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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수의 자연예찬] 전원을 없앤 전원주택단지와 김치 뺀 김치찌개

글_정정수 환경예술조경연구원 원장
라펜트l기사입력2021-02-16
정정수의 자연예찬
전원을 없앤 전원주택단지와 김치 뺀 김치찌개




_정정수 JJPLAN 대표,
ANC 예술컨텐츠연구원 원장



단팥빵을 제값 주고 사 먹었는데 단팥이 들어있지 않았거나 조금만 들어가 있었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냥 빵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했다면 빵으로 이해하고 먹었으니 소비자로서는 불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이 빠졌는데 근본이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세상에 어느 누구도 그 상품의 가치에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김치찌개에 김치가 빠졌다면 어느 누구도 그것을 김치찌개로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소비자 고발 등 난리가 날 게 뻔하다.


초등학교 분교터와 논을 이용해 만든 전원주택단지 ‘천수마을’이다. 주택을 짓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택지경계 또는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교목을 식재함으로 완성의 의미를 갖는 ‘전원주택단지’가 만들어졌다.

자연이 그리워서 전원 속에 삶의 터를 찾는 사람들이 1억 원을 호가하는 ‘전원주택단지’를 구입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의외라 할 정도로 관대해 보인다.

위치가 전원에 가까이 있다고 해도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있었던 전원의 대부분 또는 일부를 없애버린 곳도 많다. 내게 있는 자연은 없애버리고 남의 자연에 빌붙어 전원생활을 하라는 생각으로 분양을 하는 업자는 없다고 생각하고 싶다.

전원의 구성요건인 나무들조차 모두 없애버린 집터는 전원의 자격조건을 이미 갖추지 못했음에도 ‘전원주택단지’라는 이름을 붙여 분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같이 근본이 빠진 것들이 사회에 버젓이 존재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왜곡된 본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를 단절시켜놓고 ‘생태연못’이라는 이름을 버젓이 붙여 놓는 것도 생태의 본질을 모르거나 또는 생태라는 단어만 알면서 생태를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행동에 옮김으로써 물의를 빚는다.

본질의 이해는 결과에서 얻어지기보다는 과정을 통해 얻어질 때가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교육을 통한 체험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절약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체험을 제공하는 사람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필요한 본질을 자기가 다 경험한 채 결과만을 학생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해야 학부모들이 만족한다고 생각하고 학생들도 만족한 것으로 착각한다.

기쁨과 성취감은 무엇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졌는가에 따라 지식보다 높은 차원인 깨달음을 얻게 되면서 가질 수 있다. 결과로 귀결되는 성취감보다는 원인과 본질의 중요함에서 깨달음을 갖게 되는 행복에 무게를 두고 싶다.

현대는 본질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치중하면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틀린 표현이 아닌 것 같다. 결과에만 치중하는 우리의 교육이 지금의 사회를 만드는 것처럼 근본이 없는 ‘전원주택단지’가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다행히도 본질이 살아있는 사회를 지탱하는 데는 본질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이다.
 
개인은 경제를 추구해도 욕이 되지 않지만  공인은 돈을 추구하면 추하게 된다.
가치는 본질이라는 근본 위에서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정수의 천수마을 전원주택단지 동영상입니다.
글·사진 _ 정정수 대표  ·  JJ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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