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읽다

특집 우리시대 아파트 담론의 지형도
월간 환경과조경 2014년 2월 310호|환경과조경

 

특집 : 우리시대 아파트 담론의 지형도

지난 2013년 아파트 관련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되어 비단 아파트 관련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박인석의 『아파트 한국 사회: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과 박철수의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그리고 박해천의 『아파트 게임: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등이 그것이다. 왜 이렇게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증폭했을까. ‘집값 폭락’, ‘건설사 줄도산’등 아파트와 연결 고리를 맺고 있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조경과 도시, 건축 산업 분야의 직접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으며, 개인의 삶 또한 이에 크게 영향 받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책들은 아파트가 단지 주택 유형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를 읽어내는 매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지난 50여 년 간 ‘성냥갑 아파트’, ‘획일화된 평면’, ‘거주가 아닌 재산 증식 수단’이라는 숱한 비난과 폄하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굳건하게 만들고 지켜온 ‘아파트 신화’가 쉽사리 무너질 리는 만무하겠지만, 아파트 공화국이 균열을 일으키는 이 시점이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 기회가 아닐까. 이에 본지에서는 전문 분야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는 아파트 담론과 설계의 쟁점을 살펴보고, 분야를 넘어서 우리 주거 문화, 도시 문화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아파트를 읽다.


텍스트로서 아파트

1983년 소설가 신석상의 장편소설 『아파트 공화국』이 출간되었다. 같은 해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시멘트 벽으로 차단된 이웃이라든가 굳게 닫힌 철문이 비윤리적인 퇴폐 행위나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사고의 현장”이 되기도 하는 아파트 문화의 병폐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25년 후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2007)이 출간되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끌어냈다. 외국인 학자의 비판적 시선으로 탄생한 두 번째 “아파트 공화국”은 국내 주택 관련 전문가들에게 아파트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린 셈이었다. 물론 그간 아파트는 수많은 소설의 배경이었고, 각 학문 분야에서 관련 논문도 많았다. 그러나 아파트를 만드는 건축·도시·조경 분야에서 아파트는 비정상적 주거 문화와 획일적인 경관의 원흉이었을 뿐 공론의 장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아파트가 한국의 중간 계급(중산층)을 형성시킨 공장이라는 시선과 대단지 아파트가 점령한 서울을 하루살이 도시로 바라보는 결론은, 아파트가 우리 사회를 읽어내는 풍부한 텍스트임을 재확인시켜주면서 지금까지도 다양한 재론과 반론들을 끌어내고 있다. 이후 주거사회학적 관점에서 아파트를 바라본 전상인의 『아파트에 미치다』(2009)나 박해천의 『아파트 게임』(2013)은 아파트에 갇힌 우리의 일상을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아파트를 둘러싼 우리 주거 문화의 미래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정은 · 편집팀장
다른기사 보기
관련키워드l아파트
녹색문화포털, 라펜트(Lafent),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이전 및 다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