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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

월간 환경과조경20141309l환경과조경

“우리 도시에서 당신이 생각하기에 좋은 외부 공간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곳을 왜 좋아하는가?” 이 두 가지 연속된 질문에 즉각적이고도 명쾌한 답을 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필자 역시 학생들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면 머뭇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왜일까? 서울만 하더라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외부 공간이 상당하고, 방문할 만한 공간에 대한 소개도 흔한데 말이다. 이를테면 『환경과 조경』 통권 201호 기념호에서는 “한국 현대 조경대표작” 설문조사를 통해 (열 개의 대표작을 포함해) 스무 개 가까운 좋은(?) 공간을 소개한 바 있으며, 이와 같은 전문가 추천이 아니더라도 신문이나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매체와 경로를 통해 새로운 외부 공간에 대한 정보가 지속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 조성된 최신 공간에 대한 정보도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공간에 대해 선뜻 답할 수 없는 머뭇거림은 우리가 선호를 논할 수 있는 메뉴가 없기 때문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처음의 두 가지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첫 번째 질문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무수히 많음에도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 도시의 외부 공간들을 좋아하지 않거나, 평소 관심을 갖던 사항이 아니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좋고 싫음의 문제는 개인의 판단에 관한 것이어서 선호 공간 없음을 문제라고 지적할 수 없지만,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좋은 공간’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것은 이를 발굴하고 논의하여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전문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조금 더 어려운 문제다. “선유도공원을 왜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공간이 연출하는 포괄적인 분위기와 그곳에서 일어났던 경험들이 반죽된 어정쩡한 답이 나오지 않을까. 더 구체적으로 공간 선호에 대한 이유를 캐물으면 아마도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선큰 부분에 캐스케이드가 있는데 벤치를 들고 가서 그 앞에 놓고 앉아있으면 좋아요.” 혹은 “녹색기둥의 정원에서는 코스프레하는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재밌어요” 등등. 당연히 사용자 입장에서 선호의 이유는 적합한 활용에 관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직접 조성하는 역할을 맡은 우리들 역시 포괄적인 분위기를 운운하며 선호를 밝힌다면 좀 문제가 아닐까. 왜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대답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정 분위기를 분출하는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인 설계 어휘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기술도 가다듬어야 한다. 이유를 뚜렷하게 밝힐 수 없다면 역으로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을 정확하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조경가로서 우리 도시의 좋은 공간을 찾아내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설계 어휘를 사용하여 장소 애착의 이유를 드러내는 것은 다양한 측면에서 유의미한 작업이 될 것이다.

글·사진 _ 정욱주  ·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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