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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직면한 조경계의 대응 전략 (이슈 1)

Issue1

팬데믹에 직면한 조경계의 대응 전략

코로나 19 이후의 조경분야 대응방향

윤은주
국토연구원 국토환경·자원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는 급격한 생활양식의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일상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활동들, 친구 또는 친지들과의 모임, 운동 기구가 집약된 시설에서의 건강관리, 세계 각지로 떠나는 여행 등은 이제 불가(不可)하거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행위가 되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던 코로나 19의 확산 속도가 한풀 꺾였다고는 하나, 반복적인 재 확산을 보고 겪으며 우리는 이러한 생활 변화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뉴 노말(new normal)로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환경 분야에서는 코로나 19가 남긴 긍정적 시그널에 주목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k방역,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한 전 국민의 자발적 협력과 빠른 인식의 전환은 기후변화와 같은 오랜 환경문제에 대해 일말의 해결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코로나 19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시공원과 산림 등 오픈스페이스 방문객 증가 현상은 도시 속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관점에서 혹자는 코로나 19가 도시 환경 개선을 10년 이상 앞당긴 출발점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본 원고에서는 코로나 19 이후 시대에 환경·조경 분야 대응 방향을 논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국토차원에서는 기후변화 현상 자체를 완화함으로써 새로운 전염병의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낮추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의 온 습도 변화는 새로운 전염병 출현(영구 동토층 해빙 등), 기존 전염병 확산(매개 동물의 서식처 변화 등)에 영향을 준다. 또한 최근 IPCC는 폭염, 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등의 재해에 대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기준으로 기후변화 1.5℃를 제안하였는데, 이것은 우리가 2050년까지 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염병 발생을 포함한 다양한 재난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흡수량은 증가시켜 기후변화 영향 자체를 저감해야 한다. 해당 분야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전염병으로 인한 언택트 사회로의 진입, 인구 감소 현상은 도시내 잉여공간의 발생 등 물리적 공간의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환경·조경 분야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산림 등의 녹지가 온실가스의 유일한 흡수원인 만큼 적극적 관리와 확대가 필요하다.

국토차원에서는 또한 자연공간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고 생태적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 19 뿐만 아니라, 메르스, 에볼라, 사스 등 과거 치명적이었던 전염병 대부분이 박쥐 등 야생동물에서 기인하였다. 서식처 파괴로 인한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접점 증가,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자원 착취는 새로운 전염병 출현과 관계가 깊다. 따라서 같은 녹지더라도 야생동물의 주요 서식처와 인간이 이용하는 공간을 분리하고 보전과 이용의 내용과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 또한 서식처 간 생태적 연결성을 높임으로써 종 다양성 증진과 야생동물과의 접점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 서식처 가장자리는 토지이용 및 기후 변화로 인한 간섭(스트레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 다른 서식처로의 이동 통로를 확보하여 개별 종의 대응력을 높인다면 국지적 멸종뿐만 아니라 인간 정주공간에의 노출을 방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도시 및 생활권 측면에서는 도시민에게 충분한 녹지를 공급함으로써 전염병 등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도시 녹지 체계에는 국가·광역·도시 생태축에서부터 개발 지역에 부분적으로 남은 산림, 도시공원, 옥상 및 벽면 녹화, 가로수 등이 포함되며, 생태 공간인 동시에 도시민의 사회 경제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에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로도 표현된다. 전염병 측면에서, 그린인프라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 완충공간으로서 사전 예방 효과를, 감염 전파 위험이 낮은 활동 공간으로서 사후 대응력 증진 효과를 제공한다. 그 외에 대기정화, 열섬완화, 도시경관 개선, 종 다양성 증진 등 그린인프라가 도시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 따라서 다른 기반시설처럼 그린인프라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생활권 단위 공급을 계획 및 실현해 나가야 한다. 먼저, 생활권 별 인구와 환경 특성에 기초하여 그린인프라 수요를 평가하고, 그린인프라의 최적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 생활권 단위의 충분한 그린인프라 공급은 불필요한 생활권 간 이동을 축소시켜 전염병 추가 확산의 방지, 온실가스 감축 등 간접적 효과 역시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제도적, 학술적 측면에서 그린인프라 확대가 꾸준히 제시되었으나, 비용과 도시의 구조적 문제로 실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도시 그린인프라는 면적 대비 최대 혜택을 창출하도록 서식처 기능, 재해 완화 기능, 이용 및 심미적 기능 등을 복합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 연계를 통해 과학적·정량적으로 지역에 맞는 그린인프라의 입지와 기능을 결정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 출몰 지역을 중심으로 완충 녹지를 설정하고, 그 녹지대의 폭과 형태, 수종은 주변 미세먼지 현상이나 시각적 경관을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접근성과 방재력 평가에 기초하여 기존 도시공원 중 일부는 전염병, 지진 등의 재난재해 시 피난처로서(방재공원) 기능하도록 보완할 수 있다. 가로수 계획 시에도, 보행자의 열 쾌적성과 도시 물 순환 등 복합적 관점에서 최대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수종과 식재간격, 하부 구조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과학적 의사결정시스템 등을 통해 환경계획, 조경계획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동안 보호지역, 녹지, 생활권 그린인프라 확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왔으나, 개발 관성에 의해 실제 국토 및 도시 환경의 개선은 미약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전환의 시기를 맞이한 지금, 환경·조경 분야는 이를 기회로 실제 사회가 요구하는 친환경적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기후변화 완화, 녹지 연결성 증진, 다기능 그린인프라 도입은 단순한 녹지의 양적 확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므로 과학적 연구 역시 병행되어야 하며, 도입 후에는 그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축적 및 홍보함으로써 또 다른 도약의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