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를 둘러싼 논쟁, 목본류인가? 초본류인가?

건축법 상, 교목으로 인정 여부 혼란 심해져
라펜트l기사입력2017-10-25

 

대나무는 현재 식물분류학상 벼목 화본(禾本科, 벼과)과 죽아과(竹亞科)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초본류로 분류돼 있다. 이런 이유로 대나무는 건축법 제42조 ‘대지의 조경’에 따라 식재수량 기준과는 무관하게 적용돼 왔다.

하지만, 생태학적 측면에서는 목본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나무를 교목으로 인정해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현장의 식재면적이 좁고 애매한 공간은 교목을 대체할 수종이 필요한데, 이를 대신할 수종이 마땅치 않다. 대나무는 이상기후로 인해 생육지가 북상하면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제대로 관리만 잘 해주면 조경수로도 활용가치가 높다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 의견이다.

이와 함께 교목 중에서도 상록교목이 대체할 수종이 빈약한데 대나무는 한 해만 잘 넘겨주면 상록교목으로도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소나무는 향후 20-30년이면 한반도에서 사라진다는 예측이 있고, 독일가문비나 가이즈까향나무의 수요도 줄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대나무를 교목으로 인정하는데 소극적인 입장이다. 자칫 대나무를 교목으로 인정했다가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이를 악용하려는 업체들과의 다툼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경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자는 “지자체가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법으로 법정 수량만 맞추려는 몇몇 회사들이 있어서다. 실제로 대나무를 교목으로 인정해 줬다가 교목이 식재되어야 할 공간에 대나무만 식재하려는 업체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표자는 “지자체나 건물주 입장에서는 대나무의 관리가 어려워 꺼려하기도 한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는 식생이 어려워 주로 건물주변에 식재를 하는데, 잘 못 식재하면 뿌리가 번져 건물로 파고들 우려가 있다. 또한, 대나무 주변에 모기가 모여 건물주들 입장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한 조경전문가는 “지자체와 설계업체간의 대립의 원인으로 불명확한 대나무의 학술적 정의를 지목했다. 대나무가 나무도 아닌 풀도 아닌 식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표준기준이 있더라도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임업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학술적 정의를 살펴보면, 우선 식물(해부)학적 측면에서 대나무는 형성층이 없어 2차 생장을 통한 나이테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초본식물에 속한다. 꽃을 피우면 씨앗을 남기고 죽는 풀의 속성까지도 따르고 있다.

박상진 저자의 ‘목재조직과 식별(1987, 향문사)’에는 현미경으로 대나무를 관찰한 실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단자엽에 속하는 대나무는 유관속이 기본조직 속에 산재하는 부재중심주(不齋中心住)로, 구성세포의 종류와 배열이 나무와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다.

국립산림과학원 한 관계자는 “나무는 형성층이 있어 매년 부피생장과 수고생장을 하지만, 대나무는 형성층이 없어 봄에 생육이 완료되면 부피생장과 수고생장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체 내의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줄기가 단단해져 나무의 특성도 일부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생태학적 측면에서는 겨울철에 대나무의 지상부가 살아남기 때문에 목본식물에 속한다. 우리나라 수목도감이 생태학적 측면에 의해 분류되는 점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제시됐다.

수목생리학(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발행) 저자인 이경준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 명예교수는 “조경관리 측면에서 대나무는 나무와 동일하게 지상부를 남겨두고 관리하고 있어, 생태학적 정의를 적용해 대나무를 수목으로 간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목학적 관점에서 키가 3-4m 이상 자라는 대나무류(맹종죽, 오죽 등)는 상록활엽교목으로, 키가 3-4m 이하로 자라는 조릿대는 상록활엽관목으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적합해 보인다.”고 자문했다.

김외정 박사(前국립산림과학원 연구위원)가 2013년 한국조경수협회 협회지 7,8월호 논단에 기고한 ‘대나무는 풀인가 나무인가’에 따르면, 대나무는 형성층이 없어 해부학적으로 풀이라 해석되지만, 형성층이 있다가 퇴화한 것이기에 벼과에 속하는 나무로 인정한다고 서술한다.

김 박사는 “대나무가 1년 안에 모든 수고생장을 끝내기 때문에 부피성장의 기능을 하는 형성층이 필요하지 않아 퇴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성층이 퇴화했다는 기록은 일본 문헌에도 언급돼 있는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풀과 나무를 분리하는 주성분은 리그닌이다. 셀룰로오스 안에 축적되는 리그닌은 세포 간에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어 나무처럼 딱딱한 물리적 성질을 만든다. 풀은 리그닌이 5%도 차지하지 않지만, 나무는 전체 무게의 25%가 리그닌으로 구성돼 있다. 대나무에도 이와 같은 성분이 25% 가까이 차지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또한, “대나무는 예로부터 대풀이라고 부르지 않았고, 학술적으로도 이미 여러 문헌을 통해 목본으로 분류된 식물이다. 풀도 몇 년 만에 크는 종도 있는데, 1년 만에 성장을 멈춘다고 해서 풀이라고 본다면 목본식물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학술은 학술대로 인정하면서 조경의 이용성 측면으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변화된 모습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용식 영남대학교 교수는 “식물학을 배우는 목적은 식물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용도를 다양화하기 위해서이다. 대나무가 나무인지 풀인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학술적으로 대나무가 풀이면 풀로 인정을 해주되, 조경의 이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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