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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환경과조경20143311l환경과조경

1998년의 초겨울, 역삼동 덕산빌딩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때가 떠오른다. 대학원 졸업을 코앞에 둔 때였는데, 간신히 구색만 맞춘 석사논문이 통과된 상태에서 막 취직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면접에서 잘 보이려고 정장도 한 벌 빼입고, 평소에는 잘 입지 않던 트렌치코트도 걸쳐 입었다. 면접 직전의 주말에는 교보문고에 가서 『환경과조경』 최신호도 살펴보고, 조경학과를 졸업한 지인에게 『환경과조경』에 대한 귀동냥도 간단히 해두었다. 나름의 면접 준비였던 셈이다. 그런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취업 면접이 주는 긴장감이 꽤 컸던 탓일까. 면접 내내 미세하게 떨리던 목소리를 가다듬는 데 집중하느라, 정작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영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큰 실수 없이 면접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지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오휘영 당시 발행인께서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으셨고, 나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싶다고 답했다. 당돌하게까지는 아니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이다.

정확히 10년 후인 2008년의 초겨울, 그 꿈은 절반쯤 이루어졌다. 나는 여전히 환경과조경사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2007년도에 ‘나무도시’란 이름의 출판 브랜드를 론칭시킨 후, 단행본 출판에 집중하게 되었다. 나무도시라는 이름도 내가 지었기에 그에 대한 애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하지만 10년 전 생각했던 출판사와는 꽤 많이 달랐다. 독립해서 설립한 출판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꽤 많이 달랐다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펴내는 도서들의 성격이 10년 전 계획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10년 전의 나는 조경 관련 도서를 펴내는 나의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오히려 그 변화에 감사하고 있다. 『환경과조경』 덕분에 조경의 매력을, 정원의 가치를 알게 되어 그에 대한 책을 펴내고 있는 현재의 하루하루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0년 9월말 회사의 배려로 나무도시 출판사를 물려받아 독립까지 했으니 입사 당시의 꿈에 꽤 근접했었다. 이후 2013년도 말에 『환경과조경』의 리뉴얼을 기점으로, 다시 파주 사옥으로 복귀했으니 인연의 끈이 꽤 질긴 셈이다.

남기준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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