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박람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인터뷰] 안인숙 총감독(제4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라펜트l기사입력2015-09-13

 

9월 5일부터 8일까지 개최된 제4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에는 순천시만의 뚜렷한 색깔이 담겨있었다.


순천형 클라이가르텐에서는 ‘참여’를, 다산초당의 채마밭을 가져와 남도의 ‘문화’를 흡수시켰다. 백미는 ‘힐링텃밭정원’이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3대가 가꾸는 정원을 통해 도시농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었고, 컨테이너를 활용한 논두렁을 만들어 도심지 적용가능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생산성과 이벤트에 치중한 과거의 행사와 달리 치유와 문화와의 접촉면을 한껏 넓혀, 도시농업의 시너지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안인숙 도시농업박람회 총감독((주)안스그린월드 대표)


도시농업박람회 안인숙 총감독은 “지금까지 행사들이 도시농업의 기능과 홍보에 주안점을 두어왔다면,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이번 도시농업박람회는 예술과 문화에 포커스를 맞춰 새로운 도시농업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행사 주제가 ‘텃밭정원으로 떠나는 힐링여행’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한평텃밭정원처럼 시의성이 강조되는 시설은 컨테이너방식으로 제작해 터파기를 통한 대상지 훼손을 최소화했다. 풍성한 볼거리만큼, 대상지 본연의 경관도 중요한 고려요소라는 것이 안인숙 감독의 철학이다. 없던 것을 만드는 것보다, 있는 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획조경’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평텃밭정원에서는 운반 편의성이 역설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 수단이 되었다.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할 때, 가장 중히 생각하는 것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 감독은 ‘대상지 조사’를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그녀는 “주변언덕의 높낮이는 물론 물고임이 일어나는 위치까지 눈을 감고도 읽고 있을 정도로 걷고 조사한다.”고 말했다. 땅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대상지를 걷고 또 걷는 그다.


꿈의다리를 지나 습지센터로 향하는 박람회 동선이 하나의 예이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던 이 길 좌우에 안 감독은 한평텃밭정원과 습지용기정원을 양쪽에 선형으로 배치했다. 한평텃밭정원 뒷편으로는 낮은 구릉과 숲이 있어 정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습지용기정원은 항아리 같은 용기를 이용해 제작한 정원으로 길 가장자리 잔디로 덮인 수로 위로 배치하였다. 습지용기정원의 뒷편에는 습지센터를 둘러싼 자연형 습지가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시는 실내에서’라는 고정관념까지 과감히 깨뜨렸다. 안인숙 감독은 오픈형 전시관을 제작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관 자체가 하나의 조형물이 되는 듯 했다. 



 


“습지용기정원은 도심지 가로수 하부에, 오픈형 전시관은 도시농업박람회 다음 주자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안 감독은 이번 도시농업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과거의 박람회를 꼼꼼히 분석하였고, 그것들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순 카피로 그쳐서는 안되며, 지역마다 각각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개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람회 연출은 작업속도에 디테일까지 짧은시간에 이뤄진다. 그래서 박람회장의 본격적인 조성작업도 8월부터 진행됐다.


“개최일은 정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기상 상태가 나빠도 반드시 완성시켜야 했다. 박람회장 시공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다보니, 꽃과 채소를 가장 보기좋은 상태가 될 수 있도록 적정한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총괄감독으로서 하나의 잘못된 지시라도 떨어지면 그것이 미치는 파급이 작지 않다. 그래서 박람회장 조성시 신중에 신중을 가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문제 극복이 가능했던 비결은 바로 ‘준비’와 ‘노하우’에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기획조경’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분야이다. 기획조경을 하기 위해서는 식물에 대한 것은 물론, 공간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는 조경, 그리고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까지......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식물을 예로들면, 수종의 계절별 특징을 알아야 하고, 혼식했을 때의 모습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요리사가 음식재료에 대해 잘 알아야 맛있는 음식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지난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안 감독은 다양한 변수가 상존하는 박람회 연출 분야에서 슬기롭게 대응해 나갈 수 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인숙 감독은 “많은 선배님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전해주신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의 조경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분도 계시다. 그런 말씀 하나하나 가슴 속에 쌓아놓고 표현하며 잊지 않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많은 분이 이 일에 공감해 주고있어 행복하다”며 앞으로 조경의 포지션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조경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선은 지금 한걸음부터라는 것이다. 후배들도 기획조경의 새로운 분야를 함께 공감하고 영역을 확장해 주길 바란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글·사진_나창호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ch_19@hanmail.net

기획특집·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