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노인공원 법제화 필요할까?···전문가들은 “글쎄”
조승래 의원, 도시공원법 생활권공원에 ‘노인공원’ 추가 법안 발의라펜트l기사입력2023-03-12
노인공원 ⓒflickr. Don Gunn
생활권공원에 노인공원을 추가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인을 사회에서 더욱 분리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정책 및 설계 오류 등 실무적인 어려움 또한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 개정안을 지난 1월 19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기존 생활권공원 분류에 소공원, 어린이공원, 근린공원에 이어 노인공원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도시 내 노인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어 과거부터 이와 비슷한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공원 설계 과정에서 신체적 약자를 위한 무장애 설계 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노인공원을 법제화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원 자체가 다양한 계층의 이용을 전제로 한 장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노인공원을 법제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공원녹지법과 유사한 일본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노인공원을 법제화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까운 일본은 도시공원의 이용대상 유치권에 따라 ▲주구기간공원(가구공원, 근린공원, 지구공원, 특정지구공원) ▲도시기간공원(종합공원, 운동공원) ▲대규모공원(광역공원, 레크레이션도시) ▲국영공원 ▲완충녹지 등으로 구분한다. 완충녹지 등은 특수공원(풍치공원, 역사공원, 묘원, 기타), 도시녹지, 녹도, 완충녹지, 도시림, 광장을 말한다.
독일은 16개 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하나의 법률에 근거한 공원녹지 유형을 구분하지 않는다. 연방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지자체별 공원녹지계획을 수립하는데, 공원녹지 명칭은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노인공원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지 않다. 영국은 목적에 따라 공원, 정원, 녹지, 도시농장, 묘지, 스포츠시설 등 오픈스페이스와 녹지공간의 유형을 구분한다.
미국은 국립공원과 주립공원 외에는 각 도시마다 개별적인 기준으로 도시공원을 관리하고 있다. 시애틀의 경우 포켓파크, 다운타운파크, 네이버후드 파크, 커뮤니티 파크, 스페셜 유즈 파크 등으로 구분한다.
참고로 국내 지자체 중 노인공원 속성을 가진 주제공원은 부산(노인친화공원), 대구(어르신공원), 대전(효공원), 고양시(어르신공원) 등 4곳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원에 노인을 위한 시설과 기능을 넣는 부분에 대해선 공감했으나, 생활권공원 범위에 노인공원을 추가하는 법안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먼저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되어 감에 따라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고려한 도시공원의 필요성이 매우 높고, 해당 내용이 포함돼야 관련된 시설의 종류 신설 등에 대한 규정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제화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도시공원을 확보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므로, 노인공원 신설보다는 기존 어린이공원을 노유자공원 또는 복지공원 등으로 명칭을 개정하고, 노인을 위한 다양한 시설 설치 기준 등을 마련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경우 현재 법적으로 접근거리 250m마다 확보하게 돼 있는 어린이공원을 활용할 수 있고, 어린이공원의 이용효율이 감소하는 부분을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은 “법률에 공원의 종류를 신설한다고 공유지가 부족한 도시에 금세 노인공원이 들어서기는 어려운데다 자칫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온 과장은 “법안 발의 취지는 좋으나 현실에는 맞지 않다. 세대 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기보다 노인을 더 분리시키고 노인에 대한 차별, 혐오를 더 강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노인 전용공원보다 공원 내 노인을 위한 시설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노인들이 편안하게 쉬고 머물고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공원 시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형석 본시구도 소장은 조경설계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공원은 정원의 개념과 다르게 공공의 여가와 운동, 휴식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에 이용자를 특정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의 반려동물공원은 이용하지 않는 주민들의 기피공간이 되고 있다. 노인만을 위한 공원은 존재하기 어렵다. 손주와 함께 하는 공원, 젊은 세대와 공감을 이룰 수 있는 커뮤니티 장이 필요하다”며 노인공원 법제화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세대를 특정함으로써 생기는 정책 및 설계 오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시설 적용단계 시 어떤 공원이 적정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지자체의 공원부서 또는 실무 조경 분야의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면 중심상업지구에 조성되는 어린이공원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소장은 “공원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이다.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활권공원은 다양한 계층이 향유하는 장소로서 대중 지향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이미 유니버셜, BF디자인을 통해 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성되고 있다”며 “여기에 노인을 위한 공원시설 적용을 권장하도록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인공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주제공원으로 지정할 수 있으니 어린이공원, 청소년공원, 노인공원, 부모공원, 반려동물공원 등의 특정 주제를 갖는 공원은 주제공원으로 지정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가난의 문법’ 저자 소준철 사회학 박사는 노인공원 법제화에 대한 찬반 의견 제시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무장애공원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사정이기에 노인공원 법제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노인들의 ‘체육활동’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될 경우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소 박사는 “노인들의 휴식공간과 안전한 산책공간의 경우, 무장애공원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중복 입법되는 문제가 있다. 반면 생활체육공원의 하위범주에 노인체육공원을 추가한다면, 노인들을 위한 ‘시설’ 설치에 용이하리라 생각한다”며 “노인공원의 추가보다 공원의 세부 종류를 공원의 계획 과정에 ‘무장애공원’을 법제화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글 _ 이형주 객원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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