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식물표본실 설립, 수목원관리 전문가 양성 등 수목원의 기초 다질 것″

[인터뷰]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
라펜트l기사입력2019-05-30

 

나고야의정서 국내발효에 따른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나아가 생물주권 보호확립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생물자원의 현명한 이용을 도모하는데 있어 수목원의 역할은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천리포수목원 또한 수목원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해 도서관과 식물표본실의 설립, 석사과정에 준하는 수목원관리 리더쉽 과정, 미국 코넬대학과의 교류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영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퇴임 후, 천리포수목원 원장으로서 수목원 경영 및 관리에 한창인 김용식 원장을 만나 수목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 원장

천리포수목원 원장으로 부임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소감은?

취임이 엊그제였는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지난 1년 사이에 대학에서 일하던 때에는 접하거나 전혀 고민할 일이 없었던 매우 소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우리 수목원에는 꽤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직원과 협력하여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가던 과정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수목원이라는 특성으로 보아 천리포수목원의 발전을 위하여 한정된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기에, 그 바탕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더욱 실감하였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이 원대한 목표를 향하여 먼 길을 걸어가기 위한 여러 준비가 필요한데, 벌써 거의 중반에 접어들었기에 가는 시간이 아쉽습니다. 
 

천리포수목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천리포수목원은 여러 면에서 독특합니다. 고 민병갈 설립자는 당시 서울에서 본다면 아주 오지에, 그것도 매우 척박한 땅에 수목원을 만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때가 이미 50이 넘은 연세셨습니다. 누구의 경제적인 지원 없이 오직 자신의 노력으로 수목원을 만들어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와 미국호랑가시학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어 설립한 지 30년만인 2000년에 국제수목학회(IDS : International Dendrology Society)는 우리 수목원을 “Distinguished for Merit”로 선정하였고, 이는 아시아의 수목원 중에서는 처음의 일입니다. 천리포수목원이 자리 잡은 위치도 절묘하지만, 16,500분류군에 이르는 방대한 국내외 식물을 수집한 것과, 특히, 목련,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 단풍나무 및 무궁화 등 5대속의 집중적인 수집은 매우 의미가 깊습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미국호랑가시학회나 국제목련학회 등의 활동을 열심히 하여 국내에서도 학회를 열었던 일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최근 정원문화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정확한 재배품종명의 사용을 꽤 게을리 하는 사회에서 일찍이 재배품종의 중요성을 일깨운 일은 산업적인 측면과 정원문화 확산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의 기능과 역할은?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민병갈 원장님의 유산을 계승하고, 수목원이 지닌 가치 및 역량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일을 추진 중입니다.

첫째로, 천리포수목원의 기초를 더욱 튼튼히 하기 위한 사업으로 기록을 포함한 도서관과 식물표본실의 설립, 현행 가드너 과정을 발전시켜 석사과정에 준하는 수목원관리 리더쉽 과정 준비 및 국제목련학회와 왕립아시아학회 한국지부 등의 활동 강화입니다. 도서관은 현행 공간의 리모델링과 함께 수목원 관리, 원예 및 식물보전 분야를 대상으로 미국 코넬대학 도서관을 중심으로 도서기증을 추진 중입니다. 이 도서관에는 도서뿐만 아니라 수목원에서 생성하는 모든 기록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며, 종국적인 목표는 디지털 도서관입니다. 식물표본실은 두 가지 기능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 코넬대학의 식물표본실(The L. H. Bailey Hortorium Herbarium)을 모델로 천리포수목원이 보유한 5대 속을 중심으로 자생지와 재배품종 및 서해안과 주변 섬의 식물을 대상으로 식물표본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관련 분야의 연구 및 특히 원예용으로 사용하는 식물재료의 정확한 식물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시설이 될 것입니다.

둘째로,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수목원 경영을 위한 사업의 개발입니다. 수목원의 발전에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천리포수목원은 아직 매우 낮은 강도의 재정자립 수준이나, 앞으로 자체적인 사업의 개발과 추진사업 별로 기금모금을 통하여 재정자립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하여 대량번식을 위한 최신설비를 갖춘 온실 건립을 목표로 일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천리포수목원의 특징을 살린 상품개발로 추진 중입니다. 

셋째로, 천리포수목원의 자원을 바탕으로 한 지역연계 사업의 추진 등이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깊은 유대관계를 구축하여 함께 가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여러 면에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준비해야 할 일이 많지만, 앞으로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원의 역량 강화와 복지의 향상입니다. 수목원의 발전에는 충분한 예산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러나 먼저 자질 있는 직원의 확보가 중요합니다. 특강, 교육 및 단기, 중기 및 장기간의 해외연수를 통하여 직원의 업무추진 역량과 자질을 높이는 일이 매우 시급합니다. 아울러 직원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일을 추진 중입니다.


식물원을 수목원과 동일한 시설로 간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우리나라의 수목원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정상에서 약간 벗어난 일이 많았습니다. 먼저 식물원과 수목원을 구분하여 법체계를 다듬으려 하는 일 자체가 잘못된 접근이죠. 이는 앞으로 한정된 자원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웃음거리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수목원의 발전에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꿰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목원이 미국의 선진수목원처럼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 그들의 발전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수목원 운영 및 관리 등에 있어 어려운 점과 개선방안이 있다면?

내부적인 문제와 외부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재정확보가 제일 시급한 과제이고 해결 우선순위의 첫 번째입니다.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으나, 지속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또한, 수목원의 임무에 쫓아 일하기 위한 적절한 관리 인력의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법과 제도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법과 제도가 있습니다. 이는 국민과 사회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지난 1년간 이곳에서 일하면서 때로는 오히려 도움보다는 걸림돌이 되는 일이 많음을 느낍니다. 또한 수목원의 발전에 우리는 아직도 각 수목원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모방하거나,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그 반대로 가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힘을 더하여 서로 중복을 피하고 각자의 특성을 살려 발전할 수 있는 합의를 구하는 일이 국가적이든 각기 수목원이든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원장님의 수목원 운영 철학은?

우리의 현실에 다소 맞지 않은 면이 있겠지만, 모든 일은 자발적이지 않으면 개인이든 기관이든 그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시간은 훨씬 더 필요하겠지만, 직원이 자신이 해야할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대화하고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함께 자신의 업무역량을 배양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수목원을 찾는 이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리 수목원에는 계절에 따라 목련을 비롯한 아름다운 꽃이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도록 아주 긴 시간동안 노력해온 과정도 함께 살펴보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더 관심을 주시기 바라는 것은 매우 척박한 땅을 일구어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만들어 이를 우리 사회에 귀중한 선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나신 민병갈 설립자의 뜻을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글·사진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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