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탄소중립 도시숲 바이오매스총량제를 도입하자

최진우 논설위원(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라펜트l기사입력2022-03-03

 

탄소중립 도시숲 바이오매스총량제를 도입하자





_최진우 박사(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얼마 전까지 도시숲(생활숲, 가로수 포함)은 미세먼지 차단 및 저감을 위한 그린인프라로서 중요시 여겨졌는데, 올해부터 도시숲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탄소중립’이 되어 정책과제와 사업명칭이 ‘탄소중립 도시숲’으로 변모되었다. 탄소중립도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탄소흡수원으로서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도시숲 확충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도시숲 확충 사업이 많아지고,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지 의문이다. 건강하고 풍성하게 잘 자란 나무의 입체적인 총량이 많아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손실량이 많다면 탄소흡수 및 저장기능은 마이너스다.

우리는 아직 도시숲의 정확한 총량 통계 및 공간 데이터가 매우 미흡하다. 도시공원·도시숲 등으로 조성된 면적, 사업시행으로 조성된 나무 수량만 알뿐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지난 10년간 3,000만 그루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기존에 총 몇 그루가 있었는지, 그간 손실된 나무는 총 몇 그루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 작은 나무(관목)로 목표를 달성했는데, 효과분석은 큰 나무(교목)로 계산하는 오류도 범한다.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로 탄소흡수 등 환경적 기능은 손실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하는 현황통계 및 지표는 없다. 학교, 공개공지, 공동주택의 수목관리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재건축·재개발로 설계도면상의 녹지면적, 생태면적률, 나무 수량은 증가하지만, 훨씬 양적으로 많은 기존 수목의 바이오매스(biomass) 총량 손실은 따지지 않고 있다.

도시의 공원녹지면적, 도시숲면적, 나무 수량 등과 같이 면적과 수량으로 수렴되는 양적 지표로서는 도시숲을 통한 탄소저감과 생태계서비스 수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선진국은 도시숲의 생태계서비스 증진을 위해 수관피복율(UTC, Urban Tree Canopy)을 중요시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도시숲 정책은 수관피복율을 현재 21.9%에서 30%로 목표로 설정하여 나무의 엽량과 수관을 최대한 늘려가고 있다. 우리도 도시 전체 공간을 대상으로 탄소중립과 생태계서비스를 위한 통합적이고 실효적이며 직관적인 관리지표를 도입해야 한다. 탄소중립 도시숲을 위한 바이오매스총량제 도입이 필요하다. 

첫째, 도시 전체 공간의 트리맵 제작을 통한 인벤토리를 구축하여 바이오매스 총량 및 수관피복율 증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미국 뉴욕과 같이 시민참여형 온라인 트리맵을 제작하여 도시숲과 개별 수목의 탄소흡수, 대기오염 완화, 에너지 절감, 생물다양성 등 생태계서비스 가치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 전체 공간의 수목 바이오매스 총량을 산정하고 수관피복율 기준선을 확립하여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도시숲 총량의 목표를 설정한다. 바이오매스 총량이 반드시 순증대 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탄소흡수원으로서 가로수의 바이오매스 총량이 증대되도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형 가로수 특별 관리, 가로수 제거·바꿔심기·신규조성 심의 강화, 가로수 제거 승인 최소화, 과도한 가지치기 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무가 잘 생육할 수 있도록 뿌리 생육공간 보호, 적정 토양 볼륨 제공, 빗물저장·점적관수 시스템 확충 등 근본적인 생육환경 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가지치기 부산물 및 낙엽 재활용을 위한 퇴비·연료 실용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 도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통행량과 차선을 줄여 가로수가 생육할 수 있는 식재기반을 폭넓게 하고 중앙분리대 녹지를 만드는 등 도로 공간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셋째, 생활숲 확충 및 총량 증진을 위한 지원 및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사유지라 할지라도 공공기능이 강한 공동주택, 공개공지,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캠퍼스의 녹지·수목을 공공관리가 가능한 ‘생활숲’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도시숲법 및 관련 조례를 개정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지원협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시에도 바이오매스총량제 적용을 통해 기존 수목을 최대한 활용하고 손실에 따른 대체복구 방안을 유도할 수 있다. 도시의 산림, 공원뿐만 아니라 시가지 곳곳에서 바이오매스 총량을 늘려야 ‘탄소중립도시’, 숲의 도시’가 가능하다.
글_최진우 박사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다른기사 보기
kinuechoi@gmail.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