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시 패러다임의 이동과 ‘확장된 조경’ : 쇼킹한 제3기 신도시 건설의 정부 정책 목표

조세환 경관도시설계가(한양대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0-01-05

 

《2020 라펜트 신년 기획 특집》

「제3기 신도시 건설과 친환경∙에너지도시로 ‘확장된 조경’(extended landscape architecture)」과

「융합된 도시」 



[제1화] 

도시 패러다임의 이동과 ‘확장된 조경’

: 쇼킹한 제3기 신도시 건설의 정부 정책 목표 




_조세환 경관도시설계가(한양대 도시대학원 명예교수)

(재)한국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사)한국조경협회 고문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고문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고문

(사)바이오도시포럼 의장





제3기 신도시 건설을 기획하며 정부는 시민 및 전문가들의 여론을 조사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개발방향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계획 요소는 무엇인가? 또 동시대 시민들이 원하는 도시의 생활 인프라 요소는 무엇인가? 이 조사의 내용은 결국 제3기 신도시가 지향해 가야할 주요 정책의 방향성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결과는 쇼킹했다. 10여 년 전에 건설된 1, 2기 신도시와는 차별화되는 무엇이 확연히 드러났다. 시민들의 개발방향에 대한 선호도는 ‘친환경 생태도시’가 가장 높았다. 또 생활 인프라에 대한 수요는 ‘대중교통시설’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놀랍게도 ‘공원녹지’가 2위로 그 뒤를 바짝 따라 붙는다. 


온라인 상에서 제3기 신도시 건설과 관련한 뉴스 검색 횟수 분석 결과를 봐도 여전히 쇼킹하다. ‘자족도시’와 ‘환경’이 거의 유사 수준에서 1위 순위를 다투고 ‘접근성’, ‘스마트’, ‘안전’, 개방‘ 등은 저만치 축 뒤처져서 따라오고 있다(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제3기 신도시계획 관련 미공개 연구 자료, 2019). ’자족도시‘는 사실 1, 2기 신도시 건설 때부터 약방의 감초로 등장하던 분야다. 여전히 첨단산업 등 도시경제(urban economics)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3기 신도시 건설에서 새롭게 나타난 혁신의 아이콘은 ’환경‘임이 틀림이 없다. 경제를 위협(?)할 만큼 바짝 경제 선호도를 뒤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물어 본다. 앞에서 왜 쇼킹하다고 했는가? ‘친환경 생태도시’, ‘공원∙녹지’, ‘환경’ 등 산업사회 이래 도시분야에서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로서 도시의 변두리로 등한시 되던 환경 관련 용어들이 어느새 동시대 디지털기술기반사회 ‘도시 만들기’의 중심 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에서 ‘자족도시’, ‘대중교통(TOD : Transit Oriented Development)’의 화두는 너무 익숙해 져서 전혀 새롭지 않다. 제4차산업혁명과 기후변화시대의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은 이미 ‘친환경 생태도시’, ‘공원∙녹지’, ‘환경’으로의 변화에 있음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제3기 신도시가 제1, 2기 신도시와 차별화되려면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도시에 담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정부의 제3기 신도시 건설에서 ‘공생도시’라는 비전을 성취하기 위한 몇 가지 최상위 목표 중 하나로 가장 쇼킹하게 다가오는 것은 기후변화시대 ‘친환경에너지도시’ 건설이다.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등의 현실문제가 내면에 숨겨져 있지만 총론적으론 인간본성 기반의 삶을 위한 인간과 자연의 공생(symbiosis)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친환경에너지도시’의 속살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내용인즉슨 우리 모두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들이다. ‘공원∙녹지’, ‘온실가스 흡수’, ‘바람길 조성’, ‘수순환(LID)계획, ’도시 폭염 완화‘, ’게릴라 홍수 대책(저류지 조성 등), ‘미세먼지 저감’, ‘옥상녹화’, ‘생태 및 생물서식지 보전’, ‘신재생에너지(탄소 제로), 부수적이긴 하지만 ‘소음’, ‘범죄 예방’ 등 안전의 문제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조경학자나 조경설계가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하여 조경가들에게도 맹점은 있다. ‘친환경에너지도시’를 ‘인간’과 ‘자연’의 공생(symbiosis)이라는 큰 프레임의 문제로 치환하면 결국  ‘자연’과 ‘도시’를 어떻게 도시적 프레임 속에서 상호 순응적 작동의 관계로 구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로 귀결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도시와 자연의 계획적 배치, 도시와 자연의 양적 비율 조정, 특히 관련하여 개발 비용의 절감 등의 문제 등과 부딪히게 되어 있다. 


