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의 콘크리트 성냥갑, 도시의 미관 뿐 아니라 총체적 삶의 환경의 질을 떨어뜨리는 아파트, 한국의 아파트는 한국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견인차였으며, 짧은 시간 안에 무주택 문제를 해결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아파트 개발의 현상은 대량의 물량 위주 공급으로 집중되어 집으로서의 가치 구현보다는 파는 상품으로서의 가치 실현이 우선시되는 기형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포 양촌의 택지 개발 사업지 내에 조성될 예정인 이 아파트 단지를 대하면서 그 동안 아파트 단지가 지향했던 설계 방향에 나름의 전환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하기위해 다섯가지 전략적 방향점을 설정했다. 첫째는 공동주택이 아닌 마을로서의 아파트를 만들것, 둘째는 공원이 아닌 정원이 있는 아파트를 만들 것, 셋째는 흉내 낸 자연이 아닌 디자인된 아름다운 숲을 만들 것, 넷째는 테마를 내세우기보다 일상생활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 다섯째는 기능을 앞세운 무미건조한 공간 보다는 기능을 만족시키는 감성이 녹아있는 공간을 만들 것 등이다.

이러한 선언적 전략의 구현을 위해 동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정원의 조성, 길과 공간의 경계를 허문 외부공간의 구성, 단지를 하나로 묶어 주는 숲의 흐름의 조성 등을 시도했다.