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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의 경계를 넘어, 조경 속으로(2)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조각이란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서 변화하는 회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각 작품이 서 있는 장소, 놓여 있는 땅, 그것을 비추는 빛, 담고 있는 공기와 같은 환경 요소는 작품과 분리될 수 없는 전체로서의 하나다. 작품 외적 요소가 극도로 제어된 갤러리 공간을 제외한다면, 조각이라는 장르는 태생적으로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외기와 경쟁하거나 화합하거나 혹은 마지못해 동거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대개 도시의 광장 한 구석에서, 혹은 건물 입구의 향나무 화단에서, 캠퍼스의 잔디밭 끄트머리나 교차로 로터리 가운데서 조각 작품을 만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

우 작품을 둘러싼 소음, 그림자, 먼지, 때로는 악취 등으로 인해 작품의 본래 아름다움이나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묻혀버리기 십상이다.

아마 도시 공간에서 조각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는 한적한 공원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도심 한복판 못지않게 작품에게 불친절한 곳임을 우리는 자주 목도한다. 어떤 곳에선 단순히 공간을 채우기 위한 볼륨으로 처리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놓았음직한 장식품처럼 연결성 없이 단절되어 억지스럽고 생뚱맞게 서 있기도 한다. 심지어는 어찌할 바를 몰라 구석으로 치워놓은 듯한 작품도 비일비재하다. 하나의 상품이 어떤 진열대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명품이 되기도 하고 떨이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작품을 대하는 주위 환경이 작품과 동떨어져 있다면, 작품을 놓은 사람이 작품에 대해 무관심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작품의 수준이나 작가의 성취도를 떠나 보는 이가 작품의 아름다움과 작가의 메시지를 느끼고 이해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게 된다.

공원, 정원 혹은 궁궐과 같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녹지 환경에서 조각을 수용하고, 하나의 요소로 병합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멀리서, 가까이서, 올려다보거나 내려다 볼 수 있는, 혹은 사랑의 창살 사이로 내다보이는 조각은 이름 없는 자연을 인격화했고 문명의 긍지를 상징했다. 어디에 놓느냐 결정하는 데 신중하다면, 작은 괴석이라도 주위 사방을 환하게 밝히고 면모를 바꾸는 힘을 지닐 수 있다. 구름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따라 조각은 변하고, 조각이 드리우는 그림자의 깊이에 따라 뜰의 기운도 바뀐다. 환한 은행나무 단풍 아래서, 조각은 한없이 쓸쓸해지기도 하고, 정월의 눈을 맞으며 숙연해지기도 한다. 조각은 회백색에서 검은색으로, 붉디붉은 선홍이 되었다가도 서늘한 감색이 되기도 한다.


Q. 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직접 안내해준다니 감사하다. 눈이 무척 많이 내렸다.

A. 이곳 날씨는 상당히 거칠다. 그래서 스톰킹은 11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동계 기간 중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동안 우리는 야외에 설치된 작품들의 보존과 수리 작업에 집중한다. 작은규모의 작품들, 예를 들어 1967년도에 구입한 데이비드 스미스의 작품들은 스텐인리스 스틸, 청동, 페인트 처리 되지 않은 강철 등으로 제작된 것들인데, 아예 동절기 동안 방문자 센터의 실내 전시공간에 보관했다가 4월 초에 다시 외부로 꺼내놓게 된다. 작품들이 살벌한 추위와 눈에 훼손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야 하니까.

최이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뉴욕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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