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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조경의 변모를 조망하는 한 가지 시선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조경에 대한 욕망: 그린 인테리어와 가든식 갈빗집

1970년대 중후반 이제 막 신축된 강남의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첫 세대들은 자신이 미처 상상하지 못한 신시가지의 풍경과 대면해야 했다. ‘내 집 마련’이라고 하면 당연히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을 상상했을 그들은 아파트에 입주하자 자신이 콘크리트 구조물들에 완전하게 포위되었음을 깨달았다. 베란다 난간끝에 기대선 채 바라보는 주변의 공간은 탁 트인 경관과는 거리가 먼, 꽉 막힌 경관이었다. 앞뒤로 빽빽이 들어선 아파트들 때문이었다.

결국 조경에 대한 욕망은 약간은 기형적인 형태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린 인테리어와 가든식 갈빗집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린 인테리어란, 아파트 베란다나 거실에 키가 큰 푸른 식물을 키우며 인공의 자연을 꾸미는 것으로, 종종 도를 지나쳐 작은 연못이나 미니 분수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실내 공간의 일부를 원예의 공간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건조한 콘크리트 공간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단독주택의 마당에 대한 집착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결과이기도 했다.

한편 강남 거주 중산층이 아파트 가격의 상승 덕분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자, 자연을 향유하려는 그들의 욕구는 그린 인테리어로 단장된 실내 공간을 넘어서 강남 외곽의 가든식 갈빗집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실제로 1980년대 초반부터 강남 논현동 일대에 자리 잡은 가든식 갈빗집들은 수백여 석의 좌석, 100여 명이 넘는 종업원, 100여 대의 차량을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 등 초대형의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황금빛 잉어가 노니는 연못, 인공 폭포와 물레방아, 구름다리와 정자 등으로 독특한 전원적 경관을 제공하며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유혹했다. 사실상 이 가든식 갈빗집의 조경은 그린 인테리어와 짝을 이루면서, 농경문화 출신 세대가 지닐 법한 전원의 삶에 대한 향수를 기묘한 방식으로 자극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도시화와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이제 막 중산층으로 발돋움해 소비의 단맛을 즐기기 시작한 상태였다.

박해천  ·  디자인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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