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서울에서 야생 꽃가루매개자가 살아남으려면

최진우 논설위원(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라펜트l기사입력2022-07-04

 

서울에서 야생 꽃가루매개자가 살아남으려면





_최진우 박사(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지난 5월 20일,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을 맞이하여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해 시민운동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꿀벌만 아니라 꽃가루를 옮겨주는 화분매개자 야생곤충들이 대거 줄어들고 있다. 이흥식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은 보라매공원, 한강공원 등에서 20년간 야생벌이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땅에 둥지를 짓는 야생벌 서식지가 훼손되고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에 직간접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벌이 감소한 이유는 도시화에 따른 서식지 감소, 기후변화와 집약적 농업으로 먹이원 식물의 감소,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때문이다. 최재천 교수는 인사말에서 “우리가 기르는 농작물의 압도적인 분량은 벌의 꽃가루받이로 이루어진다. 벌이 사라지면 정말 상상하기 싫은 식량위기의 대재앙이 우리를 덮칠지 모르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가운데 최근 반가운 논문이 발표되었다. 시민과학 데이터를 통해 서울에 있는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 선호도와 연결통로를 지도로 작성하고 도시계획 및 생태적 관리 방향을 제시한 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었다.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사랑 탐사대’ 시민과학 프로그램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지리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45명의 시민 관찰자로부터 꽃이 피는 식물에 앉은 1,897개의 화분매개자 곤충 사진이 연구에 활용되었다. 전문가의 검증 작업을 거쳐 총 60과 128속 178종이 발견되었는데, 양봉 꿀벌, 배짧은꽃등에, 어리호박벌, 배추흰나비, 호리꽃등에 등 벌과 나비류가 주로 관찰되었다.

서울에서 꽃가루매개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서식지는 어디일까. 서울 면적의 3.7%에 해당하는 공원, 대학 캠퍼스, 고궁, 농경지 등으로 밝혀졌다. 올림픽공원, 어린이대공원,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등 개방된 대규모 공원, 한강변 녹지, 연세대학교, 건국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대학 캠퍼스, 경복궁, 창덕궁, 선정릉 등 궁궐 및 왕릉이 다양한 꽃가루매개자를 수용하기에 양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구팀은 일부 초·중·고등학교가 꽃가루매개자를 위한 잠재적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도 하였다. 연구에서 꽃가루매개자의 주요 서식지간 연결통로를 분석하였는데, 서울 면적의 28.3%이며 한강 북쪽에 더 많은 연결망을 분포하고 있었다. 


서울 야생 꽃가루매개자 서식지 및 이동통로 분석 지도 / 출처: Hortense Serret et al. (2022)

서울과 같이 밀집된 도시에서는 대부분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 연결통로가 시가지에 위치하므로, 생태적으로 혁신적인 도시계획과 건축이 필요하며, 꽃가루매개자를 위한 생태적 관리가 개선되어야 함을 연구논문에서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 도시계획 및 녹지정책에 있어 꽃가루매개자의 "높은 연결 가능성"으로 식별된 패치는 보존 및 관리 조치를 구현하기 위한 우선순위 영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서울 야생 꽃가루매개자 서식지 연결성 개선·복원 종합도 / 출처: Hortense Serret et al. (2022)

연구자들은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를 향상하기 위한 생태적 관리 조치를 제안하였다. 초지 및 밀원식물 서식지의 보전 및 복원, 출입 제한 지역 설정, 녹지의 차별화 관리 추진, 농약 등 화학 물질 사용 금지, 잔디 깎는 빈도 감소 등이다. 이러한 조치는 꽃가루매개자를 위한 녹지의 보존과 생태적 관리의 중요성이 도시에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도시민의 인식을 높임으로써 추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대학 캠퍼스 및 초·중·고등학교는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 질을 개선하면서 교육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연과 단절된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생물다양성을 위한 녹지 공간을 강화하면 일상적으로 자연을 경험할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지가 부족한 지역에도 새로운 서식지를 만드는 데 관여할 수 있다. 서울 같은 고밀도 도시에서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 통로는 주로 시가지에 위치하는데, 신규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가로녹지, 옥상녹화, 벽면녹화 등을 통해 꽃가루매개자에게 적합한 서식지를 제공하는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도시 가로수는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고 식물 분산을 촉진하므로 자생 식물을 심고 생태학적 관리 접근 방식을 구현함으로써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와 연결통로를 강화할 수 있다고 하였다. 

꿀벌 실종의 사회적 이슈는 기후변화, 식량위기, 살충제, 유기농업, 토양보호, 생물다양성과 연결되어 있다. 도시에서도 꿀벌을 비롯한 다양한 야생벌과 꽃가루매개자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원, 대학 캠퍼스, 고궁의 녹지를 생태적 관리로 전환하고, 서식처 연결망에 속하는 시가지의 건물과 도로에 생물다양성이 높은 숲길과 정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시민의 관심과 인식 전환 그리고 전문가의 노력에 달려있다.
글_최진우 박사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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