼽았다. 2위에서 5위까지는 ‘비판적 사고’, ‘창의력’, ‘사람관리’, ‘협업능력’을 선정하였다.
특히 대학 교육에서는 일방통행식 강의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 교육(PBL, Project Based Learning)’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1년 설립되어 학기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다니며 정해진 캠퍼스 없이 수업을 하는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쌓고 방문 국가의 대학·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 해결력을 키운다. 2007년 설립된 스페인의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 역시 캠퍼스나 강의실, 심지어 교수와 강의도 없다. 대신 팀 코치가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기업가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15명의 학생들은 한 팀을 이루어 4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소통과 협력 방법을 배우고 실전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선다.

4차산업 융합형 조경교육의 지평

조경교육은 인공지능화 되어가는 미래사회의 변화에 적응할 인재의 역량과 자질을 기르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4차산업 시대를 이끌어나갈 조경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한 지향점으로 다음 3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ICT 분야와의 다학제간 융복합 교육이 필요하다. ICT 분야는 신경망을 생성 구축하고 조경분야에서는 이와 연계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특히 조경 건설사업관리(CM, Construction Management) 측면에서의 이해와 접근, 과정의 구축은 조경분야의 4차산업 적용에 매우 효과적이다. CM은 기획, 타당성조사, 분석, 설계를 비롯해 조달, 계약, 시공관리, 감리, 평가,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아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조경건설업의 체계적 과정을 이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조경산업 전반에 거쳐 4차산업과의 효과적 융합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4차산업과 연계한 조경 수행단계별 적용 아이디어의 창의와 개발이 필요하다. 계획․설계분야에서는 공간정보기술이나 건축정보모델(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등을 활용한 정보의 연동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공분야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수목하자 저감을 위해 수목이력제를 도입하여 유통과정과 시공 후 관리에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병충해 발생 및 온․습도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수목관리 기술을 한 차원 향상시킬 것이다. 조경수 재배측면에서는 기상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후변화에 대비한 수종별 재배지역의 적정 분포와 식생천이, 수량조절 등을 공간정보기술과 연계할 수 있다.
셋째, 조경교육의 프로젝트 중심 학습의 강화이다. 조경교육에서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의 일환으로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 농촌마을만들기 등을 통하여 지역정보의 활용, 문제 해결과 판단력, 창의력 등을 배양할 수 있으며 타인과의 협동, 의사소통 역량 등을 꾸준히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주민참여형 설계는 실수요자인 지역민의 요구에 따른 현실적 진단과 처방을 통해 이용자 중심의 해결안을 도출하는 역량과 상생의 덕목을 배양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인류는 증기기관 발명 이후 공업 생산력에 의존하게 된 2차 산업혁명과 인터넷과 재생에너지가 주도한 3차 산업혁명을 지나 역사상 가장 급속한 변화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현실은 과거 SF영화의 한 장면임을 상기하며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세상이 미래 인류의 삶을 결정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한다. 인류의 기술 발달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해갈 것이고 우리 조경분야도 세상의 변화에 따라 방향을 같이 해야 하는 여세추이(與世推移)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