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을 숲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기후위기시대,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 2차 웨비나 15일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21-10-31

 

(사)한국조경학회 추계학술대회의 특별 세션으로 ‘기후위기시대, 학교운동장의 생태적 전환’의 2차 웨비나가 15일 진행됐다.

이번 웨비나는 삭막한 학교운동장을 숲으로 바꿔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미래 세대가 배우고, 놀고, 참여할 권리를 위한 방향과 대안을 함께 찾고자 마련됐다.

발제는 김인호 신구대학교 교수가 기후위기시대, 이제 학교숲에서 숲속 학교다!’, 고인룡 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가 ‘교실과 운동장 – 연결과 관계 맺기’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다. 

이어서 임종길 생태화가가 ‘생태적인 학교 만들기 실제 사례와 방법’를 발표했고,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건축가인 르넷 코탈스 알테스(Renet Korthals Altes)가 ‘CO-dedigning Green Schoolyard for all’라는 제목의 발제를 했다. 


김인호 신구대학교 교수, 고인룡 공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임종길 생태화가, 르넷 탈스 알테스(Renet Korthals Altes) 교사가 웨비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학교숲 조성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자.

김인호 교수 발제에서 약 20년의 학교숲 조성역사를 보면 학교가 주도하기보다는 행정주도형 또는 외부 기관에서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학교숲을 조성하는데 적절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유지·관리에 대한 문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와 반대로 해외 학교숲의 공통적 특징은 조성 과정에서 절적한 절차가 있다는 것이다. 설계·조성 과정에서의 학생과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와 의견 수렴 과정을 교육의 일환으로 여기며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

또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예들 들어 독일에서는 조경가와 교사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 조경가는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외에도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플랫폼과 함께 지자체와 기업을 묶어주는 플랫폼도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교숲에 대한 교육적, 환경적,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역할에 관한 연구 및 정보가 충분히 반영되면서 사회적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기업의 후원과 기부에 근거도 제공된다.

김인호 교수는 “「도시공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6㎡ 이다. 이에 반해 경기도 학교숲 면적은 1인당 약 2.6㎡이다. 1인당 학교숲 면적이 도시숲 기준인 6㎡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이 목표를 내세워 학교의 생태적 전환을 브랜드화 해야한다”며 학교숲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학교숲을 복합 문화·학습 공간으로 조성해 학교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공유공간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관리에 대한 부담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생태적 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층 구조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불어 학교운동장은 체력 중심의 공간에서 교과 과정에 맞춘 교육적 기능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놀이, 산책, 축제, 동아리활동, 실습, 운동이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김 교수는 “숲속 학교는 교육 과정의 전환과 지역과의 상생, 학습 환경의 혁신이라고 하는 측면을 학생을 중심으로 놓아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참여형 설계 또는 조성 과정에 학생들과 학교 구성원들의 동참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학교 공간의 문법 바꿔서 안과 밖을 연결해야

한국의 학교는 식민지 시대와 더불어 군사적 체계 속에 가친 마치 군대 막사와 같은 구조를 갖게 됐다. 이런 속에서 학교는 교실이라는 교육적 공간과 운동장이라는 체력단련 공간으로 양분됐고, 그 사이에는 울타리와 같은 좁은 화단이 자리 잡았다. 

고인룡 교수는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학교 공간의 문법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울타리로 작용하던 요소들을 뚫고 학교를 외부와 연결하고, 학교 공간의 문법들을 틈을 벌려 새로운 기능과 역할들을 집어넣어 공간의 안과 밖을 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는 운동장과 학교 건물을 가르던 울타리였던 녹지를 생태라는 개념 안에서 확장하고, 실제로 학교가 요구하는 구체적 공간의 일부로 인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고 교수는 “학교 공간은 다양한 틈새를 발견해야 한다. 이분법적 구성 속에서 다양한 여지들을 발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운동장을 포함한 모든 공간들 속에 자연적 요소가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과도적인 과정이 있겠지만, 학교에서 자연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부각하고 확대한다면 결국에 학교 공간 전체에 대한 자연적 요소들 스며들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학교라고 하는 울타리를 벗어난 자연들과 연결되는 지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학교숲의 생태적 요소가 학교 외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래의 학교 공간은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적 목표와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공간들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특히, 외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식으로 수업에 연계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을 통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새로운 교육·학습 행태를 통해서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사회적 네트워크을 형성해야 한다. 

