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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4 : 생태가 미학을 만나다 - 헤르베르트 드라이자이틀의 도시 수경 공간

월간 환경과조경20142310l환경과조경

헤르베르트 드라이자이틀Herbert Dreiseitl(1955~)은 현재 독일, 미국, 중국, 싱가포르에 각각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 디자인 오피스의 디자이너지만 30년 전만 해도 본인이 제작한 캐스케이드를 직접 설치하고 물가에 식물도 손수 심었던 원맨컴퍼니로 출발했다. 본래 화가, 조각가 출신으로 슈투트가르트와 프라이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지주의자, 생태 건축가들과의 친분으로 인해 조경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의 관심 분야는 물이었다. 물에 대한 그의 개념은 물이 가진 원초적인 상징성으로부터 물소리, 물결, 물의 에너지 등의 물리적 성격, 감성 놀이시설로서의 역할과 도시 기후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독일 남부의 보덴제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는 그의 엄청나게 큰 작업실에서는 모든 조형물의 모형을 1:1로 제작하여 미리 작동해 보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국제정원박람회에 전시된 아틀리에 드라이자이틀의 새로운 작품 “계곡과 델타”는 물 한 방울 쓰지 않고 ‘물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258m2의 소형 공간에 목재를 잘라 만든 누에고치형의 판을 층층이 쌓아, 오랜 세월 물이 흐르며 가파르게 깎아 들어간 계곡을 형상화했다. 계곡 사이를 흐르는 계류는 자갈로 대체되었는데 공간이 비좁아서 물 대신 자갈길을 만든 것일 수도 있고 글로벌한 물 부족 현상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을 이용해서 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물의 부재를 통해 물의 존재감을 역으로 강조하는 것은 드라이자이틀 특유의 독창성이다.

고정희  ·  칼 푀르스터 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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