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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아, 너는 어디에 있느냐?” 하인리히 뵐과 위기의 시대 한국 조경들

월간 환경과조경201310306l환경과조경

『아담아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Wo warst du, Adam?, Heinrich Böll, 1951)』. 일찍이 독일 현대 문호 하인리히 뵐이, 창세기에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 먹은 죄를 짓고 하느님으로부터 단죄가 두려워 숨어 있는 대목에서 나오는 성서의 한 구절을 패러디한 그의 소설 제목이다. 뵐의 소설은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한 문화비평론 속에 나오는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나는 전쟁에 참가 하였습니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그의 참전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 한다. 뵐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과 전후에 독일인들이 겪은 고통을 소재로 반어적인 소설을 써서, 변화하는독일 민족의 심리를 포착했다고 하는데 전후 발표된 그의 다른 소설들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학작품 속의 시대상의 재현(Representation of the Times)은 계속된다. 비평론의 전개를 전제로 여기서 일단 우리는 두 가지 점을 지적해두고 넘어가고자 하는데 그 한 가지는, 바로 ‘재현再現’의 문제다. 재현은, 사회학의 중요한 설명도구 중 하나로 사회와 인간 간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유용한 개념적 도구임은 이미 프랑스 사회철학자들의 지적知的 성과를 통해 충분히역설되고 있다. 비평의 영역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key concept)이자, 사회적 현상이나 사안을 비평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느냐에 있어 하나의 도구적 개념(instrumental concept)이 된다. 즉, ‘사회적인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인 관계로 해석해서 다시 나타내느냐(재현)’와 관계된 주제이다. 따라서, ‘작품’은 그 사회를 그리고(depict), 반대로 그 사회는 작품을 만들어 내게(production)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 있어 수당대(水唐代, 579~907) 큰 호수와 가운데 섬 그리고 주변에 전각들이 있는 궁궐정원인 한국의 월지(안압지, 674) 그리고 일본의 아스카(飛鳥, 593~622)와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의 궁성이나 절의 연못 정원(치테이, 池庭이들 정원은 모두 6~10세기에 이르는 한중일 삼국의 정원의 원형(architype)을 이루는 중요한 문화현상이자 조경적 사안으로서,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정원의 종교성과 정치성을 ‘재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정원을 통한 인간과 자연 간의 종교적인 관계방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고대시대 통치자(제사장, 왕, 천자, 황제)의 정당성과 통치의 정의를 정원세계로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학창시절부터 랩 한 소절 외우듯이 읖조리던 원지방도(圓池方島)라든가, 삼신도(三神島), 무산십이봉(巫山十二峰)이니 하는 것들이 다 그것이다.

나머지 한 가지는, ‘아담아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또는 ‘어디에 있느냐’라는 과거와 현재 시제(時制)의 두 질문들에서 우리는 중요한 어떤 ‘정당성(rightness)’과 ‘정의(justice)’ 이슈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성서의 해석에서도 그러하듯이, 우리 시대에 우리가 한 일들에 대해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담대하되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시대적 양심을 가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저자의 작품 속에서 묘사하고 있듯이, ‘2차 세계대전 중에 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현실참여를 하지 않았느냐?’, ‘해야 할 의무를 다 하고 있었느냐?’, ‘그리고 지금 어디에 있느냐?’, ‘네가 온당하게 서 있을 자리에 있는 거냐?’ 하는 식의 질문들이다. 헝가리의 어느 전투 지역에서 후퇴하는 독일군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작품에서 뵐은, 가벼운 부상을 입은 병사 파인할스로 하여금 단편적이며 독립적인 이야기 속을 넘나들도록 전체적으로 연결시키는 기법을 사용하여 전장의 공포, 병사들의 초조감, 전쟁의 참화 그리고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성과 사랑이 전쟁에 의해 어떻게 짓밟히는가를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다. 독일의 시민계급, 전쟁으로 인해 붕괴되는 인간정신의 정의와 정당성, 나아가 시대적인 ‘알리바이(전쟁의 탐욕)’를 부상당한 한 병사를 통해 비판하고있다고 평론가들은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현상이나 사회적 가치를 문학이 아닌 자연공간으로 재현하는 장소문화를 ‘조경’이라 한다면, 조경의 어떤 현상이나 사안을 해석하고 비평하는 일에도 앞서 살펴 본 ‘정당성-정의’와 ‘재현’ 두 주제를 동일하게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 첫 번째 시도(뵐의 정당성, 정의 개념)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조금은 과장하여) 아담이 살았던 ‘신화적 뉴 에덴’이거나, ‘태극기 휘날리는’ 전쟁 중인 상황은 아니라 할지라도, 문민정부로부터 MB정부에 이르기까지, 십 수 년 전부터 근래까지 국내의 건설 시장에는 크게 국토의 균형발전(소위 ‘균발’)관련, 녹색성장 및 4대강사업과 관련한 조달청 발주 설계 및 공사사업들이 가열차게 시장을 달구었다. 턴키가 그 대표적인 한국의 건설사업이라고 광범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

글·사진 _ 오웅성  ·  홍익대학교 스마트도시 과학경영대학원 도시환경 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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