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가 한 자리 모여 ‘비전’ 논의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조경설계가의 날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7-11-05

 



전연령층의 조경가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조경설계가들의 축제 ‘제2회 조경설계가의 날’ 행사가 지난 11월 3일(금) 오후 1시 30분 서울숲 및 동심원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조경설계가의 날’은 문화와 예술을 기본으로 하는 조경설계자의 자존심을 고양하고, 업계 내 모임기회를 만들어 상호교류를 하는 날이다. 

이날 행사는 야외 레크레이션과 토크콘서트, 저녁만찬 순으로 진행됐다.

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은 인사말을 대신해 설계를 기피하는 최근 동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설계가로써 자긍심을 가졌음 좋겠다고 제언했다. 조경 설계는 가장 기초가 되면서도 기술이나 트렌드를 먼저 읽고 이 분야를 끌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비전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주변에서 조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더군다나 설계는 일감마저 줄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며, 이에 대해 "어느 분야나 어느 시대나 약간의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 건설업계는 하나의 전환점을 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말에 따르면, 그간 조경은 정부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에 관 주도의 프로젝트가 줄어든 형국에서 위기 인식이 팽배해진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제는 민간 주도의 프로젝트로 변화된 만큼 새로운 기회를 맞이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설계비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선진국만큼 대접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비록 우리나라는 작지만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기 때문에 조경 일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조경에 대한 비전만 있다면 여전히 할 일이 많은 분야이다. 조경설계가로써 비전을 갖고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안계동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다음으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조경이 인접 분야에 의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보는 시선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건축분야의 경우, 건축공모부터 건축을 소재로 한 전시전, 예능방송, 오픈캐스트, 건축 기본법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주는 만큼 때때로 조경업에서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조경과 건축을 비교해보면, 전국 조경학과 수와 건축학과 수는 38:302, 재적 학생 수는 6,922:67,573로 규모면에서 약 10배의 차이를 나타낸다. 조경에서 인접 분야와의 접점을 10%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건축의 1%도 안되는 수치이다.

김 교수는 "조경의 약점은 첫째로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고, 둘째로 역사가 너무 짧으며, 셋째로 정체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몇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건축과 비교해서 역사가 200년도 안된 조경의 제도 역시 약할 수밖에 없다. 조경에서 건축을 뛰어 넘으려고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경의 치명적인 약점이 장점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즉, 조경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쉽게 변화할 수 있고, 역사가 짧기 때문에 고착이 되지 않으며, 정체성이 약하기 때문에 코어를 계속해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가 미약하다는 것은 제약이 없다는 말이 되고, 대중들의 인식이 불안정하다는 것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지금까지 조경은 역사적으로 과학, 생태, 예술, 건축, 토목, 도시의 코어를 받아들여 다양한 형태로 성장해 왔다. 도시미화운동이 전개되기도 했고, GIS라는 프로그램이 탄생되기도 했으며, 포스트 모더니즘 조경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도시 주요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이처럼 조경은 인접 분야인 건축, 토목, 도시 계획에 작은 힘으로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민 교수는 "조경의 수많은 정체성으로 지각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조경은 정원에서부터 몇 만 km에 이르기 까지 스케일의 범주 또한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편, 야외 레크레이션은 짝피구, 족구, 발풍선 터트리기, 신발 멀리 던지기, OX게임, 자유투 던지기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서울숲을 가득 메운 오색단풍을 감상하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글·사진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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