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장면으로 재구성한 조경사 # 2 : 뼈만 남은 건축

월간 환경과조경 2014년 1월 309호|환경과조경

 

1968년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꿈을 이룬 미스 반 데어 로에

리덕션의 극치, 20세기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1886~1969, 이하 미스)가 1968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이듬해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미스 역시 평생 ‘건축의 본질’과 씨름한 사람이었다. 독일 아헨에서 출생하여 왕성히 활동하며 큰 명성을 떨치던 중 나치 집권이 시작되었고 1938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망명과 동시에 시카고 아머 공과대학(지금의 일리노이 공대) 건축학과 학장으로 부임하였으며 수많은 중요한 작품을 남겼다.

그의 리덕션은 일찍부터 시작되었지만 1950년대부터 극단적으로 변화한다. 새로운 건축 소재, 건축 기술의 발달이 박차를 가한 것이다. 철근과 유리를 이용하여 건축과 건축이 아닌 것의 경계 지점까지 몰고 갔다. 마지막에는 기둥, 벽과 지붕이라는 단 세 가지의 기본적인 요소만 남겼다. 기둥은 지붕을 지탱하기 위해 꼭 필요한 8개만 남겼으며, 3,000m2가 넘는 내부 면적임에도 실내에는 기둥을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 구조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들이 높았지만 그의 철저한 구조 계산이 한 치의 틀림도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벽도 없애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사방 벽을 남김없이 유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실상 벽이 없는 것과 다름이 없다. 미스는 이 건물을 “유니버설 스페이스”라고 불렀다. “뼈와 피부만 남은 건축”이라고 하기도 했다. 유니버설 스페이스는 용도가 지정되지 않은 공간으로,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인 셈이다. 하나의 원칙으로 미술관, 콘서트 홀, 오피스 건물, 심지어는 주택도 지을 수 있는 전천후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의 비전이었으며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그의 비전이 유감없이 실현되었다.

고대 그리스 신전부터 적용되었던 스페이스의 기본 원칙이 20세기의 언어로 완성되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미스의 정원관이다. 많은 모더니스트들이 그랬듯 그 역시 정원을 직접 설계하곤 했다. 건물과 정원이 하나의 판으로 짜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초기에는 더러 나무도 심고 잔디도 깔았으나 정원에서도 ‘불필요’하다고 여겼던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하다 보니 결국 ‘손대지 않은 자연경관’만 남게 되었다. 종국에 미스는 뼈와 투명 피부로 이루어진 건축물을 손대지 않은 경관 속에 세워두는 걸 즐겼다.

_ 고정희 · 칼 푀르스터 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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