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 대비 ‘DMZ 접경지역’ 미래방안 모색

‘풍경으로서 DMZ와 접경지역, 성찰과 상상 2017’ 심포지엄
라펜트l기사입력2017-12-10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장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는 ‘풍경으로서 DMZ와 접경지역, 성찰과 상상 2017’ 심포지엄을 지난 24일(금) 오후 1시 30분 서울대 환경대학원 82동 글로컬홀에서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평화통일을 대비하면서 DMZ와 접경지역이 어떤 미래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해보려는 의도로 기획됐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는 2013년부터 평양, 개성 등 북한도시의 공간과 문화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오고 있다. 2015년에는 분단의 아픔을 가장 가깝게 마주하고 있는 철원 지역을 통해 미래자원으로서 DMZ 접경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DMZ와 접경지역의 조건을 탐색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 국토의 산수, 지형, 문화를 새롭게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찾고자 한다. 심포지엄을 통해 거시적 구상과 성찰, 미시적 실천과 상상의 영역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17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심포지엄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이날 행사는 'DMZ와 접경지역의 공간문화'와 'DMZ 접경지역 아트프로젝트'를 주제로 두 섹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전망대 풍경 도큐멘테이션'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김지나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조경학 박사과정·신이도 건축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DMZ, 마을과 도시, 그리고 사람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이음매로서 '전망대'가 고유한 한국적 풍경을 발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아젠다를 형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망대는 양구 펀치볼, 연천에서부터 파주로 이어지는 임진강, 전쟁 전 구철원의 폐허 등 분단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채 자연적인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는 접경지역의 자원들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전망대는 그 자체로 역사적 의의가 있는 문화재이며 DMZ 및 접경지역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이자 우리나라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풍경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여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전망대 건물의 문화재적 가치를 존중하여 주변 맥락에서 벗어난 새로운 건축물을 무분별하게 양산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며, 우리나라 국토 지형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느린 속도로 접경지역 일대의 풍경을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전망대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경진 교수는 "DMZ 및 접경지역의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DMZ 내에 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는 계획 등의 면적인 접근이 아니라, 접경지역 전체를 경험하기 위한 여정을 강조하는 선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DMZ 및 접경지역 미래관리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박은진 국립생태원 융합연구실장은 "DMZ의 생태환경 가치를 보전하고 활용하여 남북협력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으로서 대표적인 논의는 평화공원 또는 생태평화공원 논의이다."라고 주장했다.

평화공원은 경제특구와 함께 대표적인 접경지역 협력공간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곳곳에 그 협력체계와 공간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접경 평화공원이 존재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접경지역의 이러한 평화공원을 '생물다양성과 자연자원, 그리고 연계된 문화자원을 보호 유지하면서 평화와 협력을 촉진하는 접경보호지역'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한반도 DMZ는 세계 곳곳에 분포하는 접경 대립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접경보호지역 평화공원 접근이 어렵다. 체제와 이념갈등의 결과가 한반도 DMZ인 만큼 어떤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큰 진전과 정치적 문제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DMZ의 생물다양성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대화의 시작점이자 간접적인 협력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DMZ는 그 자체가 거대한 평화기념공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지역 곳곳에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등을 만들어 지역자원 보전과 공동체 활성화를 도모하고 자칫 개발과 보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는 이 지역의 인식과 역량을 높이는 일이 지금부터 잘 준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2015년부터 시작된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 최재은의 개념하에 제안됐으며, 예술가, 건축가, 인문학자, 역사학자, 생물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로 구성된 팀이 협업하여 공중정원, 12개의 정자 프로젝트, 3개의 타워, 궁예도성의 고고학적 연구, 지뢰 제거, 종자은행 및 생태계 도서관에 관한 구상으로 진행됐다.

공중정원은 지면에서 3-6m 공중에 떠있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으며 남북과 좌우를 잇는 총 길이는 약 20km에 이른다. 이 통로 위에는 구조물이나 시설 이외에, 대지의 형태와 식물 군집들에 따라 각기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소규모 정원들이 위치한다. '공중'이라는 공간은 지뢰, 자연 생태계, 인간 사이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DMZ를 가로질러 남북한과 좌우로 이어지는 통로의 중요한 지점들마다 작은 공중마당과 12개의 정자들이 설치될 예정이다. 정자는 DMZ에 존재하는 돌, 흙, 나무, 물, 바람 등 재료들을 사용해 인공적인 재료들을 배제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최재은 아티스트는 "이 구조물은 단순한 토목 고사를 벗어나 궁극적으로 그곳의 생태계와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관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우리의 삶이 자연과 지속 가능한 공존을 이루는 하나의 표본이 되도록 접근하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조민석 건축가는 "언젠가는 있을 두 나라의 만남을 갈망하는 우리의 제안은 이념을 넘어선 것으로 남북을 포함한 인류의 공통 관심사에 근거했다. 다시 말해 이 지역의 생태 환경 보호와 근래에 위협되고 있는 인류 공동자산에 관한 우려에 근거했다. 보다 능동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단절된 한반도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다."라고 덧붙였다.


2017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심포지엄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

글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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