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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간 탐색, 무교공원

월간 환경과조경20143311l환경과조경

무교공원? 아마 익숙하지 않은 지명일 것이다. 서울파이낸스센터의 청계천 쪽 측면에 자리하고 있는, 반듯한 이미지의 조경 공간이라고 말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꽤 있지 않을까. 조성된 지 12년이 넘은 이곳이 이번 호 “공간 공감”의 대상지다.

필자도 무교공원이라는 명칭은 처음 들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공간은 공원이 아니라 서울파이낸스센터가 제공하는 퍼블릭 스페이스이고, 무교공원은 그들이 지은 이름이다. 영산홍과 대왕참나무로 경계를 짓고, 내부 공간은 화강석 포장과 평벤치 그리고 전정된 회양목으로 격자 형태를 구성했다. 회양목 공간에는 키 큰 리기다소나무를 적절히 흩뿌려 심어서 외부에서 인식되는 녹색의 볼륨과 내부에서 느끼는 위요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공간을 좌대로 삼아 편안한 크기의 조각 작품도 한 점 놓여 있다. 굳이 사진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선택된 재료를 통해 어느 조경가의 작품인지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조성 초기의 공간감이 흐트러짐 없이 지속되고 있는 무교공원에 대한 우리의 논의는 스케일(주변 맥락과의 관계)과 리기다소나무라는 재료로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건축물에 비해 왜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경 공간에 대한 처방으로 무교공원에는 단이 만들어져 있다. 물론 계단 때문에 접근이 불리해지는 단점은 있지만, 단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구조는 도시의 고층건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조경 공간의 매스감을 강화해 주고 있었다. 또 교목 식재를 위한 토심 확보도 용이하고, 번잡한 도로 환경으로부터 공간을 어느 정도 분절해주는 장점도 있었다. 보도와 공원의 레벨 차는 눈높이보다 약간 낮게 설정되어 보행자들이 지나가면서 공원의 존재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이었다. 만약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면 이 계단 자체가 공공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거리를 두고 무교공원을 관찰하면 계단 베이스 위로 리기다소나무의 덩어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계단이 약 1.5m, 리기다소나무가 약 10m의 높이를 갖고 있으므로 대략 12m 정도의 크기를 갖는 볼륨감이다. 이는 서울파이낸스센터 등 주변의 대형 고층 건물 사이에 자리한 무교공원이 스케일 면에서 옹색하게 느껴지지 않게 한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정욱주  ·  서울대학교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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