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는 김포 장릉 경관훼손 해결책은?

9일 심의 ‘보류’ 결정, 10일 법원 건설사 손들어 주면서 공사재개 전망
라펜트l기사입력2021-12-15

 


경관이 훼손된 김포 장릉의 현황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의 ‘조선왕릉 주변 경관분석’ 중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김포 장릉의 경관 훼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수 개월이 지난 이달 9일에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보류’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10일 서울고등법원은 대광이엔씨와 금성백조가 신청한 공사중지명령 가처분을 인용했다. 곧 아파트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포 장릉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잃어가고 있다.

문화재청은 보류 결과를 내놓으면서, 2주 안에 김포 장릉 인근에 건설된 삼성쉐르빌 아파트와 연결하는 스카이라인 아래로 높이를 낮추는 개선안을 가지고 재심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사를 재개한 대방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2개의 건설사는 심의 보이콧을 하면서 반쪽도 되지 못한 심의가 됐다.

이번 심의에서는 대방건설은 총 21동 중 7동, 금성백조는 14동 중 3동, 대광이엔씨는 건설 중인 9동 전체가 대상이었다. 문화재청이 발표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22세대, 금성백조는 50세대를 줄여야 하고, 대광이엔씨는 총 137세대를 축소해야 한다. 

「문화재보호법」 13조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를 문화재 외곽 경계로부터 500m로 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에 대한 변경된 건축행위 허용기준을 제시하면서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구역에 대해 ‘최고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심의’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3개 건설사가 건축 중인 아파트는 장릉과 각각 213m, 375m, 395m 거리이지만,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지 않았다.


김포 장릉과 건설사들이 건축 중인 아파트와 거리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의 ‘조선왕릉 주변 경관분석’ 중

문화재청은 김포 장릉의 경관훼손 사실을 올해 5월에 알게된 뒤, 7월 22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법원에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해당 3개 건설사를 문화재법 위반으로 9월 6일 경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천 서구청은 택지개발에 용지 판매에 따른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2014년에 이미 끝냈고, 문화재청 개별심의 규정이 생긴 것은 2017년이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사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택지를 매입했고, 공사가 시작되는 2019년에 인천 서구청의 경관 심의를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또한, 공사 중단 명령이 떨어지면 법원으로 달려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내면서, 공사는 정지와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김포장릉의 2014년 모습과 현재의 모습 비교. 2014년에는 보였던 계양산이 현재는 보이지 않고 있다.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의 ‘조선왕릉 주변 경관분석’ 중

김포 장릉의 경관훼손 문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자 9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철거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약 21만 명이 찬성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입주자 예정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지난 달 28일 검단신도시 건설 현장에서 공사 재개를 위한 시위를 펼쳤다. 이어서 30일에는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청사에서 항의의 뜻을 표하는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문화재청 궁릉유적본부 홈페이지에서는 조선왕릉의 특징에 대해 “참배자에게는 폐쇄된 이미지로 엄격하게 공간의 위계가 구분되지만, 능의 주인에게는 열린 이미지로 조성되는 것이 조선왕릉의 경관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로 능 주인의 시야가 막히면서, 유네스코가 인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선왕릉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위기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건설사만의 잘못이 아닌 문화재청의 관리 실패가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김예지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주변 역사문화 환경 보존지역에 매년 한두 차례라도 정기 점검을 하고, 지자체가 개발 인허가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사전에 구축했다면 이런 사태가 예방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했으며, 이어서 “(이와 함께) 건설사의 무책임한 사업진행 등 이 3가지가 맞아 떨어져 일어난 인재”라고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다. 


배현진 의원이 올해 국감장에서 문화재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배현진 의원 공식 유튜브 갈무리

또한,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문화재청의 관리 소홀과 졸속 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배현진 의원은 국감장에서 경관훼손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유네스코에 왕릉 관리실태를 허위 보고한 사실을 전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올해 5월 아파트 건설에 따른 장릉 경관 훼손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7월 유네스코에 보낸 점검보고서에는 ‘불법 건설 행위’가 없다고 기재했다.

더불어 국감 이후 배 의원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주무관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주무관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역할은 전혀 없었고, “(보고서를)제 마음대로 적었습니다”하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국토교통부에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창환 상지대학교 명예교수((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는 개발 위주의 도시계획이 화를 부른 것이라고 지적하며, 결국 사건을 푸는 열쇠는 국토부가 쥐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검단지구가 들어서는 김포평야는 왕릉이 속한 지역이다. 그곳에 신도시를 계획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국토부가 경관계획을 입안하고 관련 업무를 추진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만 생각하는 행정이 이런 참사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조경인들이 힘을 합쳐 세계유산인 김포 장릉 사건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율진 (사)한국전통조경학회장은 “국토부를 비롯해 관계 부서에서 보다 더 정밀하고 치밀한 사전 검토를 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사건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학회 차원에서 면밀히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될 수 있도록 전문가 집단인 학회 차원에서 엄중하게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라며 사건 대응에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글_김수현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lafentksh@gmail.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