고 교수에 따르면 학교의 본질은 변화이고, 학교 교육 생태계는 결국 변화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야 한다. 이어서 그는 “학교 운동장을 내부와 외부의 맥락에서 얘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교육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생태적 전환이 이뤄날 것이다. 또한, 내부 공간의 변화와 같이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한다면, 운동장의 생태적 전환이 더욱 쉽게 일어날 것”이라고 학교숲을 위해 내·외부 공간 모두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학교숲 제대로 하려면 학생들과 함께 해야한다.

임종길 생태화가는 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생활하면서 다양한 학교에 생태공간을 조성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임종길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학교숲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임 작가는 “1997년도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신설 학교로 전근했다. 그런데 아직 운동장이 정비가 되지 않았다. 입학식를 진행하는 동안 아이들이 10여 명이 학교 운동장 수렁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났고, 수렁에 빠진 학생들은 운동화를 잃어버렸다. 이후 삽으로 운동화를 캐고, 찾아가라는 방송을 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이 사건 이전에는 자연을 가까이하기 위해 학생들과 외부활동을 했지만, 이후 학교 자체를 자연에 가까운 곳으로 꾸미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임종길 작가는 자신의 교사생활을 뒤돌아보며 학교를 바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하며 한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임 작가는 “예전에 학교에서 징계받는 아이 몇 명과 연못을 만든 적 있다. 연못 만들기에 참여한 한 아이는 이후 친구들에게 ‘이건 내가 만든 연못이야’라며 항상 자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더디더라도 학교를 바꿀 때는 되도록 학생과 같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학생들이 싫어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뭔가를 굉장히 하고 싶어한다”고 학생들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임 작가는 어떤 상징적인 사건을 회상했다. 그에 따르면 “어떤 학생이 키우던 거북이를 학교 연못에 풀어도 괜찮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외례종 거북이를 강이나 호수에 풀어주면 더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아 학교 연못에서 키우기로 결정했다. 이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그 거북이 때문에 전에 연못을 찾지 않던 아이들이 연못에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됐고, 연못을 이용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현장의 생생한 경험담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종길 작가는 “학교숲이 제대로 유지되려면 관점 바뀌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 과정과 체계인 연관을 갖지 못한다면 못했을 때 한 개인으로 했을 때는 이런 한계점이 있다”고 했다. 


각 학교, 지역에 맞는 학교숲 추진해야 한다.

르넷 코탈스 알테스는 네덜란드에서 건축가이자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16년 전부터 학교 운동장을 녹색공간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알테스는 우선 학교 운동장을 학교숲으로 만드는데 있어, 각 도시와 지역마다 중요한 이슈를 설정하는 것을 주문했다.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의 강우량과 도시 혁신이 주요 문제이고, 파리는 열섬현상이 심각하다. 또한, 모든 도시에서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학교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이 각각 다르다. 어떤 학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라고 말할 수 있고, 또 다른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혹은 건강을 최선으로 삼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암스테르담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프로그램 시행과 함께 건강과 복지에 평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들은 가난하고,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낮고, 더 오래 앉아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녹색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한다.

암스테르담 시 당국은 학교숲 조성에 대한 7만 유로(약 9,5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25%의 녹지면적, LID기법, 놀이공간, 교육과 참여 등 항목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에서는 유지관리에 대한 10년의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계획 수립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학교숲 설계와 조성 과정에서의 교사와 학생들의 참여다. 알테스는 “나는 건축가이고 선생님이다. 그렇기에 먼저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이후 선생님들에게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등을 가르친다. 그리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묻는다”고 하며, 학교숲 설계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전했다.

