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말한다] 조경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라펜트l기사입력2017-01-11

 

조경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_양병이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우리나라가 지난해에는 다사다난했으며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허망함 속에서 연말을 보냈다. 이에 더해 조경계는 지난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조경분야의 일거리도 줄어들고 일자리도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조경계의 단체들은 갈등 속에서 단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대응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새해를 맞이해 조경계의 어려운 난국을 대처하기 위한 방향을 단기적 방향과 장기적 방향으로 나누어 제시하고자 한다. 

단기적인 방향으로는 올해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고 조기에 대선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경단체들이 연합하여 범조경계 위기 대응팀을 구성하기 바란다. 위기 대응팀은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포함시킬 수 있는 조경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개발하는 일을 조속히 착수하기를 바란다. 좋은 정책을 개발한 후에는 유력 대통령출마자 선거공약에 포함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대통령출마자들의 선거공약이 완성되기 전에 초스피드로 진행하여야 한다. 조경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급한 대로 차기 정부의 공약과 정책에 조경분야의 업무들이 많이 포함되게 하여 조경분야에 대한 정부의 예산투자와 관심을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대선과정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미 다른 분야는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리라 판단된다.
        
장기적 방향으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사회변화와 기술변화에 대응해서 조경분야가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고령화의 추세와 인구감소, 기후변화 등의 사회변화에 맞추어 조경분야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혼합가상현실, 빅 데이터, 드론 등의 새로운 기술변화에 대응해서 조경분야는 어떻게 변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조경분야의 대응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많은 조경인들이 사회변화와 기술변화가 조경분야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하고 의구심을 가지고 전혀 무관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잘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조경분야의 앞날은 더욱 어두워질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과거에 호황이었던 전문분야 중에 오늘날에는 사라져 버린 분야가 있는가 하면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전문분야가 새롭게 나타나 호황을 누리는 분야도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사회변화와 기술변화에 적절히 대응해 변신하는 전문분야는 지속되는 반면 변신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분야는 쇠퇴해서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경분야의 현실을 냉철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조경분야만의 새로운 특허기술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타 분야에서는 할 수 없는 조경분야만이 할 수 있는 특수한 지식과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이제는 여러 전문분야가 융합하는 융합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경분야도 어떤 분야와 어떻게 융합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새로운 융합지식과 기술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개인이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경분야의 단체들이 연합하여 장기적인 연구팀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조경단체장이 바뀌면 유야무야되는 전례에 비추어볼 때 장기적 방향을 연구하는 팀만은 조경단체장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지속되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자성어(五字成語)중에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란 말이 있다. 그 뜻은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를 확대하면 일을 잘하고 잘 나가는 전문분야는 도구 즉 제도나 타 분야를 탓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조경분야의 많은 분들이 조경분야 제도가 미비하고 타 분야에서 우리 분야를 침범해 들어와서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말을 많이 했다. 물론 그러한 원인이 어느 정도 타당하기는 하나 우리가 도구 탓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글_양병이 ·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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