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활용, 시민에게 결정권 넘겨줘야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 첫 시작, 공개 세미나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7-05-21

 


정석 교수,  배정한 교수, 서현 교수 (좌부터) ⓒ플레이스온

올해부터 용산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이 시작됨에 따라 국가공원 조성을 위한 민간 주도의 논의가 본격화된다. 이를 위해 국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용산공원의 미래를 고민하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이 그 시작을 알렸다.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는 지난 19일(금) 전쟁기념관 이병형 홀에서 용산공원의 재발견’을 주제로 첫 번째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한 해 동안 정부부처 중심의 콘텐츠 논란을 겪으면서 기존의 전형적 국책사업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국민과 함께 용산공원을 만들어간다”는 방침에 따라 새롭게 기획된 것으로, 역사·도시·예술·생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여덟 차례의 공개세미나로 구성됐다.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의 진행으로 라운드테이블의 추진배경과 전체 구성을 살펴보고, 배성호 국토교통부 공원정책과장의 발제를 통해 그간 용산공원의 추진경과와 함께 기지 내 보존건축물의 활용을 둘러싸고 촉발된 논란과 앞으로의 이슈를 짚어봤다. 

이어서 조경, 건축, 도시 분야의 비평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서울대 배정한, 한양대 서현, 서울시립대 정석 교수와 함께 현대 도시공원의 담론과 용산공원의 의미에 대한 심층토의시간을 갖았다.

배정한 교수는 "그간 용산기지를 지칭했던 용어들은 녹지, 센트럴파크, 명품, 생태 등 좋은 공원을 만드는데 프레임이 맞춰져 있었다. 용산공원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중시하는 열린 계획 또는 과정 중심적 계획을 이번 자리에서 논의해 봤으면 좋겠다"며, 진행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용산미군기지를 공원화하고 있는 진행방식에 대해 논의됐다.

정석 교수는 "용산미군기지라는 특별한 장소에 있던 건물들을 다 철거하고, 센트럴파크 같은 멋진 공원을 만드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들어갈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고민하기 보다 국민들에게 온전하게 되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용산공원 조성방식은 먼저 최소한의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고, 100여년 간의 흔적들을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개방하는 것이다. 이후 미군기지를 찾은 국민들에 의해 기록되고 연구된 자료를 토대로 '이 땅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라는 의견을 모아 차근차근 완성해 가자고 주장했다.

서현 교수는 "용산미군기지에서 기껏 미군이 나갔는데, 그 자리에 다시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만들자고 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가 미국처럼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사회의 기득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금단의 땅이였던 곳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계획을 짜고 마스터플랜을 짜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며, "그냥 미군들이 나갈 때까지 앉아서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를 먼저 구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어 용산공원의 주인인 시민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자는 의견에 집중 조명됐다. 

정석 교수는 과거처럼 전문가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이 공간을 쓸 주인에게 결정권을 넘기는 '참여형 설계방법 혹은 개방형 설계방법'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개방형 설계방식은 목표 연도를 배정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용산미군기지를 시민들에게 개방해 자유롭게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계속해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존이 필요한 일부 건축물 80여 동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8개 시설물 활용방안(콘텐츠)에 대해 재논의 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석 교수는 "대한민국 내에서 백년간 외국인들이 거주하던 도시와 같은 곳에서 흔적을 다 지어버리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고 옳은건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용산공원을 단순히 공원 프로젝트로 보고 간단하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원을 만든다는 좋은 생각을 위해서 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없애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미군들이 빠져나온 빈 건물들이겠지만, 그 건물 안에는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고 기억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서현 교수는 부처간 콘텐츠 활용화를 논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세금을 받는 공무원들이 이전 세대의 사고를 가지는 마음대로 결정한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공무원들은 나서지 말고 뒤로 빠져서 경청하는 역할까지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현대적 관점에서 공원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음에 주목했다.

서현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는 전세계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 그 사회가 만드는 공원사회 역시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배정한 교수는 "공원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고 공공의 장소인 것 같지만, 실은 모순적인 장소이다. 물리적이나 제도적으로 공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 이제는 새로운 민주적인 공원, 열린 공원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석 교수는 "용산공원은 그냥 휴식만 취하는 장소가 아니다. 주민들이 모여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빈 건물들이 채워지면서 다채로운 도시가 될 수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흥미진진한 공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현 교수는 "지금 세대는 우리 세대와 다른 방식의 경쟁력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기성 세대들이 사회적 권력을 잡고 있다고 해서 미군기지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건 대대적인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잘 보존했다가 다음 세대들이 차곡차곡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게, 우리가 할 일의 처음이자 끝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정경훈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추진기획단장은 "용산공원에 시민들의 뜻과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진정성 있는 자세와 열린 가슴을 가지고 계속해서 듣도록 하겠다. 올해 8번에 세미나를 거치면서 백년대계를 위한 용산공원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진행을 맡은 김영민 교수는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은 5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한번씩 총 8번에 거쳐서 진행될 계획이다. '1.0'이라는 의미는 용산공원이 만들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연속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국토교통부 용산공원기획단 공원정책과 과장은 "이전과 달리 열린 자세로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 라운드테이블이과 임시개방과 같은 여러가지 기획을 하고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본 행사는 국토교통부 주최, 한국조경학회·플레이스온 주관, 서울특별시·용산구·문화체육관광부·KTV국민방송·한국건축역사학회·전쟁기념사업회·환경과조경 후원으로 진행됐다. 


정경훈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추진기획단장,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배성호 국토교통부 용산공원기획단 공원정책과 과장

청년프로그래머 단체사진​ ⓒ플레이스온




글·사진_신혜정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ssinkija@naver.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