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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가을, 두 번째 이야기

계간 조경생태시공20071139l조경생태시공

10월의 현장일지
선큰 가든에 판석을 반입해야하는데 건축 방수공사가 중단되었다. 이미 공사한 부분에서 누수가 발생하였기 때문인데 공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 걱정이다. 방수업체 현장소장은 몇 번의 재시공으로 더 이상 일할 의욕도 없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우리 회사도 판석을 깔아야 플랜트 박스에 나무를 심고 마감을 할 수 있을 텐데. 오늘도 오전 10시부터 주간 공정회의를 했다.
건축소장은 수십 개 공종별로 하도급업체 현장소장들을 소집해서 각 공종별로 지난 주 공정 진행을 일일이 체크하고 미진한 공종은 마감 시한을 다시 정해서 공사를 완료하라고 다그치곤 한다. 무려 30개 정도 공종을 닦달하고 나서야 토목하고 조경 차례이다. 외부 공사라 봐야 토목, 조경, 전기, 가스 정도 인데도 회의는 건축 마감공사인 타일, 견출, 실내목공, 창호, 페인트, 가구 공종부터 시작한다.
회의하는 2시간 동안 스무 번도 넘게 휴대폰이 울리고, 문자 메시지가 계속 온다. 현장이 마비되고 있는 걸 알지만 무거운 회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나가볼 수도 없다. 신대리가 갑자기 그만두고 난 뒤 보조기사가 없어서 식재 반장에게 임시로 기사 역할을 맡겼는데 시설물자재가 반입되면 넓은 현장 어디에 하차를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조경담당 감독에게 건축과 관계없는 공종부터 먼저 회의를 하자고 건의해도 건축소장의 회의 스타일을 어쩌지 못하는 눈치다. 1시가 넘어서야 회의가 끝나서, 점심도 못 먹고 회의시간에 반입된 자재를 적재적소에 부려놓고 대기료 달라고 으르렁대는 트럭운전기사랑 한바탕하고 나니까 오후 3시가 넘어버렸다.

요즘엔 마음 약한 듯한 신입 직원들은 험한 현장 생활에 두 달을 못 버틴다. 사장에게 농고 조경과 출신이라도 뽑아달라고 건의했다. 군대 가기 전 1∼2년 동안이라도 실무를 착실히 익히면 나중에 복직한 후에는 훌륭한 조경 현장기사로 성장할 수 있을텐데 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렸다. 회사에서 농고 몇 군데에 알아보니 꿈 깨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농업계 고교를 졸업한 학생들 대부분이 동일계 대학 진학을 꿈꿔서 도대체 산업 현장엘 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장은 직업훈련원에도 알아본 모양이다. 조경 제도와 시공을 가르쳐서 기능공으로 배출한다는 정보를 듣고 조경담당 교사에게 연락해서 현장직원으로 채용할 테니 취업희망자 명단을 달라고 했단다. 기본적인 조경 상식만 알아도 회사에서 일정부분 재교육을 할 의지가 있으니까, 훈련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성실하기만 하면 채용하겠다고 했단다. 결국은 못 뽑았는데, 알고 보니 대부분 직업훈련 교육생들은 재취업 교육과정으로 훈련원에 입소한 것 뿐 이었고, 교육을 받으면 매달 일정액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 뿐 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재작년인가 세계기능올림픽에 출전할 조경분야 선수들이 현장에 실습 나온 적이 있어서 며칠 동안 현장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교육을 시킨 적이 있었다. 지금도 입상하면 정부에서 큰 혜택을 주는데도 기능인에 대한 열정이나 자부심이 예전의 개발연대 시절처럼 크진 않아 보였다. 가까운 장래에 조경현장에서 나무를 심고, 블럭을 깔고, 자연석을 쌓을 기능공은 어디서 구해야 할까 걱정된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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