교육과정이 마무리 되면 알테스는 학생들과 교사들과 함께 설계 작업에 착수한다. 학생들은 어떤 학교숲을 가지고 싶은지 말하고 교사들은 그들의 교육과정에 학교숲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이야기한다. 일련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학교 운동장에 들어설 학교숲을 설계한다. 설계 과정 중에도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설계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숲 조성과정 중에는 학생들과 교사들은 함께 식재와 페인트칠, 장식 등의 활동을 함께한다. 

마지막으로 알테스는 학교숲과 교육 프로그램의 연계를 강조하며 “야외수업에서 벌을 유인하거나 내가 나비섬을 만드는 식물과 나무를 만든다. 아니면 새둥지을 만들기도 한다. 벌과 새를 유인하기 위해 매년 다른 식물을 심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키운 채소로 요리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 그들은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건강한 삶에 대해 배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에 참석한 강미선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과장, 이은경 경기도교육청 미래학교기획담당 장학사, 토론의 좌장을 맡은 서영애 조경학회 기획부회장

이어진 토론에서는 서영애 조경학회 기획부회장이 좌장으로 강미선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 김주열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과장, 이은경 경기도교육청 미래학교기획담당 장학사, 박명원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고정희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대표가 참여했다.

강미선 교수는 토론에서 학교공간 변혁의 큰 물줄기를 이야기했다. 최근 제정된 「교육기본법」에는 생태전환 교육을 시행하도록 명시됐다. 현시대에 생태전환 교육이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반영한 결과이다. 하지만 교육 관련 법이 항상 그러하듯 학생은 교육의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세계적인 교육 추세와 맞지않다. OECD의 ‘Education 2030’에서는 미래, 웰빙, 변역 역량, ‘학생 행위 주체성(Student Agency)’을 중요하게 강조를 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교육 공간에 대한 변화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탑다운 방식의 사업은 시간과 예산의 문제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처리된다. 

강미선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전환 교육이 학생의 주체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강 교수는 “과거에는 아이들은 지금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공간에서 많이 놀았다. 요즘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놀이 공간이 표준화됐다. 학생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공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공간과 장소가 학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학교 공간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김주열 과장은 앞으로 학교숲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산림청의 정책방향을 전했다.

산림청은 그동안 연간 한 100개 정도 학교숲을 조성을 했으며, 올해 기준으로 약 2,000여 개의 학교숲을 조성했다. 하지만 그 동안 추진했던 학교숲 사업에도 한계가 있었다. 화단, 울타리, 짜투리 땅 등 소규모 공간에 학교숲이 조성되면서 제대로된 숲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최근 미세먼지, 공기질악화,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으로 인해서 학교 운동장이 학교숲으로 바꿔야 하는 타당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에서는 향후 사업 방향을 수정하며, 소규모 자투리 공간 위주의 학교숲을 운동장 부지의 약 50%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김주열 과장은 “학교숲 조성에 1교당 약 6,000만 원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학교당 녹화 면적에 따라서 약 5억에서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대로 된 숲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차 도시숲 기본계획’이 완료가 되는 2027년까지는 한 100개 학교 정도는 좀 시범적으로 이렇게 숲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그런 정책을 추진하겠다”라며 학교숲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 강화책을 전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부천의 송래 고등학교와 김포의 고창초등학교에 생태교육 사업을 시범 운영했다. 이 사업을 담당했던 이은경 장학사는 사업추진 당시의 고민과 생각들을 공유했다.

이은경 장학사는 학교 공간을 바라보는 교육 공동체의 인식 전환을 요청하며, 특히 조기 축구회, 체육 교사,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과 이 학생들의 학부모 그리고 관리를 걱정하는 교직원 그룹 등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학교 공간을 학습의 공간이자 경쟁의 공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놀이와 학습, 휴식의 공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어 덧붙여 이 장학사는 “학교운동장이 캠핑을 하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하늘을 볼 수 있는 선베드 같은 시설도 갖춰 다양한 활동이 이뤄진 아이들의 성장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학교운동장에 다양한 수종의 수목과 초화류과 조화를 이루는 숲을 만들어, 학생들이 식물들이 공생과 상생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조화를 보면서 다양한 생태적인 가치들을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글_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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