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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텍스트와 패턴 사이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1 어차피 가야할 거라면 그래도 기분을 좀 가볍게 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주 전부터 계속 전화로 압박을 받아오던 터라,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면적이 작아서 뭘 해볼 여지도 별로 없어 보였고, 다른 일들에 치여 작업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한번 가보기는 하겠지만, 설계를 안 할 수도 있다고 간곡히 말한 터였다. 설계 실무에서 이런 경우는 사실 비일비재하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도 인연이 없으면 맺어지지 않고, 반대로 피할 수 없어서 억지로 엮여진 프로젝트가 의외의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일이다.


2 설계design라는 행위는 어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절차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누군가가 작은 집을 짓고 얼마간의 마당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는 마당의 소유자이자 그 땅의 경영자가 된다. 한 번도 도면이라는 것을 그려보지 않았어도, 머릿속에 혹은 작은 메모지에라도 어떤 그림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 종류의 그림들은 아직 설계로 진화되기 이전 단계, 즉 ‘이미지화된 궁리’일 뿐이다. 그런데 이 이미지화된 궁리만으로도 스스로 훌륭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재주꾼들이간혹 있다. 다만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궁리를 모색하는 이와 그 궁리를 실현하는 이가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실행 과정에는 무수한 피드백이 필요한데, 그 주체와 객체가 동일하다면 복잡한 의사소통의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다.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면 된다.

글·사진 _ 박승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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