조경학자나 조경설계가들은 이 문제에 비교적 약한 존재다. 빈번히 개발주체와 계획가, 건축가들 주도에 의한 개발이익 효용론과 산업사회 기반의 계획이론에 근거하여 친환경에너지도시를 현재 시점의 개발이익과 무리없이 상호 트레이트 오프(trade-off) 시킨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오늘날 전세계적 화두로 다가오고 있는 온실가스감축 등과 같은 기후변화시대에 부딪히고 있는 우리나라 제1, 2기 신도시의 빈약한 친환경에너지도시의 현주소이다. 


우리나라가 2035년까지 현재의 온실가스를 30% 정도를 줄여야 하는 신기후변화협약에 부응하기 위해 지금 정부의 관련 각 부처가 비상이 걸려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구기후변화와 디지털기술기반사회의 도래 등 패러다임 이동 읽기 혜안의 부재와 비지속가능성의 단기적 개발이익 추구의 결과물 이상 다름 아니다. ‘친환경에너지도시’와 관련하여 도시계획∙설계가에게도 여전히 맹점은 존재한다. 300여 년 이상에 걸친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은 도시와 자연을 분리와 단절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에 익숙해 있다. 공원과 녹지는 도시의 시설로서 마치 바다의 섬처럼 도시와 따로 분리되어 일률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더하여 가급적 토지 개발이익을 높이기 위해 공원과 녹지의 면적은 줄여야 한다. 


좋은 숲과 하천 등 물이 인접해 있는 지역은 개발이익이 높은 지역임으로 주변 지역은 도시로 개발되어야 하고 따라서 생태∙녹지지역은 고립화 되어야 한다. 도시 폭염, 수순환, 미세먼지, 바람통로, 생태 및 생물서식지 등은 모두 별도의 요소로 이른바 짜투리 공간에 귀속시키는 ‘따로따로’ 국밥 인프라로 간주한다. 그래서 이들 인프라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도시의 모든 자연을 도시와의 상호작동적, 성능중심적, 융합 중심적 접근보다는 산업사회에서의 전통적 계획이론인 분리와 단절에 의한 환원계획적 접근을 여전히 최고의 계획이론적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궁금하다. 자연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친환경에너지도시’의 문제는 공원∙녹지의 문제를 떠나 조경전문가와는 무관한 것인가? 총괄조경가(MLA)는 도시계획에서 받은 녹색의 땅에 디자인을 제공하거나, 공원∙녹지 등의 위치나 체계 등을 설정할 때 자문 정도하는 데 역할이 멈춰져 있어야 하는가? 더 나아가 ‘공원∙녹지’만 조경의 범주이고 ‘온실가스 흡수’, ‘바람길 조성’, ‘수순환(LID)계획, ’도시 폭염 완화‘, ’게릴라 홍수 대책(저류지 조성 등), ‘미세먼지 저감’, ‘옥상녹화’, ‘생태 및 생물서식지 보전’, ‘신재생에너지(탄소 제로) 등 친환경에너지 영역은 공원∙녹지 즉 조경분야와는 또 다른 영역의 그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하지만 이 궁금함을 연역해 보면 결코 조경가들 또는 계획가들의 잘못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그간의 산업화시대 패러다임이 그렇게 실천하도록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결과이상 다름 아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디지털기기반사회의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동은 마침내 그리고 특별히  ‘친환경에너지도시’ 건설을 제3기 신도시 정책의 최고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 이동의 시대에 ‘친환경에너지도시’ 건설 목표를 어떻게 성취하여야 할 것인지? 또 결과적으로 그것이 제1, 2기 신도시와 어떻게 차별화 될 수 있을 것인지? 마침내 도시계획과 조경계획, 교통시설 등 각종 인프라들이 어떻게 융합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원하는 제3기 신도시의 만족도와 선호도는 이제 공급과 수급의 일상을 넘어 기후변화 적응, 지속가능성, 인간본성 기반의 삶, 기술 및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과 탄력성, 자연의 문화 등 친환경에너지도시 건설과 직결되어 있다.   


이 문제들의 해결책에 대해 패러다임 이동에 따른 ‘확장된 조경’(extended landscape architecture)과 ‘혼성과 융합의 새로운 도시계획이론’과의 공생지역(ecotone) 관점에서 다음 호부터 본격적으로 탐색해 보자.      






[제2화] 제3기 신도시의 공원·녹지 복합형 ‘친환경에너지 압축도시(compact city) 모형’(2020. 1. 13(월) 게제 예정)

글_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 도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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