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외부 공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조경의 매력”

[인터뷰] 김수현·이다원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
라펜트l기사입력2022-04-11

 

‘제6회 천안시 도시디자인 공모전’ 대상에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수현·이다원 학생의 ‘메모리얼 천안(MEMORIAL Cheonan)’이 선정됐다.

‘새로운 천안 미래 도시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 아래 대상작은 대흥로에 있는 천안역 동부광장 확장(예정) 부지를 이용해 기억의 다리, 역사 기록 광장 등의 랜드마크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역전광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한 교통계획과 보행자와 차량 동선을 분리, 안전한 보행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안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적용가능성, 기여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수현·이다원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


두 분 소개와 함께 어떻게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저희는 경희대학교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우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학교 여러 프로젝트와 여러 공모전에서 호흡을 맞춰오면서 쌓여온 경험과 길러진 팀워크를 통해 천안역 동부광장이라는 매력적인 공간을 설계해보고자 천안시 도시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제6회 천안시 도시디자인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부탁드려요.

먼저 대상을 받을 수 있게 밑바탕이 되는 지식을 물려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리며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공모전을 주최해 주신 천안시에 감사드립니다. 향후 천안역이 저희가 추구했던 천안시민의 긍지와 역사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탈바꿈되길 바랍니다. 


‘메모리얼 천안(MEMORIAL Cheonan)’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메모리얼 천안은 천안시를 대표하는 교통 요충지로 천안이 가진 매력들을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계획안입니다. 천안시가 갖고 있는 매력과 천안역이 지리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을 조화롭게 디자인으로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천안시는 유관순 열사의 만세운동과 천안삼거리 등 역사적, 문화적으로 짙은 정체성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천안삼거리 타령의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으로도 교통 요충지였던 지역입니다. 이에 저희는 ‘애국지사를 배출한 고장’, ‘흥타령 축제’라는 천안의 상징을 랜드마크 시설물로써 표현했습니다.

천안역은 1905년 1월 1일 경부선의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만남과 어울림의 장소였습니다. 새롭게 조성될 동부광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 천안이 지닌 역사와 마주하는 공간을 담고 싶었습니다. 우리 땅 깊숙이 뿌리내린 한국의 얼과 애국충절의 정신을 기리는 상징적인 장소를 제안했습니다. 역사기록광장(선큰광장)에는 벽면을 빼곡히 채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어록 등의 다양한 역사적 문구가 담겨있습니다. 스탠드를 설치해 유동인구의 체류시간을 늘려주는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형성했습니다. 


역사기록광장(선큰광장)

또한, 공간의 수직적 변형으로 인한 이동 간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천안을 상징할 수 있는 시설물을 디자인하고 교량 형식으로 배치했습니다. 세부적인 디테일로 한복 저고리의 고름을 형상화한 다리의 뼈대와 난간에 역사적 문구를 넣어 바닥에 그림자의 패턴이 생기도록 한 것이 설계안의 핵심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공간 속에서 걸음걸이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경관을 보고 사람들은 호기심에서 출발해 애국열사의 정신을 기리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아 호국충절의 도시 천안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오는 장소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기억의 다리’로 이름 지었습니다. 


기억의 다리


‘메모리얼 천안(MEMORIAL Cheonan)’ 조감도


설계 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요?

천안시민과 천안역 이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학교 통학을 위해 전철을 타러 온 학생들, 어디론가 멀리 떠나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고 역에 도착한 시민들, 반가운 얼굴을 맞이하기 위해 역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천안에 놀러 와 천안시의 첫인상을 맞이하는 사람들 등 여러 시나리오를 떠올려보았습니다.

이 시나리오들을 기반으로 천안역이 갖춰야 할 시설은 무엇인지, 도시를 상징해 어떤 이미지를 방문자에게 안겨줄 수 있고, 또 안겨줘야 하는지 고민해 보았고, 천안역을 통해 천안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고 머물다 갈 수 있는 교통 요충지로 탈바꿈하도록 계획했습니다.


과정 중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3D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면서 실제 사진과 똑같아 보이도록 욕심을 냈습니다. 천안역의 현재 모습을 완벽하게 본뜨기도 해 보고 예정된 천안역 증축역사 건축조감도를 똑같이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건물 높이부터 노면 표시, 질감까지 현황과 똑같아 보이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예정된 건축조감도까지 재현해내는 것이 맞는지 그래픽 작업에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이는 게 맞는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조감도가 완성되어 뿌듯했고, 도시 공간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던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사담이지만 시상식 때 다른 수상작품을 보니 퀄리티가 매우 높았고, 이 정도 노력도 안 했으면 큰일 났겠다 싶었습니다. 


조경학도로서 조경설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모든 외부 공간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조경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실제 이용하는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할 것인지, 도시 맥락 속에서 다른 공간들과 어떻게 연결해줄지 고민하는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식물이라는 소재가 주는 사계절의 변화, 나아가 5년, 10년 후의 변화하는 미래의 모습 설계한다는 것도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공모전 참가 경험이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학교를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부분보다 창의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 설계를 하게 됩니다. 공모전을 참여해보면 비교적 실무적이며 현실적인 부분을 더 고려하게 된다는 점에서 학교 교육과는 다른 부분에서 더 많은 경험과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지만, 거기서 얻는 배움은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학생공모에 그치지 않고 프로 설계 공모에도 도전해 저희 실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희는 현재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기로에 있습니다. 조경산업 성장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축적된 경험과 배움을 발판으로 삼으며 노력하고자 합니다.



‘제8회 천안시 건축문화전’에 전시된 수상작을 박상돈 천안시장에게 설명하고 있는 김수현·이다원 학생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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